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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무엇이고 나는 누구인가

미술로 보는 사람의 마음

by 미지수

전문적인 지식에 대해 공부를 시작하려고 책을 펼치면 언제나 시작의 설명은 그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과 설명이다. 그러면 사람은 어떠할까. 우리는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세상에 태어나서 육체를 가지고 몇십 년 살다 보면 내가 누구이고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하며 살아가고 있는 걸까. 생각해 보면 나는 철학이라는 학문을 대학교 진학하고 교양 과목으로 신청하면서 알게 되었다. 그 당시의 기억으로는 정말 지루하기 짝이 없었던 학문으로 기억된다. 그다음으로 내가 철학과 심리학을 접하게 된 것은 내가 정신적으로 괴로웠기 때문에 찾아보았는데 그때부터는 흥미롭게 관련 책들을 읽어보기 시작한 것으로 기억된다. 왜냐하면 내가 흥미로웠던 책들은 이해하기 쉬운 단어들과 세상 뜬구름 잡는 이야기가 아닌 나의 삶과 연결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미술 치료란 무엇일까. 먼저 단어의 뜻을 알아야 한다. 대부분의 학문의 시작은 서양에서 시작되었기 때문에 영어의 어원을 설명한다. ‘Art Therapy’ Art는 모두 알고 있듯이 '예술' '미술'의 뜻이고 Therapy는 '주의를 기울이다'를 의미하는 그리스어의 ’therapia’가 결합한 것으로 시각적 예술을 창작하는 과정에서 사람의 심리, 행동의 부적응 상태를 치료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면 나는 오래전부터 그 과정을 아이들과 함께 경험했다고 말할 수 있겠다. 왜냐하면 미술을 지도하면서 그림을 그리기에 앞서 나는 작은 인간들과 많은 대화를 했었다. 그래야만 아이들의 아이디어를 시각적으로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단순한 그리는 기술만 가르치는 것을 개인적으로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이들 내면의 성장 과정에 따라 수업을 진행했었다.


미술 치료의 용어는 1961년 Bulletin of Art Therapy의 창간호 편집자인 Ulman의 논문에서 처음사용되었다고 한다. 미술치료의 이론에 대한 견해를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으며 대표적인 사람으로 Naumburg, Kramer, Ulman 등을 들 수 있다. 나움부르크(Naumburg, 1958)는 치료를 중시하며 ’ 정신치료에서 미술작품은 치료사와 내담자 사이의 전달된 상징적 회화‘라고 보는 것이다 - Art in Therapy 크라머(Kramer, 1958)는 미술을 중시하는 입장으로서 ’ 그림의 치료적 속성이 내담자를 치료한다 ‘고 보았다 - Art as Therapy 울만(Ulman,1961)은 미술심리치료와 치료로써의 미술이라는 입장을 통합하는 견해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어떤 견해를 가지던 미술치료는 심리치료의 이론을 바탕으로 하여 창작활동을 통해서 개인의 심리, 정서적 갈등을 조정, 완화하고, 동시에 자기표현과 승화작용을 통해서 자아성장을 촉진시킬 수 있다. 학자에 따라서 여러 가지 의견들이 있지만 미술 치료는 결국 이미지 표출 과정에 있어서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 기법으로서 타 치료기법과 비교했을 때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미술치료를 반복적으로 시행함에 따라 지금까지 상실, 왜곡, 방어적, 억제되어 있는 상황보다 명확한 자기상, 자기 자신의 세계관을 재발견하여 자기 동일화, 자기실현을 이루도록 돕는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미술치료사는 인간이 표출하는 본능적 미술표현과 그 과정 속에서 스며드는 심리학적 해석을 찾아내서 내담자가 감정적으로 또는 합리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중재하는 것이다. 내담자의 미술작품과 창작 과정과 창작 후의 과정을 통해 내담자의 상태와 문제를 파악하고 이를 경감시키고 개선하여 내담자의 적응적 상태를 형성해 나가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미술 치료의 장점으로는 1. 미술은 심상의 표현이다 2. 미술은 내담자의 방어를 감소시킨다 3. 미술은 구체적 유형의 대상을 즉시 얻을 수 있다 4. 미술은 자료의 영속성이 있어 자신을 회상할 수 있다 5. 미술은 공간성을 지닌다 6. 미술은 창조성과 신체적 에너지를 유발한다 7. 미술 활동은 즐거움과 흥미를 느끼게 한다. 모두 맞는 말입니다. 그림을 그리는 행위는 인간이 태초에 언어가 없었을 때부터 타인과의 의사소통으로 사용되어 왔습니다. 그래서 저의 그림의 주제도 몸의 언어가 된 것이지요. 그래서 저는 그림을 그리고 인간이 춤을 추고 글을 쓰고 악기를 연주하는 기타 등등의 것들을 쏟아내는 열정 즉, 표현하는 행위가 치유의 한 과정이자 나 자신을 알아가는 여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미술 치료의 매체는 미술 도구를 말합니다. 매체를 선택할 때는 두 가지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것은 촉진과 통제라고 하는데요. 내담자의 나이와 상태에 따라 미술 도구를 바꿔가며 내면의 자발성을 촉진할 필요가 있습니다. 신기하게도 미술 선생님이었던 제가 미술 심리 치료를 알기 전에 이와 같이 수업을 진행했었습니다. 그래서 선생님 즉 상담자가 미술 재료의 이해를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연필 같은 경우는 심리적 통제가 높은 재료이기에 충동적인 성향을 가진 아동에게 사용을 하고 젖은 점토 같은 경우에는 심리적 통제가 낮은 재료이기 때문에 경직되고 위축된 아동에게 자기표현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자아경계가 불분명한 아동에게는 심리적 통제가 낮은 재료를 사용하면 그 재료가 충동적인 성향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합니다.


미술 심리 치료 공부를 시작하면서 미술이 오래전부터 저를 치유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지만 전문적 지식으로 접근하니 확실히 알게 되었습니다. 이것을 저는 셀프치료라고 하겠습니다:) 그림을 그리고 음악을 듣고 혹은 연주하고, 글을 쓰고, 여행을 가고, 무엇을 하는 행위들이 인간을 치유하는 행위들이지요. 브런치에서 글을 쓰는 작가님들은 스스로 치유하고 있다는 걸 모두 알고 있겠지요. 그래서 꼬리를 무는 저의 생각은 이렇습니다. 인간은 세상을 살아가면서 관계 속 타인에게서 상처를 받습니다. 안타깝게도 그 시작은 가족이라고 생각합니다. 말하자면 부모이지요. 자신을 제대로 알지 못한 상태에서 자녀를 양육하는 건 좋은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아주 어려운 일이지요. 그래서 그때는 몰랐지만 지금이라도 알았으니 저는 끊임없이 저를 치유하고 배우고 있습니다.


미지수


앙리 마티스 "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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