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명의 내면아이

작가노트 정리

by 미지수

작년에 브런치에서 글을 쓰면서 아이디어 스케치를 하고 그림으로 그렸던 “느끼는 여자의 어린 시절” 브런치 북은 나의 내면 아이 치료 과정의 마지막 단계였다. 내면 아이란 신체적 성장과는 달리, 정서적으로 부모에게 상처를 받았던 어린아이의 모습을 그대로 성인이 되어서도 가지고 있는 모습이 바로 내면 아이라고 한다. 지금은 브런치 북을 삭제했지만 나의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를 글과 그림으로 정화 작업을 한 느낌이 들어서 좋았었다. 그렇게 29개의 이야기에 그림 한 장씩 그려서 29명의 내면 아이가 그려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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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아이 치료의 전체 과정은 4단계로 진행된다. 외상에 다시 대면하기-비탄의 과정 시작하기-내면아이 양육하기-원더 차일드 해방하기, 이렇게 4가지의 단계로 이루어져 있다. 작년에 나는 4단계의 마지막 과정이었다고 생각한다. 각 단계를 간략히 설명하자면 1단계, 외상에 다시 대면하기는 유년기의 외상에 대해 내담자와 치료사가 깊이 있는 대화와 회고를 통해 탐색해 나가는 과정이다. 이를 통해 내담자는 자신이 오래전에 겪었던 정서적 상실과 비탄의 존재를 깨닫게 된다. 그리고 현재 내담자가 겪을 수 있는 정서적 고통들과 유년기의 외상적인 경험들이 연관되어 있다는 걸 알게 되는 단계이다. 2단계, 비탄의 과정 시작하기는 치료사가 내담자의 유년기 시절의 고통을 재경 험하도록 촉진한다. 그러나 이때는 어린아이가 아닌 성인으로서 동일한 외상적 사건을 다시 경험한다는 차이가 있다. 치료사는 내담자가 느끼는 비탄을 확증해 주고 아직 너무 어렸던 내면아이가 해당 사건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여 상처 입은 처지에 놓였음을 깨닫게 하는 단계이다. 3단계, 내면아이 양육하기는 내담자가 외상적인 사건에 대해 새롭게 긍정적 서사를 만들게 되며, 과거의 역기능적인 행동패턴을 깨는 건강한 관계를 형성하는데 초점을 맞춘다. 4단계, 원더 차일드 해방하기는 치료의 마지막 단계로 언제든지 자신의 내면아이와 만나서 대화하고 건강한 관계를 이어갈 수 있으며 내면아이의 진실된 느낌과 갈망을 이해하고, 이를 통해 내면아이를 창의적인 ‘원더 차일드’로서 해방시킬 수 있게 된다.


나는 2단계 과정이 너무 길었기 때문에 삶에서 여러 가지 사건들이 생겨났고 3단계와 4단계 과정이 연달아 진행되면서 나의 존재가 성장이란 걸 하게 된 거 같다. 마지막 단계에서 뇌과학에 관한 심리학 책을 읽게 되었는데 현대 신경 과학 또는 의학 심리에서는 아동 학대와 방임, 그에 준하는 정서적, 심리적 학대와 트라우마, 스트레스는 물론이고 반복적으로 엄격하고, 혹독한 양육을 하는 것 또한 심각한 아동 학대와 같은 뇌의 해부학적 변화가 일어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다고 한다. 즉, 부모의 엄격한 혹은 가혹한 양육 방식이 아이의 사회적, 심리적 정서 발달에 나쁜 영향을 줄 뿐 아니라 두뇌 구조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아동 학대와 그에 준하는 스트레스가 아이의 대뇌 전두엽과 편도체 등의 뇌부위를 물리적, 해부학적으로 변화시키고 그와 연관되어 불안과 우울 등의 병리학적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사실이 신뢰 가능한 연구와 실험을 통해 밝혀졌다.


그래서 29명의 내면아이를 그린 후 이제 인간을 그릴 때 외면에서 내면을 들여다보며 그림 작업을 하게 되었고 심리학 책을 통해 추상화 그림의 주제를 찾아가고 그림 스타일은 아름다워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무서운 잔혹 동화가 되고 있다. 인생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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