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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H. 로런스의 <Women in Love> 2-1

영국 탄광과 증기기관, 그리고 산업혁명

by 요기남호

* 표지사진: 제임스 와트의 증기기관. 출처: http://wiki.hash.kr/index.php/파일:와트의_증기기관.jpg



영화에서 제럴드가 어슐라와 구드런, 두 자매와 처음으로 조우하는 것은 그가 발가벗은채로 연못으로 뛰어들어 수영을 하면서다. 그때 두 자매는 연못 주위의 숲 속을 산책하고 있었다. 두 자매를 본 제럴드는 손을 흔들며 'Hello (안녕하세요)!'라고 소리치고, 두 자매는 그가 제럴드 크라이치임을 알아챈다. 그리고 두자매는 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구드런 (이하 구): 'So Gerald's in charge of the mine, is he not?' (제럴드가 광산을 관리하고 있지, 그렇지?)

어슐라 (이하 어): 'Mmm, making all kinds of latest improvements. (응, 모든 종류의 최신식 개선을 실행하고 있고. They hate him for it. (그들은 그것 때문에 그를 싫어해) He takes them all by the scruff of the neck, and fairly flings them along. (그는 그들 모두의 목덜미를 잡고 자신이 시키는 일에 전념하도록 하지.)'


어슐라가 이야기하는 그들은 탄광에서 일하는 광부들이다. 제럴드가 어떤 방식으로 어떤 일을 하는지 알려주는 장면은 탄광에서 벌어지는 장면들이다. 어두운 탄광 속에서 여러 탄갱의 출입구들에서 석탄덩어리들을 실은 컨테이너들이 나와 레일 위로 이동한다. 그 석탄덩어리들은 벨트 컨베이어 위에 놓여지고, 움직이는 벨트 컨베이어 양쪽에 노동자들이 붙어서서 석탄덩어리들의 옥석을 가리는 작업을 하고 있다. 제럴드는 그곳을 시찰하는데, 나이든 노동자가 약간 큰 돌덩어리를 컨베이어에서 들어내지 못하는 것을 보고, 그에게 다가가 자신이 그 돌덩어리를 컨베이어에서 들어내며 그에게 'Go to the office (사무실로 가)'라고 명령한다.


다음 장면은 사무실 안이다. 제럴드의 아버지 톰이 지갑에서 10파운드 지폐 한장을 꺼내 그 나이든 노동자에게 주며 미안하다고 말한다. 그때 제럴드가 문을 열고 들어온다. 아버지 톰은 제럴드에게 그 나이든 노동자를 좀더 오래 일하게 해야한다고 말한다. 제럴드는 벌써 다른 사람으로 바꾸었다고 말한다. 그리곤, 그 노동자에게 주어지는 연금이 충분하지 않느냐고 반문한다. 노동자는 연금때문이 아니고, 자신이 원하는 것은 일이라며, 앞으로 수년간 더 일을 할 수가 있다고 항변한다. 제럴드는 퉁명스럽게 '내가 원하는 성격의 일이 아니야'라고 내뱉는다. 그러자, 아버지 톰은 아무말도 못하고, 그렇게 나이든 노동자는 해고된다.


그 다음 장면은 퇴근시간의 장면이다. 퇴근하는 노동자들 사이로 제럴드와 아버지 톰은 자가용으로 걸어가며 대화를 나눈다. 아버지 톰이 제럴드에게 광부들이 제럴드를 싫어한다고 말하며 제럴드의 경영방식에 대해 비평을 하자, 제럴드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아버지 당신은 그들을 착취해서 큰 돈을 벌었고, 이제 당신의 죄책감을 덜어내려고 그들에서 푼돈을 주고 있어요. 최소한 나는 그들에게 일자리와 공정한 월급을 주고 있잖아요.' 톰이 광부의 미망인들에게 석달마다 석탄을 듬뿍 주어왔는데, 제럴드가 그것을 그만두게 했음을 지적한다. 제럴드는 회사는 자선단체가 아니고, 미망인들은 이제 제값을 주고 석탄을 가져가야한다고 말한다.


이 장면들은 제럴드가 광산의 기술적 현대화 뿐만아니라, 비효율적인 노동자들의 가차없는 해고와 복지제도의 축소와 같은 구조조정을 통한 경영의 혁신도 도입하였음을 보여준다. 제럴드가 어떠한 신념으로 광산을 이렇게 변하게 했는지를 더 자세히 살펴보기 전에, 이 작품의 배경이 탄광이라는 의미가 무엇인지를 간단히 살펴보자.


로런스의 소설들의 주무대가 대부분 탄광도시이었다는 사실은 우연이 아니다. 로런스는 1885년 노팅햄셔 주의 이스트우드라는 도시에서 태어났는데, 그곳은 런던에서 북쪽으로 2시간 30분 가량의 운전거리에 위치한 탄광도시였다. 그리고 그의 아버지는 광부였다. 이러한 로런스의 개인적인 경험이외에, 영국의 탄광산업이 세계적 자본주의 초기발달사에서 가지고 있는 의미는 지대하다.


영국에서 광산업은 16세기부터 중요한 산업이었다.[1] 그당시부터 연료의 주원료이던 나무들이 고갈이 되자 석탄이 주 연료가 되었다. 영국에는 풍부한 노천 탄광이 많았다. 석탄의 수요가 커감에 따라, 광산에서는 점점 더 깊게 땅을 파서 석탄을 채굴하게 되었는데, 지하갱도에 고이는 지하수를 퍼내야하는 문제가 생겼다. 처음에는 물바가지로 그 지하수를 퍼내었으나, 17세기 말부터는 증기기관을 사용하여 지하수를 빨아올리려는 노력이 시작되었다. 영국 석탄광산에서 대대적으로 사용된 첫 증기기관은 1712년에 토마스 뉴커먼이 발명한 증기기관이었다.[1,2,3] 그러나, 이 증기기관은 그리 효율적이지 않았다. 그후, 1776년 제임스 와트가 매우 효울적인 증기기관을 발명하였고, 그 증기기관은 모든 광산에서 기존의 비효율적인 엔진을 대체하였다.[1]


석탄과 증기기관의 결합이 주는 동력은 광산업에서 뿐아니라 섬유산업과 제철산업등의 다른 산업 또한 매우 혁명적으로 발전시켰다.[2,3] 생산된 고급철강으로 철도와 증기선등이 건설되었고, 영국은 세계의 공장이 되었다. [2,3] 산업혁명의 시작이었다. 탄광에서 이루어진 기술혁신이 바로 산업혁명의 시발점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로인해 18세기 말부터 영국은 모든 산업에서 중국을 앞질러가기 시작했다.


이렇게, 영국 광산이 세계의 산업혁명사, 즉 세계 근대화에 기여한 역할은 결정적이다. 그당시 광산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현재의 석유를 포함한 에너지산업 전체와 같았을 것이다. 탄광도시를 무대로 한 로런스의 소설이 지금까지 현재성을 띄는 이유 중에 하나이다. 그리고 광산을 현대화한 제럴드가 과학기술시대의 산업계를 대표하는 전형적 인물이 될 수 있는 까닭이다.



* 참고문헌

1. <Coal Mining in the British Industrial Revolution> Mark Cartwright, 2023.3.17. https://www.worldhistory.org/article/2201/coal-mining-in-the-british-industrial-revolution/


2. <제임스 와트 증기기관, 영국 산업혁명 시동걸다>, 김현민 기자, 2019.12.07. 아틀라스뉴스 (Atlasnews). http://www.atlas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368


3. 증기기관, 해시넷. http://wiki.hash.kr/index.php/증기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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