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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름드리 Aug 08. 2023

우리 반 금쪽이도 소중하답니다

함께 자라날 수 있습니다.

제일 먼저 등원하는 금쪽이는 몸은 작지만 카랑한 목소리와 단호한 눈빛은 형님들 못지않다. 형님들이 금쪽이가 걸어 다니는 모습을 보며 인형 같다고 말한다. 기저귀로 엉덩이가 불록하고 뒷짐을 지며 할아버지 걸음걸이로 걸어 다니는 모습이 참말로 귀엽다. 금쪽이는 4살이다. 문장으로 말을 하지 못하지만 단어로 자신의 생각을 명확하게 표현한다. 금쪽이는 블록으로 길을 만드는 것을 좋아한다. 어느 날은 블록으로 구불구불 악어길을 만들고는 나를 보며 "악어야"라고 씩 웃는다. 오늘은 블록으로 동글동글 해님 길을 만든다. 친구가 등원하며 해님 길을 발로 차면서 들어온다. 금쪽이는 "야"하고 앙칼진 소리를 내며 친구에게 달려간다. 내가 먼저 달려가 금쪽이를 안아준다.


"금쪽이 속상했구나. 친구가 교실에 들어오면서 금쪽이가 만든 해님길을 못봤어요. 미안해요. 선생님이 더 긴 바닷길 만들어줄게"


"아~~ 앙 아~~ 앙"


말이 느린 금쪽이는 앙칼지게 울며 발을 동동거리며 손으로 내 몸을 때리며 속상함을 표현했다.  


"속상할 때는 소리를 질러도 돼요. 하지만 친구를 때리는 건 안 돼요"


한참을 안아주자 금쪽이는 화가 조금 풀렸다. 화가 나면 친구를 꼬집거나 장난감을 던지기도 했다. 하지만 학기 초보다 금쪽이는 자신의 감정을 말로 표현하려 작은 체구만큼 노력했다. 변화가 미세하지만 금쪽이는 변화하고 있었다. 금쪽이는 다시 바다 길을 블록으로 만들었다. 빨간색 블록을 먼저 잡았는데 친구가 빼아앗다. 화가 난 금쪽이는 친구의 얼굴을 꼬집었다. 순간 일어난 일이라 내가 손을 쓸 수 없었다. 친구를 달래주고 약을 발라주었다. 친구의 얼굴에 상처 사진을 알림장으로 보냈다. 알림장을 본 엄마는 일찍 친구를 데리러 왔다.


"선생님 제가 금쪽이랑 놀지 못하게 해달라고 했잖아요. 저번에도 상처 났는데 또 상처가 나서 어떻게 해요. 우리 아이 잘 좀 봐주세요. 아기 아빠가 알림장으로 상처보고 너무 속상해해요"


"어머님 정말 죄송해요. 블록으로 다툼이 있었어요. 제가 더 잘 보육했어야 되는데 정말 죄송해요. 금쪽이도 좋아지고 있어서요. 제가 이런 일 없도록 더 잘 보살피겠습니다. 아버님께도 죄송하다고 전해주세요"


가슴이 칼로 베인 듯 아프다. 같은 반 친구를 놀지 못하게 할 수 있을까? 금쪽이도 친구도 소중한 우리 반 아이다. 어른들이 말이 조금 느린 아이도 나이를 먹으면 다 제자리로 돌아온다고 말했다. 난 그 말을 믿는다.


'칼로 베인 내 마음은 어떤 약을 발라도 오늘은 나아지지 않을 것 같다. 참 속상한 하루다'

                                                                                            <사진출처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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