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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마음대로 해

미술로 보는 사람의 마음

by 미지수

오늘 공부할 내용도 그림 진단 기법 중 하나인데요. 먼저 단어를 읽고 이름이 마음에 든 난화라는 진단 기법입니다. 난화란 ‘긁적거리기(scribble)’ 란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의식적인 인위성보다는 무의식적인 본능의 표출이 강하다는 점에서 아동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합니다. 인간의 삶의 초기에는 무슨 형태이든지 그려보려는 행동을 하는 과정을 거치게 되며, 성인이 되어서도 낙서를 그려본 경험이 있거나 타인이 한 것을 보게 되는데요. 그것은 초조함을 느끼는 경우이거나 자기 혼자만의 자유로운 세계를 가졌으나 남들이 자기를 보지 않는다는 심리적 안정감에서 표출되는 내적인 욕구나 갈등을 해소하는 방법의 하나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유아들의 난화는 성인 사회의 낙서나 낙화의 심리적 투영과 같은 맥락으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빅터 로웬펠드 Victer Lownfeld(1903~1960))는 아동의 이러한 행동이 자유로운 행위에서 표현될 때는 비교적 아동 자신의 직접적인 감정이 나타난 그림의 한 형태로써 표현된다고 합니다. 그는 오스트리아에서 태어나고 미국에서 사망한 미술 교육자였는데요. 그의 아이디어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의 많은 미술 교육자들에게 영향을 미쳤다고 합니다.


우리는 외견상으로 목적 없이 아무렇게나 그린 선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때는 종이에만 그리는 것이 아니라 담벼락, 방바닥, 유리창, 책상 등 닥치는 대로 그리는데 심리학에서는 이러한 특징을 기능적 쾌락이라고 합니다. 그리려 하는 대상을 그린 것이 아니라 그리고 싶은 욕구 자체가 목적이고 즐거운 것이라는 해석을 뜻한다는군요. 옳은 말입니다. 그리는 즐거움이 없다면 왜 그림을 그릴까요? 난화를 그리는 아동의 내적 세계를 억압하거나 성인들의 요구를 지나치게 강요하는데 이러한 개입은 아동들의 정서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욕구를 상실하고 심리적으로 표현력의 결여, 신체적으로 운동 신경을 지배할 수 있는 능력이 저하되므로 결과적으로 미술을 통한 성장과 표현력을 이루기가 어렵다고 합니다.


난화의 기원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살펴볼게요. 난화는 Florence Cane(1882~1952), Margaret Naumburg(1890~1983)가 개발한 기법으로 그림을 그린 사람의 무의식 속에 잠자고 있는 상상을 표출시키고 저항감을 줄이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합니다. 먼저 미국의 미술 교육자였던 케인이 발달시킨 난화는 고착된 사고방식과 정형화된 표현을 변화시키는데 역점을 두었는데요. 이 방법은 우선 자신의 신체를 이용해 부드럽고 크게 움직여서 그 움직임을 통해 허공에 그림을 그리는 것으로부터 시작했다고 합니다. 개인적으로 멋진 방법이라고 생각이 드네요:) 일정한 작업이 끝난 뒤 아동은 눈을 감은 채 큰 종이에 그러한 움직임을 그리게 합니다. 이후 눈을 뜨고 이 그림이 어떤 형태를 연상시키는지 생각해 보고, 자신의 생각에 맞다고 생각되는 선을 그린 다음 다른 선은 지워버리는 작업을 하여 그림을 완성합니다. 이러한 그림은 아동이 초기에 일어나는 난화와 다소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위의 방법은 몇 개의 조직화된 활동을 기초로 하고 있습니다. 첫째, 최초의 움직임에서 부드러운 표현을 통해 정형화된 그림 그리기 습관을 제거한다고 합니다. 두 번째, 아동은 금지된 표현이나 아름다운 표현을 하는데 용기를 가지게 되며 아무렇게 형체를 그리거나 혹은 일시적인 기분을 표현하는 경우도 있지만 특정 대상을 묘사하지는 않습니다. 세 번째, 난화 중에서 이미지를 발견하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렇게나 그린 형태, 구체화된 이미지는 반드시 잠재적, 공상적인 이미지에 부합한다는 사실입니다. 주제는 극히 개인적인 것이 많고 최초의 단계는 이미지의 완성이나 생각의 추적이지만 창조적 작품 그 자체를 완성하는데 의의를 두는데요. 즉, 놀이의 활동과 투사에 의해 생긴 자료가 미술적 커뮤니케이션으로 전환하게 된다고 합니다.


난화를 응용한 전문가들을 설명하겠는데요. 프랭크 아우어바흐 Frank Auerbach(1931~)는 정신병동의 환자가 정신분석 침상에서 스케치북에 난화를 그리게 하였고, Stern(1952)은 내담자가 집에서 자유롭게 예상되는 그림을 그려 분석 시간에 가져오도록 하였다고 합니다. 이것은 상담자가 정신분석적 고찰을 토대로 하여 난화를 그리도록 제한하기 위함이라고 합니다. 난화는 환자가 자신의 비구조화된 자극에 그다음의 상상을 투사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하기 때문이라고 하는군요. 또한 정신 분석학의 저명한 인물인 도널드 위니컷 Donald Winnicott(1896~1971) 은 아동 내담자에게 은유로써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난화기법을 소개했다고 합니다. 이 기법은 상담자와 아동이 함께 하는 것으로 빈 종이 위에 서로 차례로 난화를 만들고 그것에 부가하는 형상을 만들며, 그 형상이 무엇처럼 보이는지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하는데요. 이 기법의 목표는 난화를 그리게 함으로써 내담자가 무엇인가를 풀어놓은 듯한 내적 변화가 발생하게 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이를 통해 아동의 내적 사고와 감정들에 대한 의사소통을 좀 더 원활하게 한다고 하네요. 위니넛은 주관적인 접근으로 아동의 발달단계에 대한 그의 인지-정서적 평가에 기초를 두었고 단기 중재로 1~3회 면담정도만 사용했다고 합니다. 그는 전이와 저항의 문제가 나타나기 시작하기 때문에 이 기법의 장기간 사용은 효과적으로 되지 않을 것이라고 느꼈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Gardner(1971, 1975)와 Kritzberg(1975)는 심리치료에 아동을 위한 은유적인 방법으로 치료적 의사소통을 보다 체계적인 기법들로 발전시켰다고 합니다.


난화의 장점은 내담자의 저항감을 줄이고 내담자 스스로 자신의 문제를 인식하게 해 줍니다. 그리고 자신의 무의식을 의식화시키는데 도움을 준다고 하네요. 정말로 그게 그렇게 쉬울까요?:) 시행방법은 먼저 편안한 마음의 준비를 하고 준비가 되었다면 종이에 직선이나 곡선 어떤 것이라도 자유롭게 그려줍니다. 그리고 그려진 선을 이리저리 돌려 보면서 이미지를 떠올려본 후, 이미지가 떠오르면 선을 더 첨가하거나 색칠을 하여 이미지를 구체화시킵니다. 그리고 내담자는 그림에서 자신이 보내는 메시지를 찾아봅니다. 난화의 응용 방법으로는 첫 번째, 난화 연상 화법(정형적 방법)은 자유롭게 그림 그리는 것에 대한 저항이나 부담감이 있을 경우 최소한의 선이 그려진 그림을 제시하고 연상되는 그림을 그리도록 합니다. 두 번째, 난화 상호이야기법(비정형적 방법)은 치료사와 내담자가 각자의 종이에 자유롭게 선을 그리고 교환하여야 연상되는 그림을 찾습니다. 세 번째로는 먹을 이용한 난화도 있습니다. 응용방법은 상담자의 재량에 따라 그리고 내담자의 상태에 따라 변화를 주면 좋겠네요.


저는 개인적으로 이 진단 기법이 마음에 드는데요. 그런데 사람들 중에 마음대로 그리세요라고 말하면 막연해하는 아동이나 어른들이 많이 있습니다. 난화는 과정 자체가 치유의 과정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특히 난화의 진단 기법이 구체적으로 구조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모든 연령대에 만족감을 줄 수도 있다고 합니다. 저도 아직 해야 할 그림 작업이 많지만 이 난화 작업도 꼭 해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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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titled (Dance) by Keith Haring (1987)

무제(댄스) 키스 해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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