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 시로
* 표지사진: 이시 시로, 731 부대 부사령관
내가 가르치는 학부 세미나 수업 <과학과 정치>에서 한주는 독일과 일본이 이차대전 당시에 저지른 전쟁범죄에 대해서 다룬다. 독일이 저지른 전쟁범죄는 인종적 우생학으로 시작하여 홀로코스트라고 일컬어지는 유대인학살이 대표적인 예다. 일본이 저지른 대표적 전쟁범죄는 731부대의 생체실험을 통한 생화학무기프로그램과 위안부 운영이다. 이 주제들에 대한 다큐를 보고 비교분석하며 토론을 한다. 지난 10여년 동안 이 수업을 가르쳐왔는데, 이 주제에 이르면 학생들이 항상 지적하는 공통적인 반응이 하나 있다. 그것은, 일본이 저지른 전쟁범죄에 대해서는 자신들은 전혀 몰랐다는 것이다. 독일이 저지른 전쟁범죄에 대해서는, 자신들이 고등학생일때까지 귀가 닳도록 들어왔는데, 일본의 전쟁범죄에 대해서는 처음 들었다며 놀라움을 표하곤 한다. 이번 학년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니까, 미국에서 의무적으로 시행되는 초등학교에서 고등학교까지의 교육과정 동안에 독일이 저지른 전쟁범죄는 끊임없이 가르치지만, 일본이 저지른 전쟁범죄는 거의 다루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왜 그럴까.
일본의 731부대를 계획하고 실행한 사람은 이시 시로 (Ishii Shiro)다. 일본에서 명문중에 명문대학인 교토 제국대학 의학부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그곳에서 박사학위까지 받은 수재였다. 일본인의 인종적 우월성에 사로잡혀 중국인과 조선인들을 대상으로 생체실험을 통하여 세균무기개발을 하는 프로그램을 처음부터 기안하고, 그의 실행을 위해 731부대를 설립하고, 731부대 부사령관으로서 생체실험을 관장하고, 일본이 패망할 때까지, 세균무기개발을 강력 추진한 이가 바로 이시 시로다. 좋은 머리와 좋은 인간성은 전혀 관계가 없음을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다.
이시 시로는 전쟁 후, 처벌을 받지 않았다. 이에 비해 독일 나치 의사들은 전쟁후에 처벌을 받았다. 이 극명한 차이는 왜 벌어졌을까.
이시 시로의 딸은 전쟁 후에 이러한 말을 한다. '전쟁 중이었다. 극한적인 비정상적 상황 속에서 벌어진 일들이다. (It was war. It all happened under extrememly abnormal circumstances.)' 과연 전쟁 중에는 어떠한 행위라도 허용될까. 전쟁 중이라도 인간으로서 결코 넘어서는 안되는 선은 과연 존재하는가?
이런 질문들을 하나씩 살펴보기로 한다. 전쟁후, 일본과 독일의 상반된 처벌/대응에 중점을 두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