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개벽과 정신개벽
*표지사진: 영화 <2001: A Space Odyssey (1968)> (감독 스탠리 쿠브릭) 포스터
스탠리 쿠브릭 감독이 1968년에 만든 영화 <2001: A Space Odyssey>는 칠흙같은 검은 화면으로 시작한다. 어떠한 빛도 없는 칠흙의 화면이 2분 50초 동안 지속되는 동안 배경음악으로 Gyorgy Ligeti 의 <Atmospheres> 가 흘러나온다. 색조 (tonality)가 없는 음악이다. 마치 우주의 빅뱅 후 태양계가 생성이 되기 전의 어둠 속을 그리는 듯하다.
그 첫 음악을 이어 리처드 스트라우스 (Richard Strauss)의 <Also sprach Zarathustra>* 가 흘러 나오기 시작한다. 조용한 음악이 30초 정도 흐른후, 관악기의 커다란 짜잔하는 소리가 나고, 드럼소리가 쿵쾅쿵쾅쿵쾅 울릴때, 태양이 지구로 보이는 한 행성 위로 떠오르기 시작한다. 태양계의 탄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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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쿠브릭은 이렇게 첫 4분 36초 동안 칠흙 같은 화면과 행성위로 떠오르는 태양, 그리고 두 음악으로 빅뱅 이후 100억년에 걸친 우주의 진화와 태양계의 탄생을 묘사한다.
다음 장면은 아프리카 사막이다. 지금의 고릴라 비슷하게 생긴 구인류들이 모여 풀을 뜯어먹는다. 주위에 말의 옛조상처럼 보이는 동물들이 같이 풀을 뜯어먹는다. 갑자기 표범이 한마리 뛰어들며 구인류 한명을 덥친다. 그 구인류은 속절없이 당하고, 다른 동료들은 도망을 간다. 그당시 먹이사슬에서 구린류는 표범의 먹이감에 불과했음을 묘사한다. 대략 400백만년 전의 지구의 모습이다.
다음 장면은, 구인류들이 작은 물구덩이에 모여 물을 마시는 장면이다. 그때, 주위에서 다른 구인류들이 등장한다. 이 두 그룹은 서로 소리를 지르며 힘을 겨룬다. 아직 완전히 두발로 서지 못하고 엉거주춤하게 앉아서 폴짝폴짝 뛰며 괴성을 지르는 것으로 자신들의 힘을 뽐내는 것이다. 그 싸움에서 이전의 그룹은 져서 도망을 가고, 침입한 그룹이 물구덩이를 차지한다.
다음 장면은, 도망갔던 구인류들이 동굴에서 잠을 자다가 새벽에 이상한 물체를 발견하고 놀라는 장면이다. 그 이상한 물체는 매우 뛰어난 지능을 가진 외계인들이 세운 높은 직시각형의 검정색 기둥 (모놀리스)이다. 그 모놀리스 주위를 구인류들은 놀라 폴짝폴짝 뛰다가, 용감한 구인류 한명이 모놀리스에 다가와 손으로 만지고 입을 맞추기 시작한다. 다른 동료들도 서서히 모놀리스에 다가와 그 용감한 동료를 따라 모놀리스를 숭배하듯 손으로 어루만진다. 그때 태양이 그 모놀리스 꼭대기 위로 떠오르기 시작한다.
다음 장면에서 같은 구인류 그룹이 맘모스의 유골이 흩어져있는 곳을 배회한다. 그러다가, 그 용감했던 구인류가 맘모스의 뼈를 물끄럼히 바라보며 생각에 잠기다가, 맘모스의 두꺼운 뼈를 집어든다. 그 구인류는 두꺼운 뼈로 다른 가느다란 뼈들을 내리치기 시작하고 , 가느다란 뼈들이 부서지는 것을 보고는 더욱 세게 내리치기 시작한다. 말이 쓰러지는 장면이 나오고, 그 구인류 그룹이 죽은 말의 살을 먹는다. 이 장면은 구인류가 동물의 뼈와 날카로운 돌을 사용하기 시작하여 자연의 먹이사슬에서 위로 올라가게 되는 과정을 묘사한다. 배경음악은 다시 웅장한 리처드 스트라우스 (Richard Strauss)의 <Also sprach Zarathustra>다.
그후, 그 구인류 그룹은 동물의 두꺼운 뼈로 무장한채, 자신들이 쫓겨난 물구덩이를 다시 차지하려고 간다. 두 그룹의 지도자 격인 두 구인류가 싸움을 시작하나, 무기가 없는 구인류는 속수무책으로 패배한다. 그렇게 새로운 무기를 터득하고 손에 쥔 그룹이 승리하고 다시 물구덩이를 차지한다. 눈여겨 볼 점은, 그 싸움의 과정에서 무기를 든 구인류가 두발로 일어서는 장면이다. 구인류의 직립보행의 시작이다.
* 니체의 동명의 철학책 <Also sprach Zarathustra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1883))>에 리처드 스트라우스가 감동을 받고 1896년에 작곡한 곡이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