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미술교실 228
저는 지금 성인 발달 장애인들에게 미술을 가르치며 제가 그들의 마음을 잘 알아채고 저를 살펴보기 위해 글을 쓰고 있습니다. 이번 미술수업은 기계내부를 그리다가 장미꽃을 그리는 제자 2, 수채화 물감으로 동백꽃 그리기를 마무리하고 튤립을 연필로 스케치하고 있는 제자 3과 음식을 주제로 그림을 그리는 제자 4 그리고 보조 선생님과 제가 함께 했습니다.
제자 2가 그리는 기계 내부의 형태는 모양이 복잡해서 그림 그리기 재밌는 주제입니다. 복잡하고 특이한 모양들을 자신의 시각에서 형태를 바라보고 그림으로 표현하는 제자 2의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일반인들은 사물의 형태를 똑같이 그리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합니다. 하지만 발달 장애인들은 극히 일부를 제외하곤 사물의 형태를 똑같이 그리기 위해 연습하는 건 의미 없는 방법입니다. 그리고 제자 2는 시간이 지날수록 다른 주제를 그릴 때처럼 한 주제를 그리다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그렸던 그림 주제에 대해 흥미를 잃어갑니다. 그래서 다른 교육생들의 그림을 보고 꽃을 그리고 싶다고 하여 장미꽃을 그립니다. 봄이니까 저도 왠지 꽃에 마음이 가네요:) 예술가가 같은 주제로 그림을 그리면서 자신의 그림 스타일을 만들어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저를 예로 들자면 저의 그림 주제는 인간입니다. 그래서 그림의 주제는 인간이고 콜랙션을 만들어 각각 시리즈를 만들면서 그림 작업을 합니다. 그림 주제에 대한 자신만의 확고한 아이디어와 이야기가 있어야 하는데 제자들이 그런 과정을 해낼 수 있을지 왠지 생각이 복잡해지는 그런 날입니다:)
제자 3은 형태를 그리지 않고 그림을 그리는 게 불편했는지 이번에는 튤립 형태를 간단하게 스케치하고 채색을 하고 있습니다. 그림 그리는 게 어느 정도 편안해진 제자 3은 그림주제도 미리 생각해 오고 그림 그리는 과정에서 마무리 작업까지 스스로 알아서 합니다. 이제는 다양하게 그림을 그리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그림 주제를 찾아서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면 언젠가 예술가로 거듭나는 날이 오겠지요:)
제자 4가 그림을 그릴 때 성의 없이 그림을 그리는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예를 들어 인간이 밥을 먹을 때 허기를 채우기 위함과 맛을 느끼면서 먹는 것은 차이가 있습니다. 물론, 바쁘게 살다 보면 그 모든 섬세한 감정을 느끼기 어려운 날들도 많지만 되도록이면 그 느낌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서 노력해야 합니다. 언젠간 제자 4가 그림의 맛을 느끼면서 그림을 그리는 날이 오기를 바랍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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