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과 이웃이 되다.
향유를 이용하는 몇몇 분들로부터 종종 메시지가 온다. 블로그를 통해 글을 잘 보고 있다거나 향유지기의 안부를 묻는 메시지부터 향유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프로그램을 응원한다는 내용의 메시지다. 때론 ‘오늘은 물이 잘 안 내려갔으니 혹시 막힌 부분이 있는지 살펴보는 게 좋겠다’는 향유를 향한 애정이 담긴 메시지를 보내는 분도 있다. 향유를 이용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향유를 향한 운영자의 마음에 공감하고 이 공간을 함께 아껴주는 이웃이 된 것이다.
손님과 인연의 시작은 이용 당일 테이블 위에 올려둔 환영 카드와 이용 시간 종료를 알리는 문자에 담은 그날, 그날의 축언의 메시지로부터다.
향유에 예약이 잡히면 청소와 구비 물품을 확인하고 나면, 테이블 위에 이용 안내서와 함께 ‘환영카드’를 둔다. 혼자 사용하는 분들에겐 편안한 쉼이 있기를 바라는 내용을 적고 모임 예약일 경우엔 좋은 만남이 되기를, 만남이 인생의 좋은 추억이 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는다.
그리고 사용 시간이 종료된 후엔 향유를 이용해 준 것에 대한 감사 인사와 함께 그날의 축언을 남긴다. ‘찬란한 하루가 되세요.’ 라거나 ‘온기 가득한 저녁 되세요.’ ‘내일은 더 좋은 날일 거예요.’와 같이 손님의 시간과 상황에 대한 축복을 남긴다.
공간대여는 무인으로 운영되는 특성상 운영자와 이용자가 마주하지 않는다. 무인 공간의 장점은 운영자 눈치를 보지 않고 예약한 시간만큼은 자신의 공간처럼 편안하게 사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향유를 열기 위해 고민할 때, 나는 조금 다른 공간대여를 생각했다. 무인공간이라 사용자와 운영자가 얼굴을 맞대고 직접 대화를 하진 않지만, 분명 ‘공간’이라는 상품을 통해 소통하는 과정이 공간대여 사업이라고 정의한 것이다.
즉, 아무리 무인공간이라 하더라도 항상 중심엔 ‘좋은 관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공간을 통해 운영자와 이용자는 연결되게 되어 있다. 운영자는 ‘공간’을 대여하는 이들의 필요와 요구를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공간을 빌리는 사람들이 무엇을 위해 오는지, 그들이 편안하고 편리하게 있으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예측하고 이를 준비해 두는 과정. 그것이 상품인 것이다. 마주하지 않았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사용자를 예측하고 준비해 둔 그 마음과 손길을 사용자가 만나는 것이다.
테이블 위에 메시지가 담긴 카드를 올려두거나 이용 후 축언의 메시지를 보내는 것은 어느 지점에서 손님과 연결할 것인지, 어떻게 어떤 모양으로 연결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의 결과다. 어떻게 보면, 작은 행동이지만, 그 앞의 고민은 컸다. 공간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마음에 가 닿고자 하는 손길이 손님에게 제대로 전달되어 좋은 반응으로 돌아올 때 운영자는 기쁘다. 고민의 흔적이 상대에게 제대로 읽힌 데서 오는 즐거움은 운영자가 느낄 수 있는 가장 큰 기쁨일 것이다.
어떤 말보다 더 기분 좋은 리뷰
‘리뷰는 사랑입니다.’ ‘구독! 좋아요!’는 유튜브 영상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식당에서도, 스터디카페에서도 리뷰 이벤트를 한다. 인터넷 검색으로 맛집을 찾고 데이트 장소를 예약하는 요즘에는 리뷰가 곧 그 회사나 상품의 신뢰도를 나타내기 때문이다. 리뷰는 옛날로 하면 ‘입소문’에 해당하는 것이다. 공간을 열고 보니 그 리뷰라는 것도 많은 부분은 마케팅의 일환으로 만들어 낸다는 것을 알았다. 진심 어린 리뷰도 있겠지만 유도된 리뷰도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향유지기도 ‘리뷰’는 사랑한다. 사실 향유는 투자비용이 작아서 마케팅 비용 지출은 할 수 없었다. 오히려 자연스럽게 남겨지길 바랐는데, 그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닌가 보다. 정말 좋았다며 메시지를 보내 자발적으로 리뷰를 남기겠다고 했던 분도 공간을 나선 후엔 깜깜무소식인 걸 보면.
어찌 되었든 향유에도 간간히 리뷰가 도착한다. 손님들은 공간 이용 후 인터넷상에 리뷰를 남기기도 하지만, 향유 공간을 이용하는 분들은 직접 전화를 하거나 문자를 남긴다.
공간이 예쁘다거나 좋은 책이 많아서 좋았다는 내용이 대부분인데, 그중 운영자로서 가장 기분 좋은 리뷰는 ‘오랜만에 힐링되었다.’는 것이다. ‘향유’를 열기로 한 첫 마음은 직장에서, 집에서 늘 분주하고 바쁘게 일하는 사람들이 ‘아늑하고 편안한 나만의 공간에서 쉼과 위로를 얻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운영자가 예측하고 준비한 사용자의 필요와 요구에 대한 피드백이 리뷰라면, ‘오랜만에 힐링되었다.’는 리뷰는 운영자의 마음과 사용자의 마음이 잘 맞닿았다는 의미가 담긴 리뷰고 가장 기분 좋은 리뷰다.
독서모임으로 끈끈한 커뮤니티가 생기다.
-'향유 함께 읽기'에서 만나요~
1년 전 독서모임을 시작했다. 독서모임은 수요에 의한 것이 아니라 철저히 나의 계획과 목표에 의한 것이었다. 향유 공간을 준비할 때 꼭 해 보고 싶은 몇 가지 목록들이 있었다. 책을 중심으로 한 서재 콘셉트의 공간대여와 독서모임과 글쓰기 모임이 있는 모임 공간이었다. 즉, 책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활동을 하는 ‘문화 공간’이 되었으면 했다.
향유를 열고 분주한 시간이 지났던 5개월 즈음, 독서모임을 시작했다. 아직 독서모임에 대한 문의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가장 좋아하는 일이었고 변함없이 꾸준히 오래 해 온 독서였다. 더구나 독서와 함께 책소개 팟캐스트로 책 목록은 쌓여있는 상태였다.
독서모임은 향유를 이용했던 손님 2명으로 시작했다. 이 2명의 손님은 향유를 통해 나를 신뢰하고 있었고 그 믿음으로 2 권의 책을 함께 읽었으며 인스타와 블로그를 통해 곧 3명의 신청자가 늘어났고 지난여름부터는 저녁 독서 모임뿐 아니라 오전 독서도 월요일과 화요일 두 팀으로 나누어 진행하게 되었다. 독서모임의 회원들은 카톡방에서 매일 독서인증을 한다. 겨울과 여름에 2주 간의 휴가를 빼고 매일 톡을 나누다 보니 끈끈한 유대가 형성되었다. 회원들끼리 따로 만남을 갖기도 하고 그들 가운데는 또 다른 모임을 향유에서 하기도 한다. ‘향유’를 중심으로 독서 커뮤니티가 형성된 것이다.
글쓰기로 함께 성장하다.
글을 읽는 사람은 쓰고 싶어 한다. 나 역시 그렇고 독서를 하는 사람들 역시 그런 것 같다. 독서모임 멤버들 중에 글을 쓰고 싶어 하는 분들이 있었다. 나 역시 글쓰기 동아리를 통해 많은 성장을 이루었기에 그들의 마음이 어떤 것일지 가늠이 되었고 마침 글쓰기에 대한 문의 전화를 받은 터였다.
‘향유’를 계획할 때 떠올렸었던 두 번째 목표 ‘글쓰기 모임’을 할 시간이 된 것이다. 나는 3개월 전부터 화요일과 목요일에 글을 쓰는 시간을 갖고 있다. 인원은 아직 적어서 1명 일 때도, 3명 혹은 4명일 때도 있지만, 누군가와 글을 쓰는 시간을 갖고 이를 통해 허투루 보낼 수도 있었던 시간을 글쓰기로 채워가고 있는데서 오는 기쁨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