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은 굵은 빗줄기와 얇은 빗줄기가 서로 경쟁을 하듯 마구마구 내리고 있다. 6:30분 출근을 위해 우리 집 가장 큰 우산을 쓰고 비 오는 날 신으라고 남편이 사준 하얀 크럭스 신발을 신고 현관을 나섰다. 첨벙첨벙 걸으며 나무 밑을 지나갈 때는 마치 나만 오기를 기다리는 아기 빗방울들이 신이 난 듯 반가움으로 왈칵 쏟아졌다.
"아이쿠 시원하다"
나이 들면서 나오는 혼잣말에 웃음이 나왔다. 태풍예보로 거리에는 사람이 없다. 혼자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김성호 님의 회상 노래를 흥얼거렸다. 횡단보도에 도착했을 때 우비를 입고 일하시는 분이 눈에 들어왔다.
'이렇게 비가 오는 날에 풀을 정리하시네. 내일은 아저씨 덕분에 깨끗한 화단을 볼 수 있겠다. 참 고맙다'
버스 정류장에서 우산을 접고 버스를 타자 우산에서 졸졸 물이 떨어졌다. 적막 속에 졸졸 물 흐르는 소리가 사람들의 어색함을 없애주는 것 같다. 버스 정류장에 내리자 우비를 입고 일하는 환경 미화원을 보았다.
'태풍이 오는 날에도 폭염이 있는 날에도 환경 미화원 아저씨들이 이 새벽 거리의 깨끗함을 선물해주셔서 참 고맙다'
걸어가다 보니 당연한 그 자리를 빛내주신 분들이 참말로 고마웠다. 태풍이 오는 날 비를 맞으며 출근하기 싫다고 투정하던 마음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걷다 보니 당연한 것들도 생각하게 되고 생각하다 보니 감사하게 느껴지는 것도 많았다. 지하철을 기다리며 철제 지붕에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도 정겹고 걸어가며 만난 물 웅덩이에 비치는 맑은 물결도 참 예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