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특별한 수업 9

우리들의 미술교실

by 미지수

저는 지금 성인 발달 장애인들에게 미술을 가르치며 제가 그들의 마음을 잘 알아채고 저를 살펴보기 위해 글을 쓰고 있습니다. 이번 미술 수업은 제자 1, 제자 3, 제자 4 그리고 새로 만난 제자 5와 보조 선생님과 함께 했습니다. 날씨가 더운데도 불구하고 모두 그림이 좋아서 미술교실에 찾아오는 제자들의 모습이 저는 참 기특하고 예뻤습니다. 제자 1은 오랜만에 그림을 그리기 위해 미술교실에 왔습니다. 2024년도 미술교실을 다시 시작하면서 제자 1은 작년에 그린 완성이 되지 않은 그림을 대충 완성시켰습니다. 제자 1은 그림 실력이 상당히 좋습니다. 하지만 제자 1은 그림 그리는 날의 기분에 따라 그림 실력이 좋았다 나빴다 합니다. 그날은 기분이 좋지 않았던지 제자 1은 성의 없는 그림을 그렸습니다. 저는 제자 1이 대충 그린 그림을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그 그림 위에 물감을 덮어 다른 그림을 그리자고 이야기하였습니다. 저는 단순히 성의 없는 그림이 그려진 캔버스가 아까웠고 캔버스를 다시 사용하고 싶었습니다. 네, 제가 실수를 했습니다. 제자 1이 정성껏 그리지 않았어도 시간을 들여 그린 그림을 저는 제자 1에게 지워버리게 한 것이지요. 그 기분 저도 압니다... 반성합니다. 제자 1은 현재 심리적 상태가 좋지 않은데 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그래서 이번 시간에는 미술놀이를 하였습니다. 수채화 물감을 큰 종이에 뿌리고 오일파스텔로 다양한 색을 칠했습니다. 재밌는 추상화 그림이 나왔네요. 그리고 전시회에 사용할 별도 그렸습니다.


제자 3은 지난번 시간에 그린 추상화 그림에 조금 더 색을 정성껏 칠했으면 좋겠다고 말하여 제자 3은 과슈 아크릴 물감으로 색을 칠하고 있습니다. 지난번 시간에 캔버스에 수채화 물감으로 색을 칠했습니다. 사실 캔버스에 수채화 물감은 잘 착색이 되지 않습니다. 제자 3이 사용하기에 팔레트에 짜놓은 수채화 물감이 더 편리하나 색의 농도와 깊이감 있는 그림을 위해서 과슈 아크릴 물감을 사용하는 게 나을 듯싶습니다. 물감을 뿌리거나 미술놀이를 할 때는 잘 지워지는 수채화 물감을 사용하고 색을 칠할 때는 아크릴 물감을 사용해야겠습니다.


제자 4는 지난번 미술 시간에 그리던 반려묘를 그리고 있습니다. 선을 섬세하고 꼼꼼하게 사용하면서 스케치를 완성했습니다. 나이 좀 있으신 제자 4는 사진과 똑같이 그리지 못한 자신의 그림을 보면서 아쉬워하였습니다. 음,,, 그래서 미술 선생님인 제가 생각하는 현대미술은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자신을 표현하는 그림을 그리자! 똑같이 그리는 건 AI가 그려도 된다! 기타 등등... 꼼꼼한 제자 4는 독특한 색감으로 수채화 물감을 사용하여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음,,, 좋습니다!


새로 들어온 제자 5는 그림 그리던 제자입니다. 그래서 아무거나 그려보라고 하였고 이미지를 잘 찾아내 그림을 오일 파스텔로 그렸습니다. 연필로 스케치하는 모습이 자연스럽습니다. 재밌는 구도로 그림을 그렸는데 표현하기 어려운 부분에서 혼란스러워하더니 그림이 전체적으로 지저분해졌습니다. 그러면서 그 부분이 마음에 안 들었던지 포기하는 모습을 보여 선을 규칙적으로 그려 정리하면서 그림을 그리면 어떨까요? 하였더니 조금 그리다가 또 포기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래서 제가 살짝 도움을 주었고 첫 시간이라 오랫동안 집중하는 게 힘들었던지 다음 수업시간에 완성시키겠다는 말을 하고 수업 마치는 시간보다 조금 일찍 정리를 하였습니다. 그림을 그리는 과정도 어찌 보면 삶과 비슷해 보입니다. 그림을 그리다 보면 마음에 안 드는 순간이 생기는데 그때 포기하지 않고 미친 듯이 그림에 몰입하면 자신만의 그림 스타일이 만들어집니다. 그 순간을 버티고 생각하고 쭈욱 갈 것이냐 아니면 포기할 것이냐의 길에 서있는 건 언제나 자신의 몫입니다. 모두 화이팅!


그럼 오늘도 좋은 하루:)


x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