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고무신
마루 밑 섬돌에 하얀 고무신
아버지가 먼 길 출타를 하시려나
안방 문 서까래 위에
제비 엄마 연신 벌레 잡아 나르느라
하루 해가 짧은데 속 모르는 제비 새끼들
노란 입 벌리고 째애액 째애액 울어대고
아버지 하얀 고무신 신고
급전 빌리러 가시는지
두루마기에 중절모까지 챙기시고
대문 나서시는데 그 모습이
저 건너 행길 가에 서 있는 장승같아
목도리라도 감아드릴까 하는데
이미 장승 앞을 지나고 계시네
가시는 걸음 무거워도
돌아오시는 걸음 가볍기를
보리타작 하려면 아직 멀었는데
아버지 주머니가 텅 비었으니
하얀 고무신 신고 출타하셨겠지
나라님도 못 구한다는 가난
먼 동네 이웃이 구해주시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