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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기우진 Nov 07. 2021

오징어 게임, 감독이 우리에게 말하고 싶었던 장면

아저씨는 그런 사람 아니잖아

오징어 게임 (Squid Game), 감동의 장면 3


마지막 에피소드 9 에서, 기훈은 복수심에 불타올랐어도 상우를 죽일 수가 없었다. 서로 죽고 죽이는 잔혹한 게임을 거친 기훈이, 정체가 들어난 오일남을 만나, '아직도 사람을 믿나?' 라는 질문을 받았을때, 그래도 인간에 대한 신뢰를 잃지 않았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그저 그가 선한 사람이어서? 난 아니라고 본다.


기훈이 동물보다 못한 처참한 경험을 하고도 사람에 대한 믿음을 저버릴 수가 없었던 이유는 바로 이 장면때문이었다. 모든 에피소드를 본 후에, 시간이 지날수록 나에게 의미가 더더욱 선명하게 다가온 이 장면. 감독이 우리에게 하고 싶었던 말을 함축하는 장면 하나만을 꼽으라면, 내가 주저없이 꼽을 장면말이다.


유리판 다리를 건넌 후 세 사람이 살아남았다. 상우, 기훈, 그리고 새벽. 그들은 주최측에서 차려준 코스메뉴의 만찬을 먹고 침대가 있는 곳으로 돌아온다. 다른 모든 사람들의 침대는 다 사라진 텅빈 체육관에 세 침대가 삼각형을 이루며 멀찌감치 떨어져 있다. 각자는 자신의 침대에 웅크린다. 칼 하나 씩을 품고. 서로에 대한 경계심을 늦추지 않은채로.


기훈이 새벽에게 다가간다. 잠결에 놀랜 새벽은 칼을 빼어든다. 기훈은 해치지 않을거라고 말하며, 새벽을 안심시킨다. 그리고 새벽의 침대 옆에 앉아 대화를 시작한다. 첫 말이 '너 어디가 안 좋아보이던데. 그런데 음식은 왜 그렇게 남겼어?'라며 새벽에 대한 걱정어린 질문을 건넨다. 식사를 하며, 새벽을 걱정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다. 사실, 새벽은 유리판 다리를 다 건너고, 위에서 총탄들이 날아와 남은 유리판들을 다 부술때 사방으로 튀어나간 유리 파편이 복부에 찔려 치명상을 입고 있었다.


기훈은 새벽에게 마지막 게임을 같이 하자고 제안을 한다.  같이 힘을 합쳐 상우를 이기고 살아남아, 상금을 나누어 가지고 나가자고. 허공에 매달린 막대한 현금 원통을 바라보며, 서로는 그 상금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 알아간다. 기훈은 먼저 빚을 갚고, 시장에 가게하나 내는 것이 꿈인 엄마의 소원을 풀어주고,  하나 뿐인 10살 딸 아이에게 아빠 노릇 제대로 한번 하고 싶다는 꿈을 새벽에게 털어놓는다. 그리고 기훈은, 새벽에게 자신의 딸과 동갑인 남동생이 보육원에 있다는 사실을, 상금으로 그 동생과 엄마를 데리고 와 한 집에서 같이 살고 싶다는 새벽의 꿈을 알게 된다.


새벽은 기훈에게 약속을 부탁한다. 누구든 살아서 나가면, 서로의 남은 가족을 챙겨주자고. 기훈은 그런 소리 하지 말라한다. 같이 살아 나가고 싶기 때문이다. 새벽은 자신은 그럴 가능성이 거의 없음을 깨닫고 있지만..


기훈은 조용히 일어선다. 상우가 잠에 들어 칼을 떨어뜨리는 것을 보았다. 상우 쪽으로 한발짝 한발짝 숨죽여 걷는다. 그리곤 양복 호주머니에 손을 넣어 칼을 서서히 꺼내어, 상우에게로 다가간다. 살의를 품고. 그 순간, 기훈을 붙잡는 음성이 들린다. '그러지마. 아저씬 그런 사람 아니잖아.' 새벽의 음성이었다.


그 음성에 기훈은 살기어렸던 시선과 칼을 든 손을 내리고 돌아선다.


새벽은 먼 길을 왔다. 첫 에피소드에서 기훈을 소매치기했던 소녀로부터. 그당시는 약육강식의 자본주의 사회에 홀로 버려진 새벽의 주위에는 어린 아이들을 소매치기로 내몰며 등쳐먹는 깡패 장덕수와 새벽 같은 처지의 사람들을 등쳐먹는 탈북브로커 같은 사람들 뿐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새벽은 자신 밖에는 믿을 사람이 없었다. 다른 사람들은 다 못믿을 놈들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약육강식이 극단적인 오징어 게임에 참여하면서, 새벽은 사람의 선함에 대한 신뢰를 되찾는다. 자신에게 소매치기를 당했어도, 측은심에 자신을 거두어주는 기훈. 새벽 자신의 소박한 꿈을 위해, 기꺼이 목숨을 내어준 지영. 그러한 사람들을 겪으며, 새벽은 잃었던 인간에 대한 믿음을 되찾았던 것이다.


'그러지마. 아저씬 그런 사람 아니잖아.'


기훈이 끝까지 인간에 대한 신뢰를 잃지 않았던 그 이유는 바로 이 장면이 아닐까. 자신을 일깨워준 새벽의 음성. 자신의 선함을 믿어주고, 자신이 잠시 그 선함을 잊어버릴 찰나에 자신을 일깨워준 그 음성말이다.


이것이 바로 감독이 우리에게 해주고 싶었던 말이 아닐까. 우리가 해야할  말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우리가 서로 맺어야할 관계 말이다. 서로가 보다 나은 사람이 되도록 붇돋아 주는 관계. 서로가 '그런 사람이 아님' 깨닫게 해주는 믿음과 연대 말이다. 그래서,  약육강식의 사회에서 서로가 인간적으로   있는 최소한의 삶의 조건과 관계를 가능케 해야 하지 않나하는 바램말이다. 이것이 바로 전세계의 수많은 사람들이 오징어게임에 매료이유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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