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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탄, 절대반지 1

트리니티 (Trinity) 와 포츠담회담

by 요기남호

원자탄은 절대반지였다.


영화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절대반지. 어느 누구와 싸워도 이길수 있는 절대적 무기. 이 지구상에서 절대적 권력을 보장하는 완벽한 무기. 그 절대반지를 둘러싼 정치인들 중에는 프로도 (Frodo)도 간달프 (Gandalf)도 없었다. 골룸 (Gollum) 들 뿐이었다. <반지의 제왕>에서 가장 순수하다는 프로도 조차 마지막에 잠깐, 골룸이 그 반지를 뺏은 후 반지와 함께 불구덩이에 떨어지기 직전에, 절대반지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했으니, 그 절대유혹을 뿌리칠 인간, 특히 정치인을 바란다는 것은 허황된 일인지도 모르겠다.


1945년 7월 16일, 그 당시 미국 대통령 트루만은 미해군 함정 USS Augusta 를 타고 대서양을 건너고 있었다. 그 다음날인 7월 17일 독일 베를린의 교외인 포츠담에서 열린 연합국 지도자들과의 회담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그 함정에 전보가 하나 왔다. 트리니티 (Trinity)가 성공적으로 수행되었다는 소식이었다.


트리니티는 원자탄 폭발실험의 암호명이었다. 1945년 7월 16일 새벽 5시 29분, 뉴멕시코 주에 위치한 죠르나다 델 무에르토 (Jornada del Muerto) 사막에서 인류역사상 최초로 원자탄이 폭발하였다. 거대한 버섯모양의 뭉게구름을 내뿜으며 절대반지의 탄생을 세상에 드러내었다.


트리니티의 날짜인 7월 16일이 포츠담회담 개시일의 바로 하루 전이었다는 사실은 우연이었을까? 아니다. 워싱턴의 명령이었다. 그전에 트리니티의 날짜는 여러번 연기되었었다. 원자탄개발이 목적이었던 맨하탄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던 과학자 공학자들이 기술적 문제를 이유로 트리니티의 실행날짜를 여러번 연기했었다. 여러번 연기된 후에, 7월 16일로 다시 날짜가 잡혔다. 그 날짜가 다가오자, 다시 기술적 문제로 연기를 해야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그러나, 워싱턴에 소재한 미국정부에서 더이상 연기는 안되고, 16일에 결행하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왜? 트루만은 포츠담회담 전에 절대반지가 실재하는지, 자신이 그 반지를 갖게 되는지를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절대반지와 같이 따라오는 절대적 유혹에 휩싸인채 회담장에 들어갔다.


트리니티의 성공은 냉전의 서곡이었다. 그리고, 불행하게도, 한반도 분단의 서곡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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