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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기우진 Nov 28. 2021

영화 <기적>, 개천에서 용 나는 세상

* 영화 <기적>을 아직 안보신 분들은 읽지 마시라.


한국에 사는 친구가 영화를 하나 추천해 주었다. 다행히 아마존 사이트에서 관람을 할 수가 있었다. 아이들과 함께. 다 보고 난 후, 아이들이 좋았다고 말했다. 영어 자막으로 보았는데도. 감동이 컸다는 이야기다.


그 영화는 <기적>이다. 어려서 어머니와 하나 뿐인 누나를 잃은 한 소년의 이야기다. 너무 외진 곳에 살아 잃게 된 가족이다. 가까운 곳에 간이역이 있어서 기차가 설 수가 있었으면, 잃지 않아도 되었을 소중한 가족이다. 그래서, 이 소년은 결심한다. 간이역을 세우기로. 간이역을 세워, 불필요한 사상자가 나오지 않을때까지, 외진 곳에 위치한 집을 떠나지 않는 소년의 이야기다.


 한 소녀와의 사랑이야기도 추가되었다. 이 스토리에 더해, 그 소년이 수학 수재임이 첨가되었다. 여러 수학 경시대회에서 수상을 하고, 결국엔 국가시험에 합격하여, 국비로 미국유학을 가게 된다. 다행히 시험 전에 마을 사람들과 힘을 합쳐서, 간이역을 세운다. 그리고 마을 사람들은 그 소년의 미국행을 진심으로 축하하고 배웅해준다. 개천에서 용이 났다며.


어느 금수저출신 야당대표가 '이젠 개천에서 용나는 시대는 지났다'라는 말을 했다던데.. 철학의 빈곤을 드러낸 말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언제나 개천이 존재한다. 빈곤은 상대적이니까. 그래서, 시대를 막론하고, 개천에서 용이 나올 수 있어야한다. 그렇지 못하는 사회는 막힌 사회다. 계층사다리가 없어진 사회다.


내가 자라던 60-80년대의 한국사회는 개천에서 난 용들이 주위에 흔하던 시절이다. 한국사회가 급격한 산업화과정을 겪은 때였으니까. 나의 어머니도 언젠가 내가 개천에서 난 용이라고 혼잣말을 하셨었다. 당신의 몸에서 나온 자식이 이렇게 잘 될 줄은 꿈에도 못 꾸셨다며. 어머니 당신의 삶 속에서는 상상이 가능하지 못했던 삶의 길을 가는 자식이니 그러셨을 것이다.


<기적>의 준경과 내가 선천적으로 용이어서 용이 되었을까? 아니다. 주위에 믿고 응원해 준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준경에게는 여자친구와 물리 선생 그리고 아버지가 있었고, 나에겐 자식교육을 위해 당신들의 삶을 희생하신 부모님이 있었다. 그당시 한국에 사시던 대부분의 부모님들이 그러하셨듯이.


대학 4학년 , 대학원을 진학할 것인지 회사에 취직할 것인지를 결정해야하는 때가 되었을 때다. , 회사에 취직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문제는 작은 형도 재수를  탓에 대학생활을 같은 학년으로 같이 지내고 있었고,   또한 대학원을 가고 싶어했다.   자식놈들이 대학 졸업 후에 회사에 취직하여 이제 부모의 짐을 놓아드려야하는데,  두놈 모두 대학원을 진학하겠다는 것이었다.   아들이 4 동안 서울 대학생활을   있도록 뼈빠지게 힘들게 살았는데,  대학원을 간다니.. 그놈의 공부는 언제 끝나려나.. 하는 걱정과 이기적인 자식들에 대한 약간의 불만도 생기셨을 법한 부모님.


그때, 고향에 내려갔었다. 아버지는 큰방에서 말없이 앉아계셨다. 어머니는 내가 있던 작은 방에 오셨다. 내가 말했다. '전, 평생을 책만 보며 살고 싶어요.' 언제까지 날 도와주셔야 하는지가 기약이 없는 길을 가고저하는 내 자신이 부모님께 죄송하여 말소리가 자꾸 작아졌었다. 그러자 어머니가 말씀하셨다. '그래, 공부하고 싶은 데까지 해라. 돈 걱정하지 말고. 하는데까지 해라. 내가 어떻게 해서든 도와주마.' 체구가 매우 작으셨던 어머니에게서 단단한 힘이 뿜어나오는 듯 했었다. 아버진 그저 아무 말 없으셨다. 그렇게 가난한 집안의 두 아들 놈들은 대학원에 진학했다. 그것도 타지 서울에서. 그렇게 난, 나의 소원을 이루었다. 평생을 책만 보며 살아가는 삶. 내가 잘나서 일까. 아니다. 다 부모님 덕이다. 나의 길을 묵묵히 지원해 주신 부모님이 없었으면, 난 지금 이 자리에 와 있을 수가 없었다.


그런 경험때문일까. 개천에서 난 용이던, 큰 강 혹은 바다에서 난 용이던, 아니 용이 아니던, 주어진 자리에서 가진 재능으로 개천에서 더 많은 용이 나는 세상을 만들어가도록 노력하는 사람들을 난 항상 지지한다. 한국 대선 풍경을 보며 드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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