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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켄쉬타인 (1931) 1

장면 1: '이제 난 신이 된다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알아!'

by 요기남호

1931년에 제임스 웨일 감독이 만든 영화 <프랑켄쉬타인>은 1818년에 영국 소설가 마리 쉘리 (Mary Shelley)가 쓴 소설 <프랑켄쉬타인, 혹은 현대의 프로메테우스>를 영화화한 것이다. 영화는 어느 한 공동묘지에서 죽은 사람의 매장식을 보여주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런데 그 매장식을 먼발치에서 숨어서 지켜보는 사람이 있다. 그는 헨리 프랑켄쉬타인이라는 과학자다. (소설에서는 그의 이름은 빅터 프랑켄쉬타인이다.) 사람들이 떠난후, 프랑켄쉬타인은 조수와 함께 그 무덤을 파서 시체를 꺼낸다. 프랑켄쉬타인의 과학연구는 죽은 사람들의 시체로부터 몸의 각 부분들을 얻어 짜집기하고 생명을 불어넣어 산 사람을 만드는 것이었다. 그 연구의 결과는 흉칙한 얼굴을 가진 큰 키의 사람이다. 영화에서는 그 피조물을 괴물이라고 일컬어지는데, 여기에서는 일단 가치중립적인 피조물이라고 하자. 그 피조물의 삶은 프랑켄쉬타인 박사와 그 주위사람들의 삶과 얽히게 되는데, 소설과 영화는 그 얽힘이 약간 다르게 전개가 된다. 이 소설과 영화가 우리에게 어떤 질문을 던지고 있는지를 살펴보기위해, 영화의 세 장면을 선택하여, 각 장면을 시작으로 이야기를 전개하기로 한다.


https://m.youtube.com/playlist?list=PLE7D31BBA24A6F75D


내가 선택한 장면 1: '이제 난 신이 된다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알아!'


헨리 프랑켄쉬타인은 시체들에서 수집한 부분들을 짜집기하여 사람의 형태를 만든다. 실험실은 외진 곳의 폐가다. 실험실 중앙의 천장에는 구멍이 뚫려있다. 천둥번개가 몰아치는 어느 저녁에 번개를 이용하여 그 물체에 생명을 불어넣는 작업을 준비한다. 그때, 헨리의 약혼자와 친구 그리고 왈드만교수가 방문을 한다. 왈드만 교수는 헨리가 한 대학의 교수일때 그의 멘토였다. 헨리와 조수는 그 세사람이 보는 앞에서 짜집기한 인간형체가 누워있는 수술대를 레일을 이용하여 천정위로 들어올려 번개를 맞게 한다. 한참 후에 그 수술대를 다시 내린다. 내려진 피조물은 손을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것을 본 헨리는 발작에 가까운 기쁨에 고함을 치기 시작한다. '움직이고 있어, 이것이 살아있어! 이것이 살아났어! (It's moving. It's alive! It's alive!).' 흥분에 가득찬 헨리는 하늘을 올려보며 소리친다, '이제 나는 신이 된다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를 알아! (now I know what it feels like to be God!)'


기독교 성경에 의하면 신은 6일 동안 우주만물을 창조한다. 마지막에 만든 것이 자신의 형상을 닮은 인간이다. 신의 피조물이라 여겨왔던 인간 프랑켄쉬타인이 자신의 형상을 닮은 피조물 즉 생명체 인간을 만든 것이다. 인간이 신이 된 것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Ln8UwPd1z20

잠시, 현대과학이 밝혀낸 우주의 진화에 대한 사실을 언급하자. 1980년대에 <코스모스: 한 개인의 항해 (Cosmos: A Personal Voyage)>라는 3부작 미국 텔레비전 시리즈에서 천문학자 칼 사강 (Carl Sagan)은 우주와 생명의 진화에 대해 매우 잘 설명하였다. 그는 1부에서 우주의 역사를 1년의 달력으로 축소한 ‘우주달력’(cosmic calendar)를 소개한다. 대략 140억년 전에 발생한 우주대폭발(big bang) 후 은하계가 형성되고, 태양계가 형성되고, 그리고 생명체들이 만들어졌다. 그 우주달력에서는 우주대폭발 시점을 1월 1일 0시로 하고, 현재의 시간을 12월 31일 밤 12시로 한다. 140억년의 우주 역사를 1년으로 축소한 것이다. 이 우주달력에서는 1개월이 대략 12억년, 하루가 대략4천만년, 한 시간이 대략 150만년, 1분이 대략 3만년, 그리고 1초가 대략 500년에 해당한다.


이 우주달력에서 우리의 은하수 (Milky Way) 은하계는 5월에 형성되었고, 우리의 태양계와 지구는 9월이 되어서야 형성되었다. 달력의 마지막 날인 12월 31일 새벽이 되어서야 지구 상에서 인간의 조상인 유인원이 등장한다. 현대 인간의 직접 조상인 호모사피엔스는 12월 31일 22시 24분경에 등장한다. 이 우주달력은 지구상의 인간의 역사가 광대한 우주의 역사에 비해 얼마나 찰나적인 짧은 시간인지를 우리에게 상기시켜준다.


https://www.youtube.com/watch?v=gZpsVSVRsZk

지구상의 생명체가 오랜 시간에 걸쳐 단일세포로부터 자연의 선택에 의해 진화하여 현재의 생명체들이 되었다는 사실을 체계적으로 밝힌 것은 알프레드 월리스(Alfred Wallace)와 찰스 다윈(Charles Darwin)이 1850년 중반에 각각 독자적으로 밝힌 진화론이다. 진화론은 가설이 아니다. 과학적 사실이다. 이 진화론에는 두가지 요점이 있다. 생명체가 단일세포로부터 천천히 진화하여 복잡한 현재의 생명체들이 되었다는 사실이 첫째 요점이고, 그 진화가 자연의 선택이라는 기제(mechanism)에 의해 이루어졌다는 것이 둘째 요점이다. 첫째 요점, 즉 생명체가 진화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그 이전에 몇 사람들에 의해 이미 주장되었었다. 그 예로, 다윈의 <종의 기원(On the origin of species)> (1859)이 출간되기 14년 전인 1844년에 로버트 챔버스(Robert Chambers)가 익명으로 출간한 책 <Vestiges of the natural history of creation>이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가장 간단한 형태의 생명체로부터 무수한 진화 단계를 거쳐 가장 복잡한 형태의 생명체로 진화되었다’는 가설을 주장한다. 식물학자 프레데릭 제라드(Frederic Gerard) 또한 1845년에 <On species>라는 책에서 비슷한 주장을 하였다.


코페르니쿠스가 16세기 후반에 시작한 과학혁명이 17세기 중반에 발표된 아이작 뉴튼의 중력이론을 거친 후, 18세기부터는 생명의 기원은 과연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지식인사회를 매료하고 있었다. 그러한 지적분위기에서 나온 소설이 마리 쉘리 (Mary Shelley)가 만 20세에 출간한 소설 <프랑켄쉬타인, 혹은 현대의 프로메테우스>다.


브레히트의 희곡 <갈릴레오>에서 언급되었듯이, 지구는 더이상 우주의 중심이 아니다. 우주의 어느 곳에도 신의 자리는 없다.


신의 부재는 인간으로 하여금 심각한 질문에 처하게 한다. 과연, 신이 사라진 그 빈 공간을 인간이 대신 채울 수 있을까. 창조주로서 말이다. <프랑켄쉬타인>은 그 질문에 대한 한 과학자의 욕망을 묘사하였다. 그리고 그 욕망이 실현이 되면 어떤 결과를 빚게 될 것인가.


또 하나의 연관된 질문은,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인간의 도덕률은 어디에서 나올 수가 있나라는 질문이다. 이 질문을 천착한 대표적인 소설은 도스토에프스키 (1821-1881)가 쓴 소설 <카라마조프 형제들> (1880)이다. 표도르 파블로비치 카라마죠프라는 인물과 그의 네명의 아들들을 둘러싼 살인사건이 그 소설의 줄거리다. 그 형제중에 둘째 아들인 이반은 고등교육을 받은 가장 지적인 인물이다. 그의 모토는 '신이 없다면, 모든 것이 용납된다 (if there is no God, everything is allowed)'이다. 이 모토는 아버지 표도르 카라마죠프의 죽음과 밀접하게 연결되어있다.


신의 부재 속에, 만일 모든 것이 용납된다면, 인간사회는 유지될 수가 있을까. 인간사회를 유지하려면, 무엇을 근거로 어떠한 도덕률을 세워야 할까. 현대과학의 동물복제를 연상시키는 프랑켄쉬타인의 실험은 과연 용납되어야 할까.


* 덧붙이는 말: 동양의 역사에는 창조주라는 신의 개념이 희박하다. 이 특성때문에, 근대이후에 인류가 어디로 가야하는지를 천착하는데에는 동양이 서양에 비해 어느 면에선 우위에 서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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