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 일어나면 물에 젖은 이불처럼 축축한 체력으로 바뀌고 있어요. 그래서 보양식이 없을까 시장에 다녀가보았답니다. 시장에서 눈에 확 들어온 건 더덕이었죠. 더덕이 기력 회복에 좋다는 건 알고 있지만 더덕이랑 친하지 않아 망설였어요. 우물쭈물하는 저를 보자 배터랑 주인아주머니는 영업을 시작했죠.
"아줌마 요즘 피곤하지요. 더덕이 피로에 최고야. 깐 더덕 사서 고추장이랑 설탕 마늘 넣고 구워서 먹어봐. 내일 벌떡 일어나요"
주인아주머니의 빈틈없는 영업 솜씨에 깐 더덕을 덜컥 구입했답니다. 집에 와서 알았어요. 깐 더덕은 양이 정말 적고 더덕의 생명인 향이 날아간다는 걸요. 조금 수고스럽더라도 까지 않은 더덕을 다음에는 사야겠어요
더덕은 피로감을 느끼고 평소 체력이 약해진 사람에게 기력회복에 최고봉이라고 해요. 자신 없지만 주인아주머니말씀대로 요리해 볼게요.
까칠한 더덕을 굽기 좋게 잘라 방망이가 두드려주어야 부드러운 더덕을 만들 수 있어요. 집에 방망이가 없어서 텀블러로 살살 두드렸답니다.
양념장은 정말 고추장, 설탕 대신 꿀, 마늘, 파만 넣고 냉장고에서 맛있어져라 맛있어져라 주문을 걸고 숙성시켰어요. 하루 있다 꺼내보니 주문이 이루어진 것 같은 매력적인 빨간색의 더덕이 더욱 먹음직스러웠답니다.
이제 구워볼까요
기름을 너무 많이 넣었네요. 고추장과 기름이 만나 프라이팬에서 작은 불꽃놀이가 시작됐어요. 불꽃놀이 덕분에 주방에 온통 기름 범벅을 만들었답니다. 이럴 때 대청소하는 거죠. 향이 조금 날아가긴 했지만 쫀득쪽든 한 쫀드기 먹는 것처럼 자꾸만 손이 가는 맛이었어요.
오늘은 더덕이 양이 적어 저녁반찬으로 먹기로 하고 도라지초무침, 계란말이, 감자조림, 김을 반찬으로 싸주었답니다
저희 집 청소년도 나이를 먹나 봐요. 더덕구이는 엄마 아빠 반찬이라고 쳐다도 안 봤는데 젓가락이 점점 더덕구이로 가네요. 하나씩 먹어보고 쫀득하다며 계속 먹어주니 건강한 음식 먹는 청소년들 보는 것만으로도 흐뭇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