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D.H. 로런스의 <Women in love> 1

I want the finality of love

by 요기남호

* 표지사진: 영화 <Women in Love> (1969)


D.H. 로런스 (D.H. Lawrence)라 하면, 나를 비롯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채털리 부인의 연인 (Lady Chatterley's Lover)>을 떠올릴 것이다. 그 선정적 영화말이다. 이 영화는 로런스의 동명소설에 기반을 두었다. 그 소설은 영화나 tv드라마로 여러번 만들어졌다. 나의 세대는 1981년에 만들어진 영화에서 채털리 부인 역을 한 실비아 크리스털을 기억할 것이고, 요즘 젊은 세대는 2022년에 제작된 영화에서의 에마 코린을 떠올릴 것이다.


문학에는 문외한인 나같은 사람들에겐 소설가 로런스에 대한 이미지는 영화 <채털리 부인의 연인>의 선정성이 유일하기 십상이다. 그런 문외한들에겐, 1960년대부터 한국사회의 진보진영을 꾸준히 대표해 오신 영문학교수이자 문학평론가인 백낙청 선생님 (이하 존칭은 생략한다)의 하버드 대학 박사논문이 바로 D.H. 로런스였다는 사실에 의아함을 가질 수도 있겠다. 그리고, 로런스의 소설들이 선정성이외의 어떤 깊은 의미가 있나라는 추측이 생길 수도 있겠다.


D.H. 로런스는 백낙청의 평생의 연구테마였다. 그 평생의 연구를 모으고 다듬어 2020년에 펴낸 책이 <서양의 개벽사상가 D.H. 로런스> (창비, 2020)다. 서양의 소설가 로런스와 조선의 개벽사상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이것이 궁금하신 분들께는 그책을 사서 읽어보시길 추천한다.


여기에선, 그 책의 2장 '<연애하는 여인들>과 기술시대'에서 다루어진 로런스의 소설 <연애하는 여인들>에 대한 이야기를 써보려한다. 내가 쓰고 있는 책 <영화로 본 과학기술시대> (가칭)의 마지막 장의 일부가 될터인데, 그 소설에 기반을 두고 1969년에 만들어진 영화 <Women in Love> (감독: Ken Russell; Main actors: Glenda Jackson, Oliver Reed, Jennie Linden, Alan Bates)에서 몇장면을 논의의 출발점으로 삼기로 한다.


<연애하는 여인들 (Women in Love)>은 브랑그웬 (Brangwen)가의 두 자매 어슐라 (Ursula)와 구드런(Gudrun), 그리고 그들의 연인 루퍼트 버킨 (Rupert Birkin)과 제랄드 크라이치 (Gerald Crich)의 사랑이야기다. 제랄드와 루퍼트는 절친 사이다.


씬 (Scene) 1


이 네사람이 연인관계로 발전하기 전 어느 화창한 날, 한 지인의 저택에 초대를 받아 정원에 놓인 넓은 탁자에 둘러앉아 와인과 음식을 들며 한가로운 낮 시간을 보낸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식후에 산책을 가는데, 제랄드와 루퍼트는 뒤에 남아 대화를 나눈다. 이 장면에서 이 두사람은 사랑과 삶에 대한 상이한 시각을 드러낸다. 다음은 그 두사람이 주고받는 대화다.


Gerald (이하 G): Have you ever really loved? Anybody. (진정으로 사랑해 본 적 있니? 아무라도.)

Rupert (이하 R): Yes and no. (그렇기도 하고 안그렇기도 해.)

G: But not finally? (그러나 최종적이진 않았어?)

R: Finally? No. (최종적? 아니.)

G: Nor I. (나도 그래.)

R: Do you want to? (넌 최종적 사랑을 하고 싶어?)

G: (어깨를 으쓱거리며) I don't know. (난 모르겠어.)

R: I do. I want the finality of love. (난 원해. 난 최종적 상태의 사랑을 원해.)

G: Just one woman? (오직 한 여자?)

R: Just one woman. (오직 한 여자.)

G: I don't believe a woman and nothing but a woman will make my life. (난, 한 여자, 오직 한 여자가 나의 인생을 충족시켜줄거라고 믿지 않아.)

R: You don't? Then what do you live for, Gerald? (넌 믿지않아? 그럼, 제랄드 넌 무엇을 위해 사니?)

G: I suppose I live for my work. And other than that, I live because I'm living. (아마 나의 일을 위해 살지. 그 이외엔, 살아있으니까 살아.)

R: I find that one needs one single pure activity. I would call love a single pure activity. But I don't really love anybody. Not now. (난 사람은 단 하나의 순수한 행위가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어. 그리고 사랑이 바로 그 하나의 순수한 행위라고 볼 수 있다고 봐. 하지만 난 어느 누구를 진정으로 사랑하지는 않아. 아직은.)

G: Do you mean that if there isn't that woman then there is nothing? (네가 의미하는 건, 그 여성이 없으면 아무것도 없다는 거야?)

R: More or less there, seeing there's no God. (대체로 그래, 신은 없으니까.)

G: Rupert, what do you really want? (루퍼트, 넌 진정으로 무엇을 원하니?)

R: I want.. to sit with my loved one in a field.. with daisies growing all aournd us. (내가 원하는 건.. 내 사랑과 들판에 앉아 있는 것.. 국화꽃이 우리를 온통 둘러싸고 있는 들판에.)


제랄드는 그말을 하는 루퍼트를 뚫어지게 응시한다. 루퍼트는 얼굴에 날아든 파리를 손으로 쳐내며 웃음을 짓는다. 그리고 와인잔을 입에 가져간다.


이 장면에서, 루퍼트는 사랑에 대한 믿음을, 인생의 최상의 의미는 최종적 사랑이란 믿음을 드러낸다. 이에 반해, 제랄드는 최종적 사랑에 대한 회의를 드러낸다. 그리고, 그럼 무얼 위해 사니란 루퍼트의 질문에, 일 (work)이라고 답한다.


제랄드가 인생의 전부처럼 생각하는 일은 과연 무엇인가. 최종적 사랑의 의미는? 그리고 이 두 남자의 연인이 될 두 자매 어슐라와 구드런은 삶과 사랑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나..


(to be continued)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