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운영하는 ‘향유’는 서재 콘셉트의 대여 공간이다. 시간제로 운영되는 무인 공간이지만, 예약을 위해 손님들과 통화를 하거나 대면을 할 때가 간혹 있다. 그럴 때, 손님들이 내게 항상 하는 질문이 있다.
“책 어떻게 읽어요?”
첫마디부터 질문을 하진 않는다. 먼저는 ‘책을 많이 읽으시나 봐요’라는 말을 건네며 감탄하는 표정을 보이고 다음으론 ‘저도 책을 읽고 싶은데, 잘 안 돼요.라고 자신의 현 상황을 말한 후 마지막엔 ‘책, 어떻게 읽어요?’ 하는 것이다.
내가 만난 사람들 중에 ‘책이 싫다’ 거나 ‘책은 무용하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었다. 내가 만나는 사람들이 대부분 아이들이 있는 주부이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성공한 사람들의 대다수가 ‘일정 시간 책을 읽어라’고 강조하고 있고 좋은 대학에 합격한 학생들의 인터뷰에서도 ‘책을 많이 읽었다’는 이야기는 심심치 않게 나오기 때문에 ‘책 읽기의 중요성’은 누구나 알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문제는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그중 한 가지, 어떻게 읽어야 할까? 에 대해선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으나 오늘은 ‘타이머 맞추기’를 추천하고 싶다.
독서는 종이 위에 찍힌 글자를 눈으로 읽기만 하면 되는 단순한 행위가 아니다. 눈으론 글자를 읽고 머리로는 생각하고 마음으론 느껴야 한다. 그러다 책을 통해 떠오른 생각과 감정을 깊이 들여다보기도 해야 하고 과거의 경험과 마주하기도 하고 앞으로의 일들을 상상하기도 하는 매우 복잡한 일들이 일어나기에 집중력이 요구된다. 더구나 책은 그 나름의 구조를 가지고 있어서 초반에 제시되는 이야기의 구성을 이해하고 따라가려면 일정 분량을 읽어 등장인물과 글의 구조를 익혀야 한다. 재밌는 드라마나 예능 프로도 등장인물과 전개방식을 익히는 시간이 필요하듯 독서도 그렇다.
그러니 책을 읽으려면 시간을 집중하며 견디는 노력이 필요하다.
문제는 우리의 삶에는 이 집중을 방해하는 요소가 무수히 많다. 요즘 내게는 카톡이 가장 많이, 그리고 무척이나 자주 나를 방해한다. 물론 친구 혹은 지인들의 연락은 늘 반갑고 즐겁다. 그러나 이 반갑고 즐거운 연락이 나의 상황을 고려해 주거나 나의 일을 피해 가며 오진 않는다는 것이다. 언제나 불시에 ‘까똑까똑’하고 울리기에 번번이 집중을 흐트러 뜨린다.
그다음으로는 순간순간 떠오르는 ‘해야 하지만 아직 하지 않은 일’에 대한 침입적 생각이다. 지금 당장 하지 않으면 큰일이 나는 일이 아닌데도 우린 수시로 엉덩이를 들썩인다.
결국, 한 권의 책도 못 읽는 하루를 보내게 되고 이런 일들이 반복되어 “책을 읽을 시간이 없어요.” 혹은 “책은 어떻게 읽어요?”라고 하게 되는 것이다.
오늘부터는 급하고 중요한 일만 끝나면, 책과 타이머를 가지고 자리에 앉자.
요즘 나는 1시간 반을 맞춘다.
하지만 처음이라면 10분 혹은 20분을 맞추고 시작하자.
그리고 휴대폰은 무음으로 변경하자. 카톡 한 번 안 본다고 어떻게 되지 않으니…
사실, 지금 당장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은 그리 많지 않다. 책 1시간 읽고 하면 큰 일 날 일이라면, 책을 읽기 전에 해 두고 시작하면 된다. 그렇지 않고 혹시나 잊어버릴까 싶어 자꾸 엉덩이를 들썩이게 하는 일들은 메모지를 펼쳐 두고 적어두자.(사실, 이것도 최대한 안 했으면 한다. 집중은 한 번 흐트러지면 다시 또 시간이 걸리니까.)
요즘처럼 수시로 카톡이 울려대고 SNS 알림과 다양한 볼거리의 유혹으로 집중하기 힘든 상황에서 또한 아이들 일과 집안 일로 한 가지 일에 집중하기 힘든 주부이자 엄마들에게는 ‘타이머 맞추기’를 추천하고 싶다.
나는 매일 1시간 반을 맞춰두고 읽는다. 그 시간 동안은 오롯이 책만 읽는다. 처음엔 이 시간이 길게 느껴지지만 습관이 되고 나면 1시간 반이 짧게 느껴져 자꾸 더 늘리게 된다. 그렇게 무조건 읽는 시간을 통해 2월엔 11권의 책을 읽었고 보통은 1주에 1권 정도의 책을 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