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가을이에게
안녕, 가을아!
그곳에서 편안하니 ?
그곳에선 잘 지내니 ?
가을이 떠난 지도 벌써 2년.
이곳은 어제도 오늘도 무탈해
변함없이 날은 저물고
우리들은 여전히 새벽 대문을 열어
불길 속에서 얼마나 두렵고 무서웠을까 ?
처참하게 무너지던
그 모습을 상상하는 것도
떠올리는 것도 싫어서
지우려고 잊으려고 애를 써봤는데
잊히지 않고
밝게 웃던 너만 기억하고 싶은데
그것도 힘이 들었어
눈물 많고 인정 많은 네가
' 나는 정이 그리워 '
' 나는 너무 외로워 '
' 언니 같이 있어줘 '라고 말할 때마다
따듯한 말로 위로해주지 못해서 그게 미안해서
그게 내내 마음에 남아 있어서
너의 이름도 부를 수가 없었어
가을아 얼마 전 새로 들어온 아이가 있는데
이름이 뭐냐 했더니
' 가을이 ' 란다.
나는 순간 숨이 멎고 목이 따끔거려서
다른 이름으로 하자고 했더니
꼭 가을이로 하겠단다
간신히 간신히 눌러놓은 눈물이 흘렀어
네가 먼 곳으로 영영 떠나가고
너의 이름을 금기시했었는데
이제 나는 또 매일 가을아 가을아를 불러야 해
그게 사실 많이 버겁고 슬프다
가을아 ! 가을아 !
부르면 네가 아닌 다른 가을이가 대답을 해
깜짝깜짝 놀라서 멍해질 때가 많아
자꾸 마음이 이상해지고
네가 아닌 걸 알면서도 그 아이가 신경이 쓰여
가을아 이제 우리 안녕해야 되는 거니 ?
그래도 괜찮은 거니 ?
이제 정말 가을이와 작별을 해야 하니?
그래야 되는 거니?
이제 가을이를 보내주고
또 다른 가을이가 우리 가을이라고 생각하면 되는 거니?
2년 전 겨울!
화재로 세상을 떠난 가을이가
반짝이는 별이 되어 있기를 ~~
다음생이 있다면 외롭고 쓸쓸하지 않고
사랑받는 아이로 살아가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