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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름드리 Sep 06. 2023

이글루에 갇힌 마음을 따뜻하게 녹여준 나의 선생님

김교수님은 저에게 선생님이십니다.

신학기가 되면 익숙함에서 벗어나 새로운 아가들과 부모님들과의 적응으로 마음도 몸도 긴장되어 예민하게 변한다. 아가들은 부모님들과 떨어지며 있는 힘껏 울고 아가들과 울며 헤어지는 부모님들은 마음 아파 운다. 나는 아가들을 잘 적응시켜야 한다는 부담감에 가슴으로 운다. 우는 아가들을 안아주고 동화도 들려주고 새로운 놀잇감을 조심스럽게 건네주기도 한다. 조금이라도 눈물을 멈추고 방긋 웃어주면 아가들을 안아주며 아파온 손목 통증은 물리치료 받은 듯 싹 나아진다.


풍선을 손에 쥐고 있다 놓아버리면 아쉬움이 남듯 아가들이 돌아갈 때 좀 더 놀이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게 해주지 못한 건 아닌지 아쉬움이 남는다. 아가들의 눈물과 콧물은 윗옷에 점심시간에 묻은 밥풀이 바지에 눌어붙어 떨어지지 않는다. 마음속 밥풀도 떼기 힘든 날 25년 만에 선생님과의 면담이 있다. 대학교 다닐 때도 교수님을 친근하게 느끼고 싶어 선생님으로 부르기를 좋아했다. 대학 다닐때도 면담을 해보지 못했는데 대학원에서 선생님과 면담을 한다니 의아했지만 한편 여고생처럼 설레였다.


캠퍼스를 걸어가며 잘 떨어지지 않는 바지에 밥풀이 창피해 가방으로 가리며 걸어갔다. 김교수님실 앞에 도착하자 마라톤을 완주한 선수처럼 심장이 뛰고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봄햇살 같은 미소와 따뜻한 말투로 김교수님은 나를 반겨주었다.


"선생님 오시느라 힘드셨죠. 오늘 면담은 대학원에서 궁금한 내용을 물어봐도 되고 어린이집에서 힘든 일 있으시면 상담해도 돼요"


너무도 힘든 하루를 보내서인지 따뜻한 분위기에 녹아내리지 못하고 이글루에 갇혀 있는 에스키모인 같았다.


"아직 1학차라서 대학원 생활을 아는 게 없어서 궁금한 게 없는 거 같아요"


"그러네요. 아직 새내기 학생이라 모를 수 있어요. 신학기라 요즘 힘들죠. 엄마로 선생님으로 학생으로 살아가는 선생님 얼굴에 고단함이 느껴져요. 너무 다 잘하려고 애쓰지 마요. 지금도 잘하고 있으니까요"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말라는 말이 심장에 박혀 갑자기 뭉클한 감정에 작은 눈물이 점점 굵어지며 주룩주룩 내려와 고개를 들 수가 없었


"선생님 참지 말고 울어요. 신학기가 제일 힘들잖아요. 울면 마음이 개운해져요. 내가 안아줄게요. 힘내요."


김교수님이 안아주자 나는 소리 내어 펑펑 우는 아이가 되었다. 울고 나니 정말 마음이 개운해졌다.


"힘들 때 카톡도 하고 전화도 하고 여기 와서 울기도 해요. 선생님 우니까 나도 눈물이 나려고 해요"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짧은 상담을 마치고 나왔다.


학창 시절 힘들 때 어깨를 토닥이며 힘을 주시던 선생님을 만난 것 같았다. 김교수님은 내게 그런 선생님이 되어 주었다. 마음속에 반짝이는 유성이라는 김교수님을 만나 찬란한 빛을 빛나는 만남이 되었다. 참으로 힘든 하루가 참으로 귀한 인연을 만나 윤이 나는 하루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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