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지금 발달 장애인들에게 미술을 가르치며 제가 그들의 마음을 잘 알아채고 저를 살펴보기 위해 글을 쓰고 있습니다. 이번 미술 수업에는 하트 보물 상자를 그리고 있는 제자 1, 새로운 방법으로 추상화를 그리는 제자 2, 장미 넝쿨 숲을 상상으로 그리고 있는 제자 3과 보조 선생님 그리고 제가 함께 했습니다.
제자 1은 보조 선생님과 미술 교실에 일찍 도착해 그림을 그리고 있었습니다. 제자 1이 스스로 그림을 그리는 아름다운 모습을 오랜만에 봐서 그런지 제가 아주 많이 칭찬을 해주었습니다. 하트 보물 상자 그림은 거의 마무리 단계입니다. 채색이 미흡한 부분을 꼼꼼히 칠해주는 과정이 남았는데 도와달라고 저를 계속 부릅니다. 그래서 저는 제자 1에게 너의 그림이고 네가 마무리를 해야 한다고 제가 대충 채색을 도와주면 그 부분에 대해 불만을 말합니다:) 그림 한 장을 그리는 과정은 삶의 이치와 같습니다. 하얀 캔버스에 나만의 스타일로 그림을 그리고 중간에 마음에 안 들기도 하고 삐뚤어지기도 하지만 자신이 스스로 마무리해야 그림이 자신의 그림이 됩니다. 어떻게 보면 그림 그리는 과정은 우리의 삶과 많이 비슷하게 느껴집니다.
제자 2는 지난번 시간에 그린 추상화 대지 그림에 바니쉬를 칠해 마무리하였고 이번 시간에는 물감을 뿌리는 방식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추상화 그림을 시도하고 싶어서 미술 도구들을 찾아보다가 작은 고무 밀대를 발견했습니다. 그래서 제자 2에게 오늘은 이 밀대로 그림을 그릴 예정인데 무엇을 그리고 싶은지 물어봤습니다. 그래서 제자 2는 핸드폰을 뒤지며 가족들과 산에 놀러 간 사진을 저에게 보여줍니다. 음, 그럼 산을 그릴까 물어보니 좋다고 말합니다. 초록색을 유난히 좋아하는 제자 2는 왠지 산이 잘 어울립니다. 밀대로 산을 그리는 것이 물감을 뿌려서 그림을 그리는 것보다 더 재미있다고 말합니다. 느낌이 좋아서 그림 주제를 산을 선택해서 밀대로 추상화 그림을 계속 그려봐야겠습니다.
제자 3은 두 달 전에 그리기 시작한 장미 넝쿨 숲을 다시 수정하고 있습니다. 제가 포기하지 말라고 용기를 주었고 다른 그림을 그리는 제자 3 주변에 장미 넝쿨 그림을 두어 자신의 그림을 제자 3이 계속 지켜보게 했습니다. 그림을 그리면서 자신의 의도대로 되지 않을 때 중간에 하기 싫을 때가 있습니다. 그러면 저는 가만히 그림을 두고 다른 그림을 그리면서 천천히 그 그림을 어떻게 할지 고민합니다. 그런 다음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다양한 방법으로 그림을 다시 수정합니다. 물론 그림을 엎고 다시 그릴 때도 있지만 기절한 사람에 다시 숨을 불어넣듯이 그림에도 제 숨을 다시 불어넣습니다. 그래서 살릴 수도 있지만 운명할 수도 있습니다. 그건 시도해 봐야 아니까요.
오늘도 좋은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