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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기우진 Aug 09. 2023

들어가는 말 1

모든 물리학은 다 입자물리학?

표지사진 출처: https://m.khan.co.kr/article/201207042251241


내가 비과학자들과 처음 만나 서로를 소개할때면 거의 항상 경험하는 것이 있다. 내가 물리학자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때, 거의 모든 사람들이 양자역학 혹은 입자물리학을 언급한다. 그만큼, 일반인들에게 현대물리학이란 자연에 존재하는 모든 물질들을 구성하는 기본입자들이 무엇이고 그 입자들간의 상호작용들이 무엇인지를 연구하는 입자물리학이라는 선입견이 지배적이란 사실이다. 그 선입견은 그 사람들의 훌륭한 인문학적 소양을 나타낸다. 잘 알다싶이 물리학을 포함한 자연과학의 뿌리는 기원전 6세기부터 시작된 그리스철학이다. 그 당시 지금의 그리스와 중동에 걸치는 지중해 연안에 살던 철학자들은 두가지 커다란 질문에 대한 대답을 추구했었다. 첫째는 우주는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지, 그리고 우주에서 벌어지는 자연현상들을 어떻게 설명할 수가 있는지, 둘째는 인간의 본성을 어떻게 이해하고, 인간이 이루는 사회에 어떤 윤리가 필요한지였다. 그중에 첫째 질문에 대한 연구가 자연과학을 파생시켰다. 그 질문은 우주의 모든 물질들을 이루는 기본입자들이 존재하는지에 대한 질문으로 자연스레 이어졌고, 그 학문이 현대에까지 이어져와 입자물리학이라는 물리학분야를 이루었다. 그 과정에서 원자가 발견되었고, 원자를 이루는 원자핵과 전자가 발견되었고, 원자핵을 이루는 양성자와 중성자가 발견되었고, 양성자와 중성자가 사실은 여섯종류의 쿼크라는 더 기본적인 입자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런 환원적 방법을 통해서 현대입자물리학은 자연에 존재하는 모든 물질은 6개의 쿼크 (up, down, charm, strange, top, bottom)와 6개의 렙톤 (electron, muon, tau, electron neutrino, muon neutrino, tau neutrino), 그리고 그들 각각의 반입자(antiparticle)들로 이루어져 있음을 밝혀내었다. 입자물리학은 그 기본입자들 간의 상호작용도 연구를 하는데, 그 상호작용을 하는 입자 수는 둘이나 셋인 극소수의 입자들간의 상호작용이다. 자연에 존재하는 기본상호작용은 중력, 전자기력, 강력, 약력, 이 네가지다. 입자물리학은 이 상호작용을 하나의 이론으로 통합하려는 작업을 하여왔는데, 현재까지는 중력을 뺀 전자기력, 강력, 약력은 표준모델이라는 이론으로 통합을 하였다. 이 이론에 의하면, 이 세가지 상호작용은 기본입자들이 다섯가지 종류의 보존(boson)이라는 입자들을 주고받는 현상이다. 전자기력은 광자를, 강력은 여덟가지의 글루온(gluon)들을, 약력은 W+, W-, Z라는 보존을 주고받아 벌어지는 현상들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보존이 있는데, 그것이 힉스(higgs)라는 입자로 표준모델에서 다른 입자들이 질량을 갖게 하는 입자로서 2012년에 스위스에 있는 CERN연구소에서 발견되어 표준모델이 실험적으로 입증되었다. 여러 한국입자물리학자들도 힉스가 발견된 연구에 참여하였었고, 그래서 한국언론에도 크게 보도된 적이 있었다. 현재 입자물리학에서는 마지막 남은 중력을 통합시키는 것이 현재 진행 중인 가장 중요한 미완의 작업이다. 입자물리학의 현재까지의 업적은 매우 대단하다. 그리고 이 결과들은 일반인들에게도 제법 익숙하여, 물리학하면 입자물리학을 떠올리는 것이다.


조금 길게 입자물리학에 대해 설명한 이유는 내가 연구하는 물리학분야는 입자물리학과는 성격이 조금 다른 응집물리학이라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응집물리학은 '수많은' 입자들이 모여 한두입자가 아닌 다자가 동시적으로 상호작용을 하였을때 벌어지는 현상들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최근에 핫뉴스가 되었던 초전도체라는 현상도 고체내에 수많은 전자들 비롯한 입자들이 상호작용을 하여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러한 응집물리의 현상을 이해하기위해서는 입자물리학에서의 환원적 방법만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하다. 물론, 응집물리현상들은 기본입자들의 전자기력에 기반을 두지만, '다수의' 입자들이 '동시에' 상호작용을 함으로서 나오는 현상은 한두 입자들간의 상호작용으로 나오는 현상들과는 차원이 전혀 다른 현상들이다. 인간사회를 빗대어 입자물리학과 응집물리학의 차이를 설명해보면, 인간이란 무엇인지를 설명하는데 있어 심리학이나 신경과학등으로 한 인간이라는 동물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는 것이 입자물리학이라면, 다수의 인간이 사회를 이루었을때 문명이라 불리는 다양한 현상들을 나타나는데 그런 현상은 응집물리현상이라고 하겠다.


나의 과학연구가 응집물리학인 탓인지는 모르겠으나, 그리스철학의 두번째 질문이었던 인간과 사회에 대한 질문에서 파생된 인문학은 나에게 언제나 관심사였고, 외람되지만 조금 친숙한 느낌도 들곤 했었다. 아마도 이러한 배경때문에, 내가 재직중인 버지니아대학에서 2012년 경에 개설된 대학융합프로그램에 <과학과 정치>라는 학부세미나과목의 커리큘럼을 만들어 지원을 하였고, 다행히 채택이 되어 이제까지 여러차레 그 과목을 가르치게 되었다. 그 수업은 과학혁명인 코페르니쿠스혁명에서부터 시작하여 최근의 기후변화와 인공지능까지 7-8가지 주제에 대해 토론하는 세미나수업이다. 이 책은 그 경험의 소산이다. 어쩌면, 이과생이 과학사를 중심으로 인간사회에서 과학기술이 발전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응집현상들을 이해하려는 시도라고나 할까.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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