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어떤 미술 치유 기법으로 당신의 상처받은 마음을 열어볼까요. 오늘 공부할 미술 기법은 제가 무척 사랑하는 흙이 원재료인 점토 작업입니다. 저는 미술 기법들을 모두 좋아하지만 특별히 점토 작업을 좋아하지요. 그런데 정확히 말하자면 점토 작업에서 사용하는 흙은 자연에서 채취한 그대로의 소재는 아닙니다. 미술 기법에 따라 다양한 성분을 섞고 가공을 한 배합토인데 주로 화성암계 점토로 고령토가 대표적이고 화장품의 원료로도 쓰이는 장석이 많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퇴적암계 점토는 진흙과 같이 유기물이 포함되어 있고 규산과 알루미늄도 포함되어 있다고 합니다. 그래도 흙이라는 소재는 땅에서 얻은 자연물이기 때문에 가장 인간친화적인 미술 매체입니다. 만들기 쉽고 마음대로 되는 점토의 성질은 점토를 힘껏 쥐고, 굴리고, 형태를 만들려는 충동에 의해 깊은 인간의 내면을 끌어냅니다. 특히, 손으로 만져서 작품을 제작하게 되므로 촉지각이 매우 중요한 심리 작용을 하게 되는데요. 하지만 점토 작업은 그림 작업만큼 표현이 자유롭지 못한 면이 있어서 형체의 표현이 제한된 범위 안에서 이루어집니다. 그래서 세밀한 구성이나 섬세한 부분에서는 표현이 불가능한 것도 있습니다. 그러나 독자적인 기법에 의하여 재질과 구성의 효과에 따라 무한한 변화와 깊은 내적 세계를 표현할 수 있습니다. 점토 작업의 매체들은 점토, 지점토, 종이죽, 유토, 그 외에 손에 묻지 않는 컬러 믹스나 컬러 점토, 밀가루 점토 등 다양한 종류가 있습니다. 물리적 속성은 재료 특성상 약간의 차이가 있으나 점토의 심리적 속성 중 가장 큰 특징인 점성과 가소성, 유희성 등을 가진다는 측면에서 유사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점토의 물리적, 심리적 속성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고 나머지 점토 매체들은 재료의 특징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인류는 점토를 이용해 집을 만들고 그릇, 인형 등 인간이 살면서 필요한 여러 가지 것들을 만들면서 흙은 인간에게 가장 친밀하게 느끼는 재료가 되었습니다. 우리는 어린 시절에 흙을 가지고 놀았던 즐거운 기억 하나쯤은 가지고 있을 텐데요. 빅터 로웬펠드(Victer Lownfeld 1903~1960)는 아동이 접할 수 있는 입체적인 미술 재료는 많지만, 아동 표현의 발달단계를 알기 위해서는 아동의 생각과 느낌, 정서와 미적 감각 등이 자유롭게 표현될 수 있는 재료여야 하므로 입체 표현의 발달 과정을 파악할 수 있는 재료에는 점토가 가장 적당하다고 말했습니다. 점토는 손의 움직임에 쉽게 반응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즉, 형태가 만지는 대로 자유롭게 변화하는 가소성(Plasticity)은 아동의 생각과 느낌을 어떤 재료들보다도 잘 표현합니다. 또한 점토는 점성(Viscosity)을 가지고 있어 붙이거나 떼기, 파내기 등이 가능하며, 촉감이 뛰어나다는 특성들 때문에 아동들은 만들기 재료 중 점토를 좋아합니다. 그뿐 아니라 점토를 가지고 노는 동안 아동들은 즐거움(Enjoyment)을 느낄 수 있기에 심리적으로 안정감이 지속됩니다.
점토가 주는 심리적 특성에 대해 좀 더 살펴보겠는데요. 점토 활동을 하다 보면 재밌고 흥분된 상태를 경험하게 되는데 이는 신체적으로 에너지가 발생하면서 감정 변화가 일어났음을 의미합니다. 이런 유희적인 요소는 순간순간 나타내는 즉흥적인 정서 표현을 가능하게 하고 이러한 행위들이 창조적인 표현으로 연결됩니다. 점토는 실제 공간 속에서 이루어지는 활동이므로 회화에서 사용하는 종이의 빈자리보다 더 상징적일 수 있는데, 그것은 내담자의 심리적, 물리적 투사일 뿐 아니라, 내담자와 함께 지금-여기(Here-Now)에 존재하고 있음을 직접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이 점토는 내담자의 어떤 것도 거부하지 않고 문제를 표현하도록 허락할 뿐 아니라 내담자의 사건이나 기억을 있는 그대로 기록하고, 반영하며, 심지어 그것들을 재구성하도록 수용합니다. 점토의 촉각적인 경험은 공격하는 행위 외에도 장난을 좋아하는 탐구적인 태도를 수용하게 만든다고 하네요. 본능적으로 나타내는 공격성을 점토에 반복적으로 표현함으로써 잠재적으로 퇴행시키고, 그 과정을 통해 새로운 모습으로 변화할 수 있음을 수용하고 통합하게 합니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점토의 형태가 자유롭게 변형되고,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바뀌거나 파괴되기도 하는 점토의 점성과 가소성 때문인데요. 그래서 내담자의 경험과 감정이 재변형, 재구조화될 수 있는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습기로 변형이 가능한 점토는 부서지고 깨지기 쉬우며 반대로 단단해지는 특성으로 인해 작업하는 과정에서 은유적으로 가슴 아픈 경험을 드러내기도 하고 또한 단단하게 굳는 점토를 보며 심리적인 저항적 요소를 경험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점토가 아무리 좋은 재료라 할지라도 어떤 이들에게는 불편함을 줄 수 있습니다. 예컨대 손에 묻는 것을 싫어하는 내담자에게는 점토의 끈적한 촉감이 거부감을 일으켜 실시에 용이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또한 점토가 건조된 후 갈라지거나 떨어질 수 있어 내담자에게 실망감을 주기도 하고 산만한 아동이나 충동적인 아동에게는 흥분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통제의 효과가 떨어짐을 유념해야 합니다.
점토와 유사한 매체에 대해 살펴보겠는데요. 먼저 지점토는 종이를 펄프와 같이 갠 다음 풀에 반죽하여 만든 재료인데 물을 섞으면 질어지고 마르면 딱딱하게 굳습니다. 물기가 적절하지 않으면 빨리 굳어 오랫동안 탐색하면서 작업을 할 수 없으므로 아동의 조형 활동을 방해하고 질감 표현에 한계가 있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점토작업과 마찬가지로 아동에게 적절한 근육운동과 감각적 경험을 제공하며 굳으면 쉽게 부서지지 않고 오래 보관할 수 있고 아동이 마음대로 채색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종이 죽은 기존 제품을 사용하거나 신문지를 잘게 찢어 물에 불려 만들어 사용할 수 있고 건조되면 물감을 이용해 채색을 할 수 있습니다. 유토는 흙가루를 올리브유나 피마자유, 콩기름, 모빌 기름에 반죽한 것입니다. 유토는 잘 굳지 않고 만든 것을 부수어 다시 사용할 수 있으며 주변이 비교적 더러워지지 않고 작업활동을 할 수 있습니다. 반면 열을 가하면 굳지 않아서 완성 작품에 채색을 할 수 없는 점과 완성 작품이 외부의 미약한 힘에도 변형하는 등의 단점이 있습니다. 밀가루 점토는 밀가루, 물, 소금, 식용 색소, 식용유를 넣고 섞은 다음 덩어리가 없도록 계속 주물러서 만듭니다. 건조하면 굳어져서 채색이 가능하고 자연 점토보다 깨끗하여 소극적인 아동이나 결벽증 아동 또는 지적장애 아동이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컬러 점토는 점토와 지점토의 대용으로 사용하며 점토에 색이 가미되어 있어서 별도로 채색이 필요 없습니다. 물에 끓이면 지우개로도 사용 가능하고 마감재를 바르면 오래 보관할 수 있습니다. 석고는 주로 물과 1:1의 비율로 섞어 사용하며 굳힌 석고가루에 조각칼로 원하는 모양을 조형할 수 있습니다. 건조시간은 1분 이내로 매우 짧고 건조하면서 열이 발생합니다. 석고 붕대는 인체의 부분을 그대로 본뜨는 순간 조형 제작에 좋습니다. 제작이 쉽고 건조가 빠르며 건조하면서 열이 발생하므로 석고와 같이 피부 화상에 주의해야 합니다.
점토나 찰흙은 내담자에게 감정의 이완을 줄 수 있는 효과적인 미술 매체입니다. 따라서 이완이 필요한 내담자에게는 적절하지만 미술 치료에 대한 긴장이 높거나 완고한 성향을 지닌 성인 내담자에게는 처음부터 갑작스레 점토나 찰흙을 사용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또한 조현병 환자들에게 점토나 찰흙 사용을 시도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닙니다. 상담자는 매체가 지닌 유연성을 잘 참조하여 내담자에게 자유롭게 점토 작업을 유도하는 것이 좋으며 상담자가 내담자에게 점토 작업의 주제를 주어도 좋습니다. 모든 미술 치유는 내담자의 상태를 고려하여 적절한 미술 기법을 사용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저는 유난히 점토 작업을 좋아하는데요. 어린 시절 찰흙으로 무언가를 만들면서 느껴지는 촉감을 무척 좋아했습니다. 그때는 왜 좋아하는지 이유를 몰랐지만 지금은 저에 대한 공부를 열심히 해서인지 그 이유를 알고 있습니다:) 오늘 꼬리를 무는 생각은 이렇습니다. 우리는 어릴 때 모래 놀이를 좋아하며 놀다가 성인이 되고 잠시 흙놀이를 잊어버립니다. 그러다가 노년기에 접어들면서 다시 흙놀이가 하고 싶어 지는데요. 물론 사람의 성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많은 어르신들이 정원을 가꾸고 텃밭을 가꾸는 것이 저는 우연이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인간이 흙에서 태어났으니 흙으로 돌아가기 위한 준비를 하는 모습처럼 보이니까요. 그리고 언젠가 저도 흙놀이를 다시 할 생각입니다:)
x
Artist’s Studio “The dance” by Roy Lichtenstein 1974
아티스트 스튜디오“댄스” 로이 리히텐슈타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