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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켄쉬타인, 에필로그

신이 존재하지 않으면...

by 요기남호

영화 <프랑켄쉬타인>에서, 프랑켄쉬타인 박사는 죽은 사람들의 장기들을 짜집기하여 인간을 닮은 생명체를 만든다. 그 생명체가 손을 움직이며 살아나자, 비명을 지르며 소리친다, '이제 난 신이 어떤 심정인지 알 수 있다! (Now I know what it feels like to be god!)'.


그러나, 프랑켄쉬타인 박사는 자신의 발명체의 흉악한 용모에 곧 환멸을 느끼고, 그 발명체를 버리고 떠난다. 자신의 발명체를 어떻게 돌봐야 할지, 그 발명체가 인간사회에 어떠한 영향을 끼칠지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저, 자신의 과학적 지식으로 죽은 장기들을 모아서 생명체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인간이 창조자가 될 수 있음을 증명하고 싶었을 뿐이다. 자신의 실험이 성공적으로 끝난 후에 어떻게 해야할지에 대한 계획은 전혀 없었다.


그 영화가 기반을 둔 소설 <프랑켄쉬타인 (Frankenstein; or, The Modern Prometheus)>은 영국 작가 매리 셀리 (Mary Shelley)가 1818년에 출간하였다. 19세기 초다. 1543년 천문학자 코페르니쿠스가 출간한 책 <On the Revolutions of the Celestial Spheres>으로부터 시작한 과학혁명이 갈릴레오에 이르러 1610년부터 1633년까지 이루어진 로마교황청과의 싸움을 통해, 과학은 우주의 신비를 벗겨낸다. 브레히트의 희곡 <갈릴레오>에서 갈릴레오의 친구 사그레도 (Sagredo)는 목성 주위로 목성의 위성들이 돌고 있음을 망원경으로 보고 두려움에 휩싸여 갈릴레오에게 질문을 한다. '너의 우주체계에는 신은 어디에 있느냐?' 갈릴레오는 답한다, '우리 마음 속에. 그렇지 않으면 아무데도 없어.'


17세기 말 유럽의 식자층에서는 신의 부재가 중론으로 받아들여진다. 직접 망원경으로 밤하늘을 보면 지구의 존재가 하잘것 없음이 자명하니까. 그후 일부 유럽지식인들은 신의 부재 속에서 인간존재의 의미는 무엇인지, 인간의 도덕은 어디에 기반을 두어야하는지에 대한 고민에 휩싸인다. 소설 <프랑켄쉬타인>이 나온 사상적 배경이지 않을까. 중세시대에는 인간의 의미와 도덕은 신으로부터 나왔는데, 신이 없다면 도대체 어디에서 그 의미와 도덕률이 나올 수 있는가. 이 질문을 본격적으로 대면한 소설 중에 하나는 도스토에브스키가 쓴 <카라마조프의 형제> (1880년 출간)다. 그 소설에서 둘째 아들 이반은 동생 알료샤에게 다음과 같이 말한다, '신이 없다면, 모든 행위는 허용된다.'


<프랑켄쉬타인>은 신의 부재 속에서 인간 자신이 신이 되려고 할때 야기될 수 있는 참사를 묘사하였다. 갈릴레오 시대에는 모든 과학적 발견은 인간에게 새로운 깨달음을 주었고, 인간사회의 진전을 가져왔다. 그러나, 신의 부재는 인간의 오만함을 불러왔고, 어떤 과학적 발견은 인간사회를 위태롭게 할 수도 있다는 것을 <프랑켄쉬타인>은 지적하고 있다. 역사를 돌이켜보아도, 과학혁명으로 시작된 산업혁명이후에 인간사회에 벌어졌던 일들을 보면 긍정적인 면들도 매우 많으나, 참혹한 일들도 무수히 벌어져 왔다. 인간의 오만함과 탐욕이 결합되어 자행된 일들이다. 그 대표적인 예는 이차대전 중에 동맹국과 연합국들에 의해 자행되었던 전쟁범죄들이다. 그 예들을 살펴보며 신의 부재 속에서 어떤 도덕률을 다시 세워야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져보는 것은 앞으로 지구상에서 인간이 살아남기 위해서도 필요한 질문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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