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름드리 Aug 11. 2023

태풍이 오는 날에도 고마운 사람들

걸으며 바라본 세상

밖은 굵은 빗줄기와 얇은 빗줄기가 서로 경쟁을 하듯 마구마구 내리고 있다. 6:30분 출근을 위해 우리 집 가장 큰 우산을 쓰고 비 오는 날 신으라고 남편이 사준 하얀 크럭스 신발을 신고 현관을 나섰다. 첨벙첨벙 걸으며 나무 밑을 지나갈 때는 마치 나만 오기를 기다리는 아기 빗방울들이 신이 난 듯 반가움으로 왈칵 쏟아졌다.


"아이쿠 시원하다"


나이 들면서 나오는 혼잣말에 웃음이 나왔다. 태풍예보로 거리에는 사람이 없다. 혼자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김성호 님의 회상 노래를 흥얼거렸다. 횡단보도에 도착했을 때 우비를 입고 일하시는 분이 눈에 들어왔다.


'이렇게 비가 오는 날에 풀을 정리하시네. 내일은 아저씨 덕분에 깨끗한 화단을 볼 수 있겠다. 참 고맙다'


버스 정류장에서 우산을 접고 버스를 타자 우산에서 졸졸 물이 떨어졌다. 적막 속에 졸졸 물 흐르는 소리가 사람들의 어색함을 없애주는 것 같다. 버스 정류장에 내리자 우비를 입고 일하는 환경 미화원을 보았다.


'태풍이 오는 날에도 폭염이 있는 날에도 환경 미화원 아저씨들이 이 새벽 거리의 깨끗함을 선물해주셔서 참 고맙다'


걸어가다 보니 당연한 그 자리를 빛내주신 분들이 참말로 고마웠다. 태풍이 오는 날 비를 맞으며 출근하기 싫다고 투정하던 마음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걷다 보니 당연한 것들도 생각하게 되고 생각하다 보니 감사하게 느껴지는 것도 많았다. 지하철을 기다리며 철제 지붕에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도 정겹고 걸어가며 만난 물 웅덩이에 비치는 맑은 물결도 참 예뻤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