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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기우진 Jun 11. 2022

Hamilton's cafe

샬롯스빌 맛집 1

* 표지사진: Pan-roasted jumbo lump crabcake at Hamilton's cafe in Charlottesville, Virginia


미국 소재 대학 소도시의 삶은 대체로 무미건조하다. 경계인의 삶은 더욱 그러하다. 단조로운 삶이다. 그래도 찾으면 쏠쏠한 재미도 있다. 이 매거진에서는, 버지니아주 샬롯스빌이라는 소도시에서 사는 한 동양출신 이방인의 일상의 파편들을 보여주려한다.


이곳으로 이사를 온지도 벌써 18년째다.


오늘은 맛집 한곳을 소개한다. 다운타운에 있는 Hamilton's cafe 다. 정식 명칭은 Hamiltons' at First & Main 이다. 다운타운에 있는 맛집 중에 하나다.


난, 별로 외식을 하지 않는다. 많아야 한달에 3-4번? 그것도 삼시세끼를 다 합쳐서 말이다. 이유는 간헐적 단식을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주로' 채식을 하기 때문이다. '주로'에 따옴표를 부친 이유는 채식'만'을 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구글에서 찾아보니, 채식을 주로 하는 사람들, 아니 육류를 멀리하는 사람들에는 네가지 부류가 있다고 한다. Vegan, Vegetarian, Meat-avoider, Meat-reducer.


정의는 다음과 같다.

Vegan (비건): 어떠한 종류의 동물에 관련된 음식 (우유와 달걀 포함)은 섭취하지 않는 사람들.

Vegetarian (베지테리안): 어떠한 종류의 죽은 동물 (육류, 생선, 갑각류포함)은 섭취하지 않는 사람들.

Meat-avoider (육류를 멀리하는 사람): 육류를 먹지 않으려하나, 가끔 먹기도 하는 사람들.

Meat-reducer (육류를 덜 먹으려는 사람): 건강을 이유로 육류를 덜 먹으려 하는 사람들.


요즘은 여기에 하나의 정의가 추가 되었다.

Green eater: 동물사육이 환경에 끼치는 악영향을 이유로 육류를 멀리하는 사람들.


 정의에 의하면,  Vegetarian  가까운 Meat-avoider . 그리고 Green eater . 나의 평상시 주음식은 달걀 (가끔 우유도), 야채, 과일, 견과류다. 건강상의 이유로 탄수화물은 기피한다. 야채, 과일, 견과류는 주로 생식이고 (야채를 요리할 때도 가끔 있지만), 달걀은 주로 삶는다. 이런 제약조건을  맞추면 외식은 거의 불가능하다. 외식에 대한 동기부여가 쉽지 않다. 샐러드가 거의 유일한데, 샐러드를 먹으러 비싼 레스토랑에 가고 싶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래도 가끔 외식은 한다. 오늘처럼. 아이들이 다 방학을 하였다. 그동안 아이들과 씨름을 하다 지친 나에게 잘 벼텼다고 위로하고 싶은 날이다. 물론, 아이들과의 싸움의 발생은 언제나 나의 괴팍한 성마름 탓이다. 아뭏든 이럴땐, 맛집에 가 간단한 식사를 즐긴다. 그냥 바깥바람을 쐬고 싶어서다. 한달에 2-3번 정도?


샬롯스빌에서 내가 가는 맛집은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다. 각 맛집마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이 다르다. 그중에 하나가 오늘 간 Hamilton's cafe 다. 이곳에 갈때마다 난 'Pan-roasted jumbo lump crabcake' 을 시킨다.


그러니까, 난 외식을 할때면 엄밀하게 베지테리안이 아니다. 이런 레스토랑에서 외식을 할 때면, 갑각류나 생선을 주문한다. Hamilton's cafe 에서는 이 Pan-roasted jumbo lump crabcake 이다. 다른 사람들과 같이 외식을 할 때면, 다른 사람들이 시킨 육류도 조금 먹기도 한다.


모든 종류의 동물 섭취를 거부하는 비건과 베지테리안들은 동물살상을 피하기 위함이다. 어떠한 동물도 죽음에 대한 공포를 느끼기 때문이다. 나같은 사람들은 포유동물 섭취는 가급적 피하려한다. 인간도 포유동물이니, 다른 포유동물들의 공포심에 감정이입하기는 어렵지 않다. 생선, 갑각류에는 감정이입정도가 덜하다. 과학적으로도 생선과 갑각류는 포유동물에 비해 느끼는 공포심은 현저하게 낮다고 한다. 비건과 베지테리안에게는 변명에 불과하다. 그러나, 엄격한 채식만으로는 양질의 영양소를 섭취하기가 그리 쉽지 않다고 하니, 가끔 생선 정도는 섭취해도 되지 않나라고 읍소겸 위안을 삼는다.

 

아뭏든, 샬롯스빌에서 crabcake 을 가장 잘 요리하는 곳은 내 취향으론 바로 Hamilton's cafe 다. 바스마티 쌀 (길죽한 베트남 쌀?)위에 크림소스된 시금치가 얹어있고, 그 위에 크랩케익이 얹어있고, 그 위에 레물라드 소스 가 뿌려진 음식이다. 표지사진 참조. 이 네가지의 조합이 기가막히다. 음식 양도 적당하다. 많지도 적지도 않은 간단한 점심으로 적당한 양이다.


이곳에 오기전에는 버지니아 주와 북쪽에 접경한 매릴랜드 주에 살았다. 대학원은 볼티모어에 소재한 학교에서 마쳤다. 볼티모어는 항구도시다. 그래서 crab (게) 이 유명하다. 특히 짭짤한 소스에 버물어진 찐 게 요리로 유명하다. crabcake 이 메뉴에 있는 음식점도 찾기 쉬운 지역이다. 그래서 crabcake 을 여러 음식점에서 먹어 보았다. 그중에서 Hamilton's cafe 의 Pan-roasted jumbo lump crabcake 이 최고다. 요즘 인플레이션으로 가격이 좀 올랐다. 그래도 $20. 아주 비싸지는 않다. 일년에 서너번은 와서 즐길만하다.


오늘은 날씨도 그리 덥지 않다. 이런 순간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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