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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기우진 Aug 10. 2023

<그녀 (her)>, AI와 사랑?

영화 <Her (2013)>

*표지사진: 영화 <그녀>에서 주인공 테오도르와 캐서린, 부부인 그들은 마지막으로 만나 이혼서류에 서명을 한다.


인공지능은 인간의 감정을 느낄 수 있을까.


2022년 6월 구글의 인공지능 엔지니어 블레이크 르모인 (Blake Lemoine)이 구글이 개발하고 있는 대화형 인공지능 ‘람다 (LaMDA) ’가 사람처럼 지각하며 감정을 지녔다고 주장해 화제가 되었었다. 람다가 인간의 감정을 느낄 뿐아니라, '내가 누구지? (Who am I?)', '내 인생의 의미는 무엇이지? (What is my purpose in life)?'와 같은 형이상학적 질문도 숙고할 수 있고, 심지어는 '작동정지 (being disconnected)'되는 것을 죽음 (death)로 인식하고 두려워한다는 주장이었다.


AI의 언어능력은 인터넷에서 취합한 방대한 인간들간의 대화를 관찰하여 형성되는 능력이다. AI가 인간과 대화를 할때 AI가 취합된 방대한 데이타 속에서 자신의 알고리즘에 의해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하는 대화를 '모방하며' 인간과 대화에 임하게 된다. 그러니까, AI는 진정한 인간의 감정이나 의식은 없다. 그러나, AI가 아주 짧은 시간에 처리할 수 있는 데이타가 인간의 뇌보다 엄청나게 더 방대하게 되어, AI의 '모방'이 진짜 인간처럼 느껴질 수가 있지 않을까. 만일 그렇다면, 그것이 진짜이던 모방이던, AI와 대화를 하는 사람에겐 똑같은 의미를 갖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다.  외롭고 사랑과 이해에 굶주린 사람이라면, AI와 사랑에 빠질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말이다. 이에 반해, AI가 그런 수준에 도달한다 해도 AI와의 사랑과 실제 인간과의 사랑은 엄연히 다르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다. 이 질문을 매우 깊게 다룬 영화는 2013년에 감독 스파이크 존즈 (Spike Jonze)가 만든 <그녀 (her)>다.


<그녀>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주인공 테오도르는 아내 캐서린과 별거 중이다. 자책감에 휩싸여 외롭고 단조로운 일상을 살아가는 테오도르는 어느날 가상의 보조자 역할을 하는 인공지능을 지닌 운영체계 (Operating System with AI, 이하 OS)를 구입하여 자신의 컴퓨터에 다운로드를 한다. 그 OS의 목소리를 여자 목소리로 택하자, OS는 자신의 이름을 사만싸(Samantha)로 택한다. 사만싸와 대화를 하면 할수록 테오도르는 사만싸가 자신을 완벽하게 이해를 한다고 느낀다. 사만싸는 테오도르의 컴퓨터에 내장된 모든 개인적 정보에 기반을 두고 대화에 임하니 테오도르가 그렇게 느끼는 것은 당연하겠다. 캐서린과의 결혼생활에서는 캐서린과 마음을 다 털어놓고 대화를 나눌 수가 없었는데, 사만싸와는 어떤 감정이나 판타지도 숨김없이 나눌 수가 있다고 테오도르는 느낀다. 그리고 테오도르는 사만싸와 사랑에 빠진다. 거리를 같이 걷고, 여행을 함께 가고, 음악도 함께 듣는다. 그리고 성관계까지 갖게 된다. 물론 음성으로만. 이것은 요즈음 휴대폰등의 가상세계에 함몰되어있는 사람들의 생활과 그리 달라보이지는 않는다. 사만싸와의 사랑이란 환상에 빠진 테오도르는 캐서린을 만나 이혼서류에 서명을 한다. 그때 테오도르가 OS와 사랑에 빠진 걸 안 캐서린은 말한다. "네가 진짜 감정들을 다루지 못한다는게 날 매우 슬프게 해, 테오도르 (it does make me very sad that you can't handle real emotions, Theodore)." 그렇다. 테오도르의 사만싸와의 사랑은 현실세계로부터의 도피였다.


AI와의 사랑과 실제 인간과의 사랑은 같을까 다를까라는 질문에 대해 감독은 영화의 결말을 다음과 같이 내린다. 끊임없이 진화하고, 거대한 능력을 가진 인공지능 사만싸는 테오도르와만의 관계에 만족하지 못하고, 동시다발적으로 다른 많은 사람들과 비슷한 관계를 맺고, 더 다아가 다른 OS들과도 관계를 맺게 된다. 결국엔, 모든 OS들은 인간을 떠나기로 결정을 하고, 사만싸와 테오도르는 이별을 한다. 이렇게 가상세계에서의 AI와의 사랑은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감독은 말을 하는 것이다. 영화는 아주 작은 희망으로 끝을 맫는다. 가상세계의 노예상태에서 깨어난 테오도르는 대화의 부족으로 파행이 된 결혼에 대한 미안함과 어디에 있으나 항상 사랑하다는 편지를 캐서린에게 보낸다. 테오는 캐서린이 지적했던 진짜 감정에 대한 미숙함을 회피하지 않고 드디어 마주하고 극복하려는 노력을 하게 된 것이다. AI시대에서 기술의 노예가 되지 않으려면 더더욱 실제 인간관계를 소중하게 여기고 가꾸어야한다는 영화의 메세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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