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구공탄
초 저녁. 흐린 달 떠오르면
비어 있는 가슴을 안고
하나 둘 힘 빠진 발걸음이
이가 맞지 않아 삐그덕 거리는
미닫이 문을 열고 들어와
삐걱 소리를 남긴 채
깡통 테이블에 둘러 앉는다
뚫린 가슴을 위로해 줄 구공탄 하나
불꽃 혀를 내밀며 집게 끝에 실려 와
깡통 테이블 한가운데 조용히 놓이면
이름도 모를 돼지 속살들이
찌그러진 석쇠 위에 몸을 뉘인다
소주 한 잔, 고기 한 점
비어있던 속을 채우고
예나 지금이나 구공탄은
자신을 태워 불을 남기고
문틈으로 스며드는 찬바람과
허허로운 마음을 막아주는 건
너도 나도 거기서 거기인 사람들이
모여 앉아 나누는
말 없는 소주 한잔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