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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름드리 Aug 25. 2023

매일 만나는 우리가 친구입니다

새벽 6:30분이면 출근길에 눈송이가 내려앉은 백발에 아이의 미소를 지닌 할머니 세 분과 마주친다.

어제도 만났지만 오늘 만나 더 반가워하는 모습이 여고생 같았다.


"여태 나 기다린겨?"


"언니 올때까지 기다려야지. 언니인데"


"참말로 고맙네 그려"


구수한 대화를 나누시며 작은 걸음으로 열심히 산을 올라가셨다.

아주 짧은 만남이지만 매일 보이시던 할머니들이 안 보이시면 궁금했다.

서로를 살뜰히 챙기시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매일의 일상을 물어보고 서로를 챙기는 친구 같은 사람이 내게도 있을까라는 물음표를 가지고 출근을 했다.

이른 출근인데도 내 사물함 위에 커피가 놓여 있었다.


"어제 알림장 작성하는 거 도와주셔서 감사한 마음 커피로 전해요"


기대하지 않았던 작은 메모와 커피에 파도처럼 밀려오는 고마움을 느꼈다.

제일 친한 선생님이 샌드위치를 사 왔다.


"선생님 아침 안 먹고 왔죠. 같이 먹으려고 나 일부러 한 정거장전에 내려서 샌드위치 사 왔어요. 같이 먹어요"


"고마워요. 나 빵순이라 빵 좋아하는 거 알고 사 오셨네요. 감동"


"선생님도 자주 맛있는 거 사서 나눠주잖아요"


커피와 샌드위치를 먹으며 온통 반 아이들 이야기로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우리는 정말 뼛속까지도 어린이집 선생님인 것 같다.

아침에 만난 할머니들처럼 손뼉 치며 여고생처럼 수다를 떨고 있었다.


'나한테도 할머니들처럼 아침을 챙겨주며 고마움을 커피로 챙기주는 선생님들이 있었지. 참 좋다. 지금이'


멀리서 친구를 찾으려 했던 아침에 내가 참 바보스러웠다.

매일 만나는 우리가 친구이자 이웃이었는데 매일의 늪에 빠져 소중함을 모르고 있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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