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드런 & 제랄드 1
어느날 밤, 구드런이 홀로 거리를 배회하는 장면이 있다. 광부들이 사는 구역을 지나고, 두 남녀가 키스를 하는 터널을 지나, 술집들이 즐비한 거리를 걷는다. 런던에서의 보헤미안 생활이 그리웠기 때문이었을까. 거리에서 술에 취한 한 남자가 구드런에게 치근덕거리기 시작하는 것은 그리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는다. 구드런이 묻는다.
구드런 (이하 구): Who are you then? What work? (그럼 당신은 누구야? 무슨 일 해?)
남자 (이하 남): Miner. Good enough for you? (광부. 너에게 충분해?)
그 남자가 광부라고 말하자, 구드런은 성적인 농을 건다.
구: How are your thighs? (네 허벅지는 어때?)
남: My thighs? (내 허벅지?)
구: How are they? Are they strong? Because I want to drown in flesh. Hot, physical, naked flesh. (어때? 튼튼해? 왜냐면 난 땀에 흠뻑 젖고 싶거든. 뜨겁고, 격렬하고, 발가벗은 육체말이야.)
그러자, 그 광부는 대담해져 술집바 앞에서 구드런을 껴안고 키스를 하려한다. 구드런은 발로 그의 정강이를 차며 밀쳐낸다. 광부는 다시 구드런을 부둥켜 안으려 하는데.. 그때 바에서 제랄드가 두 여성을 양쪽에 끼고 밖으로 나오며, 구드런에게 인사를 한다. 그리고 광부에게 'Anyting wrong, Palmer? (무슨 잘못된 일이 있어, 팔머?)' 그 광부의 이름이 팔머였다. 그러자 팔머는 모자를 고쳐쓰며 'Mr. Crich. No offence, Mr. Crich. (크라이치 씨. 악의는 없었습니다, 크라이치 씨.)' 하며 사라진다. 그렇게 구드런을 곤경에서 구한 제랄드는 아무렇지 않은 듯, 두 여성과 거리로 나간다.
이 장면은 구드런과 제럴드가 연인관계로 발전하기 전인데, 그당시 두사람의 심리상태를 짐작케하는 장면이다. 먼저, 구드런의 성격은 차분하지 않으며 (요조숙녀와는 거리가 매우 멀다), 고향생활을 따분해하고, 런던에서 즐겼던 자유분방한 생활을 그리워하는 듯 하다. 제럴드는 아버지의 광산회사를 혁신시켜 완벽한 기술적 메커니즘을 확립한 후에 충족감 보다는 공허함을 느끼며 기분전환으로 무분별하게 여자들과 잠자리를 갖고 있는 상황이다.
구드런과 제럴드, 이 두 사람은 모두 자유분방한 사람들처럼 보이는데... 그렇다면, 서로 잘 맞는 상대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