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인간 알기

인간은 자기 자신이 되기 위해 많은 연습이 필요하다

인간 알기

by 미지수

우리는 자아를 가지고 이 세상에 오지만 그 자아는 충분히 발달한 정체성이라기보다는 하나의 잠재 가능성에 불과하다.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자아를 형성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주어진 역할을 잘 해냈을 때 우리는 처음으로 자존감을 느낀다. 따라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선택하는 것은 자신의 정체성을 결정하는 첫걸음이다. 예를 들어, 좋은 학생이 되기 위해 노력할지 말지, 능력 있고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 될지, 두려움 없고 앞일을 걱정하지 않는 모험가, 어머니처럼 잘 돌봐주는 역할 등 그리고 미술을 공부할 것인가 과학을 전공할 것인가 모두 선택의 문제이다. 이 모든 역할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 자신에게 맞는지 안 맞는지 시도해 보면서 진정한 자신에 대한 시각을 가질 수 있다.


역할을 잘 해내면 자존감이 높아져서 그 역할과 별개로 ‘ 나는 누구인가’에 대해 좀 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질 수 있게 된다. 아니면 스스로 너무 높은 기준을 설정한 나머지 자신이 하는 모든 일에 불만족하고 심한 우울증에 빠질 수도 있다. 이때는 상황의 본질을 이해하는 심리 치료사나 친구의 도움을 받아, 그 위기를 자신의 사회적 역할 밖 자아를 발견하는 기회로 삼을 수 있다. 이런 식으로 계속 성장해 나가다 보면 어느 순간 자신의 본질은 자신이 수행하는 역할과 다르다는 것을 자각하기 시작한다. 처음에 좋게 여겼던 역할이 차츰 공허하게 느껴질 때 우리는 구분하기 시작한다. 사실 이것은 이제 세상의 관념에 따라 선택하지 않고 자신이 정말로 원하는 것을 주장하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우리는 스물두세 살, 즉 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정한 당시는 경험도 많지 않았고 자신이 진정 무엇을 원하는지 그다지 명확하지 않았다. 그 선택들이 더 나은 사람으로 도와준 것은 사실이나 남은 생을 그 선택에 따라 살아야만 하는 세상의 기대는 자유롭게 새로운 삶을 선택하는데 걸림돌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역설적이지만 부모나 직장인으로서의 책임감과 개인적 탐구 사이의 도저히 해결될 것처럼 보이지 않던 갈등을 해결할 때 우리는 진정한 자신을 더 온전히 발견하게 된다. 타인을 돌보는 일과 자기 존재에 대한 책임이 조화를 이루도록 순간순간 결정을 내리는 과정 속에서 자신을 알아 나가는 것이다. 그것이 성장하는 것이다.


방랑이 필요한 시기에 방랑을 하지 않을 때 나타나는 또 다른 현상은 몸이 아픈 것이다. 자신이 처해 있는 상황이 반복되는 것을 중단시키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아프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자기 자신으로 존재하는데 좀 더 익숙해지면 그럴 필요가 없어진다. 방랑자는 궁극적으로 우리에게 ‘자기 자신이 될 것’, 매 순간 온전히 자기 자신에게 진실할 것을 가르쳐 준다. 이를 위해선 많은 연습이 필요하며, 모든 관계 속에서 자신의 몸과 마음, 그리고 자신의 정신, 영혼과 늘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 그렇게 하는 한, 크게 분노를 폭발시킬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자기 자신으로 살기 위해 방랑자 원형이 인생에서 크게 지나갈 때 몸이 아프기 시작했었다. 자기 자신으로 살기 위해 방랑자 원형이 발현되었고 모든 첫 시도가 그렇듯, 서툴고 통제가 되어 보이지 않고 눈에 띄게 잘못되어 보였다. 자신이 누구인지 발견할 책임이 스스로에게 있다는 것을 누군가가 일깨워 주었으면 좋았겠지만 나에게는 도움을 줄 만한 지혜로운 사람은 주위에 없었다. 이브가 새로운 세계의 탐험을 적극적으로 선택하는 대신 규칙을 어겨 에덴동산에서 추방당한 것처럼 될 수도 있다는 글에서 미소 짓는 지금의 나를 바라보게 되어 감사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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