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기법에 있어 그림 공간이 가지는 의미나 그 유한성을 고찰하는 것은 임상적으로 중요합니다. 치료 공간이나 그림 그리는 공간이 무한히 넓은 공간이 아니라 일정한 한계를 가지고 있으므로 치료가 된다고 말할 수 있는데요. Dora Kaiff(1904~1990) 도라 칼프는 치료공간에서 “자유인 동시에 보호받는 하나의 어떤 공간을 우리의 관계 속으로 이끌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과 “에너지의 변화는 개인이 가진 제한된 내부에서 효과적으로 일으킬 수 있다.”라고 말하고 적당한 제한이 심리치료에 필요하다고 역설하였다고 합니다. 그리하여 도라 칼프의 주장을 받아들여 나카이 히사오는 테두리법을 고안해 냈습니다. 또 Burns, R.C. 번즈는 대칭의 구조를 가진 상징의 중심화를 나타내는 만다라에 주목하여 그 응용으로 원 테두리를 사용한 동그라미 중심 가족화를 고안한 것을 앞장에서 공부하였습니다. 이 두 기법의 공통점은 그림 공간 속에 일정한 테두리를 설정하여 그림 공간이 가지는 유한성을 강조하고 내담자의 그림 행동을 촉진하기 위함이기도 합니다. 원 형태는 우리 세계 속에서 가장 상징성이 풍부한 형태입니다. 주로 신성한 것이나 만물의 기원의 상징으로써 사용되었는데요. 이와 같은 원형은 그림의 상징성이나 그림 공간을 생각하는데 중요한 요소입니다.
그래서 오늘 공부할 내용은 원형의 테두리를 만들어 공간을 이용해 그림을 그리는 계란화와 동굴화입니다. 이 두 기법에 이용되는 타원 테두리는 첫째, 자유로운 표현을 촉진하는 보호성, 유한성을 창출하여 내담자에게 심리적으로 안정된 이미지를 줄 수 있으며, 둘째, 적당한 여백공간이 있고, 셋째, 타원 테두리의 중심은 2점이 있으므로 원 테두리만큼 중심화 경향이 적으며, 넷째, ‘계란‘ 이나 ‘동굴‘이라는 의미나 상징성을 가진 테두리로 지시를 받아 그림의 이미지에 자극 동기를 부여한다는 의의를 가집니다. 먼저, 계란화에 대해 살펴보면, 계란화는 계란이라고 하는 물체 이미지를 자극하며 시작됩니다. 타원 테두리 내측에 초점을 두어 계란을 발견하고 파괴시켜 새롭게 탄생하는 과정을 그림의 공간에 표현하는 것입니다. 계란화의 특징은 타원 테두리 공간 파괴에 내담자가 참가하여 내담자와 치료자 쌍방이 예측하지 못한 새로운 것이 탄생하는 것을 묘사하는 것입니다. 계란의 금은 내담자의 현재 심리적 에너지 강도를 나타낸다고 하네요. 실시 방법을 대략 적어보겠습니다. 첫째, 상담사가 용지에 계란 모양의 큰 타원을 그려줍니다. 둘째, 상담사가 내담자에게 무엇으로 보이는지 묻고 대답을 하지 못한다면 계란이라고 얘기해 줍니다. 셋째, 상담사는 계란에서 무엇이 태어나려고 하니 내담자에게 금을 그려 태어나는 것을 도와주라고 말합니다. 넷째, 내담자에게 무엇이 태어날 것인지 묻고 이야기를 주고받습니다. 다섯째, 상담사는 내담자에게 이것은 그림 계란으로 무엇이든 태어날 수 있다고 말해줍니다. 그리고 당신이 금을 넣어 주었기 때문에 당신의 계란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계란으로부터 나오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을 계란껍데기와 함께 그려주세요라고 말합니다. 여섯째, 채색을 하여도 좋다고 하고 그림을 완성하면 테스트는 끝이 납니다. 그런 다음, 그림을 보며 상담사는 내담자와 이야기를 편하게 하면 되는데요. 계란화에서 표현되는 것은 구체적인 것이 많으므로 해석할 필요는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계란에서 나오는 것이 구체적인 것이 아닐 경우 구체화시키는 언어화 작업이 필요합니다.
다음으로 동굴화를 살펴보겠는데요. 동굴화는 타원 테두리 공간을 동굴 입구로 가정합니다. 이는 상담사가 내담자에게 동굴 속에서 바깥세계를 바라보게 하여 바깥 풍경을 그리게 하는 것입니다. 계란화는 물체 이미지를 자극하는 반면, 동굴화는 공간 이미지를 자극하고, 타원 테두리 내, 외측 양측에 초점을 두어, 외측의 여백 공간이 나타내는 내담자의 심리상태를 관찰할 필요가 있습니다. 즉, 타원 안에는 내담자가 원하는 풍경을 그리게 하고, 타원 바깥으로는 내담자가 살고 있는 세계 혹은 좋아하는 색깔로 색을 칠하면 됩니다. 그림이 완성되면 상담사는 동굴화 그림을 이해하기 위해서 필요한 질문을 하고 그림에서 표현된 사물에 대한 언어화 작업을 합니다. 그리고 계란화와 동굴화를 따로 시행해도 되나, 계란화와 같이 시행할 경우 계란화를 먼저 그리고 동굴화를 그리는 순서로 진행합니다.
계란화와 동굴화, 모두 재미있는 주제로 사람의 마음을 살펴보는 방법인데요. 계란화의 경우 저는 글을 쓰면서 새끼 용을 머릿속으로 그림을 그렸는데요. 저에게 상징적인 그림을 그리라고 하면 저는 언제나 몸집이 크고 힘이 센 녀석을 이미지로 상상합니다. 여전히 나를 안정적으로 지켜줄 외부의 무언가를 바라는데:) 음,,, 언젠가 제 안의 내면아이를 좀 더 키우면 몸집이 큰 상징적인 이미지들이 사라지고 유유자적 저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편안한 모습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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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ted Dancer in Pink Tights by Henri de Toulouse-Lautrec, 18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