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야. 우연이지만 너를 두 번 만나 행복했어.
버스가 오는 걸 알게 된 내 발이 느닷없이 뛰기 시작했다. 뇌에서 알려주지 않아도 본능적으로 저 버스를 놓치면 안 된다는 생각에 전속력으로 뛰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쿵쾅거리는 심장은 싸이 콘서트를 보러 갔던 심장처럼 마구마구 요동치는 느낌이었다. 이 느낌은 참 좋다. 무사히 버스를 탔지만 이 새벽에도 사람이 많아 맨 앞에 서 있었다. 버스의 번호판이 적혀있는 곳에 하얀 꽃 한 송이와 글귀가 보였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나에게 한말도 아닌데 출근 길 정신없는 아침에 고백 받아 수줍은 소녀처럼 마음이 발그레해졌다. 이 글을 읽고 출근하는 승객들은 참말로 오늘 하루가 좋겠구나 생각하며 지하철을 탔다. 걸어가는 동안 내내 이 글귀가 생각나며 마음에 따뜻한 미열이 느껴졌다. 어린이집에 도착해서 아침 버스 안에서 본 글귀를 사진 찍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선생님들께 이야기해 주었다. 똑같은 일상이 반복되고 퇴근하는 길에는 아침에 읽었던 글귀가 생각나지 못할 만큼 피곤했다. 지하철에 내려 뚜벅뚜벅 버스를 타는 순간 또다시 마주친 꽃 한 송이와 글귀가 피곤했던 마음에 영양제를 놓아준 듯 반가웠다. 글귀를 곱씹어 읽어보고 눈에 담아두려 사진을 찍었다. 버스에서 내리며 기사님께 나도 모르게 인사를 했다.
"고맙습니다"
오늘 하루 나는 자세히 보아도 예쁘고 오래 보아 사랑스러운 사람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