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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기우진 Aug 07. 2023

옷 사려면 살 쪄서 오세요

기술시대의 규격화

표지사진: 깡마른 남자 모델. 출처: https://twitter.com/DF_drawing/status/948727778056200192/photo/2


날씨가 무지 덥다. 그래서 미국에서 가져온 입던 청바지를 입을 수가 없다. 이 무더위에는 너무 두껍다. 그래서 얇은 바지를 하나 사러 쇼핑몰에 갔었다. 대부분의 옷가게들이 구비하고 있는 옷들은 나에게 좀 컸다. 한국남자체형이 많이 커졌나.. 어느 옷가게를 가나, 가장 작은 사이즈가 내 체형에 맞을까 말까 했다.


맘에 드는 바지를 겨우 하나 발견하고 구입한 후, 자켓 하나가 눈에 띄어 한번 걸쳐 보았다. 사이즈는 나에게 맞아야하는 사이즈인데, 내 취향에는 좀 헐렁했다. 그래서, 일하시는 분께 좀 크네요 했다. 60대 초반 쯤 되어보이시고 마음 좋아보이시는 그 분이 말했다. "너무 말랐어요. 다음에 옷 사려면 살 좀 더 쪄서 오세요." 그말에 난 빵 터져 깔깔 웃으며 말했다. "옷을 작게 만드셔야지, 제가 살을 더 쪄야 한다고요?"


그러자, 그 분이 우겼다. 내가 너무 말랐다고.. 그런데, 그분도 매우 마른 체형이었다. ㅋㅋ 서로 낄낄대며 웃었다.


사실 웃통을 벗으면 표지사진의 젊은 모델 비스므레하게 근육 뿐인데.. 식스팩은 당연하고.. 보여줄 수도 없고.. 쩝.


그런데.. 그분의 사고는 이 기술시대 사고의 전형을 보여주지 않을까. 모든 사람들을 이미 만들어진 옷 규격에 맞는지 안맞는지, 그리고 안맞으면 사람이 그 옷에 맞추어야한다는 시각 말이다. 인간의 대상화와 규격화.


웃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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