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이야기에는 적어도 두 가지 입장이 있다

내 안에 있는 신이 당신 안에 있는 신을 존중합니다.

by 미지

정신없이 사는 와중에 연휴가 찾아오니 그 빈틈을 비집고 잠재되어 있던 나의 생각이 또다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번 방학에는 학부생 인턴이라는 새로운 이벤트가 있었다. 그리고 새로운 상황에 노출됨에 자연히 따라오는 자극도 있었다.


적게는 같은 나이부터 크게는 네 살 차이가 나는 인턴까지 배경도 나이도 성별도 다른 학생들이었다.

네 살 차이는 궁합도 안 본다는 말은
이제 옛말이다.


글쎄, 네 살 차이면 나와 같이 중고등학교를 같이 다닌 시절도 없을뿐더러 대학교는 바통터치 한 격이다.


연구실에서 학생들과 함께 생활하며 내가 당황하는 일들이 종종 생기곤 했다. 내 상식 기준에서는 벗어난 행동들을 볼 때였다. 꼰대 같은 것일 수도 있지만, 회의시간 정각에 맞춰 헐레벌떡 뛰어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못해도 연구미팅 10분 전까지는 출근을 해야 한다던지 이런 것들 말이다. 연구실도 그렇고 회사도 그렇고, 어딜 가나 우리를 힘들게 만드는 건 사람스트레스다.

나도 이런 생각이 처음은 아니었다. 그간 살아오면서 예상하지 못한 답을 하여 내 말문이 막히게 만드는 동기, 남들 앞에서 무안하게 행동하는 선배 등. 사회생활을 하며 마주친 많은 사람들 중 내 상식을 벗어난 행동을 하는 사람이 참 많다고 생각했다. 화를 내기보다는 그들 대부분을 무례한 사람이라는 범주로 치부하여 최대한 거리를 두려고 노력했다.


한편으로는 주변에 빌런이 없으면
내가 그 사회의 빌런이라는 말을 위안으로
삼으며, 어딜 가나 이런 사람들은 있다는
생각을 하고 지냈다.


그리고 생각보다 내 상식 선에서 행동하는 사람들도 종종 있다. 많진 않지만, 몇 있고 그런 사람들만 보석함처럼 모아 나의 삶을 꾸려가고 있었다. 그 정도면 나는 충분했고, 이미 만족스러운 인간관계였다.


다만, 문득 든 생각은 누가 그 상식의 선을 정했냐는 것이었다.


누군가에게 확실하게 '이건 네가 잘못한 일이야'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사회규율로 정해놓은 것만을 말하는 것 같다. 살인, 사기, 범죄처럼 횡단보도의 신호를 기다리지 않고 빨간불에 건너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렇지만 어느 누구도 회의 10분 전에는
출근을 해야 한다고 정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내 상식밖이라고 생각한 것이 결국엔 내 생각에서 벗어난 것들을 말하는 것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이 생각을 하고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


지금까지 나는 특별히 잘났다고 생각하지도, 오만하게 행동하지도 않았는데, 내 생각에 사로잡혀 나와 다르게 생각하는 모든 사람들을 경멸한 것이 아니었을까. 살아오며 미워했던 수많은 사람들의 얼굴이 스쳐 지나갔다. 내가 스스로를 힘들게 하고 있었던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각자 삶에 기준을 가질 필요는 있다. 그렇지만 내가 옳다고 생각한 것이 타인의 삶에서는 옳은 것이 아니었을 수 있다. 내가 당연하다고 생각한 것이 타인에게는 당연하지 않은 것일 수 있다.


대학을 졸업하며 사회에 나올 때 이와 비슷한 경험을 했던 기억이 있다. 나의 대학생활 이야기가 대다수의 사람들에겐 때론 선망의 대상이, 질투의 대상이 된다는 것을 말이다.

내가 가진 기준, 내가 정한
상식의 잣대가 사라지긴 힘들 것이다.
그 기준이 나의 행동을 정의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 잣대를 가지고 누군가를 평가할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생각을 하고 나니 나의 작은 사회에 얽혀있는 사람들의 얼굴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아직은 자연스럽게 이런 사고가 되는 것은 아니고 조금 시간이 걸리지만, 그래도 타인을 조금은 더 유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누군가 당신의 상식을 벗어난 행동을 하고 그것이 당신을 힘들게 만들고 있다면, 내 상식은 곧 나의 생각에서 벗어난 모든 것을 칭한다는 사실을 되새겨보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