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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수업 56

우리들의 미술교실 44

by 미지수

저는 지금 성인 발달 장애인들에게 미술을 가르치며 제가 그들의 마음을 잘 알아채고 저를 살펴보기 위해 글을 쓰고 있습니다. 이번 미술수업은 꽃병에 담긴 꽃을 그리는 제자 1, 장미꽃을 추상화 느낌으로 그리는 제자 2와 계단을 올라가는 수행자의 뒷모습을 그리는 제자 3, 장미 한 송이를 아크릴 물감으로 그리는 제자 4, 인간의 고통을 사계절로 그리는 제자 5, 오랜만에 수업에 다시 참여하여 오일 파스텔로 아이의 얼굴을 그린 제자 6 그리고 새로 참여하는 제자 7과 보조 선생님과 제가 함께 했습니다.


제자 1은 꽃병에 담긴 꽃을 그리고 있는데 아크릴 물감과 펜을 적절하게 섞어가며 집중해서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제자 1의 예전 모습이 돌아온 듯한 느낌이 들어 기쁜 마음으로 보조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제가 배경색을 다른 색과 섞으면 어때라고 하니 제자 1이 싫다고 하네요:) 자신의 주장을 확실히 이야기하는 제자 1의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제자 2는 제가 없는 동안 난해한 그림을 그려서 보조 선생님을 그림이 난감하다고 이야기를 전달받았습니다. 음, 제자 2는 사물의 외부 형태는 인식을 하지만 내부 형태를 구별하는 것은 무척 어렵게 느낍니다. 장미 꽃잎이 여러 개 겹쳐있는 것을 하나하나 구별하지 못합니다. 그러므로 사물을 그대로 따라 그리는 그림은 제자 2에게 의미 없는 일입니다. 즐거워야 할 그림 그리기가 숙제처럼 변해버리니까요. 그 숙제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괜찮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즐거워하지 않습니다.


제자 3은 꽃을 수채화 물감으로 섬세하게 꽃을 몇 장 완성한 후 거친 느낌이 나는 계단을 걸어 올라가는 스님의 뒷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계단의 거친 느낌을 어떻게 표현하는지 묻기에 물감으로도 표현할 수 있고 연필이나 목탄으로 표현할 수 있다고 말해주니 목탄으로 표현을 합니다. 스님의 옷 색깔과 똑같은 색을 만들고 싶다고 말하여 제가 저 색과 아주 똑같은 색은 만들 수 없다고 말해주었습니다:) 비슷한 색을 만들거나 자신의 마음대로 다른 색을 만들어 칠하면 됩니다.


제자 4도 제자 2와 마찬가지로 사물의 형태를 따라 똑같이 따라 그리는 것은 의미 없는 일입니다. 그림을 잘 그리기 위해 인간이 만든 틀에 굳이 제자 2와 제자 4를 넣을 필요는 없습니다. 각각 자신의 시선에서 보이는 대로 혹은 자유롭게 그림을 그리면 됩니다. 이번엔 제자 4의 그림을 제가 도와주었지만 제자 4 스스로 아이디어를 내고 그림을 그려야 합니다.


제자 5는 하트 모양처럼 생긴 나뭇잎을 캔버스 중앙에 두고 잎맥에서 붉은 피가 흐르고 있습니다. 생각하면 섬뜩해 보일 수 있지만 인간의 고통을 그림으로 승화하는 작업을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제자 5는 그림의 아이디어를 스스로 만들 줄 알아서 토론 수업과 함께 병행한다면 더 좋은 그림을 그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제자 6은 작년에 잠시 수업에 같이 참여했으나 개인적인 사정으로 잠시 중단하고 다시 참여하였습니다. 제자 6은 그림 그렸던 경력이 있어서 형태 감각이 좋습니다. 채색을 다양한 색으로 칠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으로 생각되며 그 점을 부각한다면 자신만의 독창적인 그림을 그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제자 6도 토론 수업을 함께 병행하면 좋겠습니다.


제자 7은 새로 참여하는 제자입니다. 그래서 자유롭게 그림을 그리라고 하였더니 어린아이 그림을 그렸습니다. 기본적인 스케치 능력은 있습니다. 하나의 사물을 하나씩 크게 그려보는 것부터 먼저 시작해야겠습니다.


수업 내용을 정리하면서 글을 쓰면 앞으로 어떻게 수업을 끌고 나가면 좋은지 생각하게 됩니다. 그래서 수업 내용을 꾸준히 글로 쓰고 나를 관찰자 입장에서 보게 되면 제자들을 가르치는 나 자신을 좀 더 세심하게 보게 됩니다. 다음 시간에 제자 5와 6에게 토론 수업을 함께 병행하는 게 어떤지 의논하고 보조 선생님과 다른 제자들에게도 물어봐야겠습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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