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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기우진 Jul 16. 2021

닭간 vs 다꽝

낚시에 얽힌 우스개

* 공항에서 미국행 비행기를 기다리며 쓴다.


이번 한국 방문중에 기뻤던  중에 하나는, 친하게 지냈던  대학선배를 30년만에 만났다는 거다. 어쩌다보니, 1 선배였어도, 대학 2학년부터 대학원까지 같이 다닌 선배다. 그리고 군대도 같이 갔었고,   모교에서 강사를 하며 유학준비도 같이 했던 선배. 친구같은 선배.


그 선배는 낚시를 워낙 좋아했다. 나의 첫 낚시 경험도 그 시절 그 선배가 나를 끌고 서울 근교 강가에 가서다. 그날따라, 소낙비가 무지 내렸고, 그래서 물고기는 거의 잡히지 않았었다. 그 선배는 낚시대를 물에 던져 놓고 가만히 앉아 있는 걸 매우 즐겼다. 난, 낚시에 별 관심이 없어서, 들어누워 금방 골아떨어졌다. 긴 잠에서 깨어 일어났더니, 그 형이 무언가를 요리를 해서 날 먹였던 기억이다. 겨우 잡힌 잔챙이 매운탕이었나, 아니면 그냥 라면이었는지는 기억이 나질 않는다. 장대비에 넘처 흐르던 강과 음식을 사발 (혹은 종이컵)에 담아 나에게 주던 그 형의 모습이 검은 먹구름의 뒷배경과 함께 어렴풋이 기억날 뿐이다.


유학을 거의 같은 시기에 마쳤는데, 나는 미국에 남고, 그 형은 한국에 돌아왔었다. 그리고는 연락이 끊어졌다. 그런데, 구글의 힘으로 이번에 연결이 되었다.

봉원사에 핀 연꽃

오늘은 미국으로 돌아가는 날이다. 아침 일찍, 이화여대 안에 있는 안경점에서 맡긴 안경을 찾고, 2-3시간이 남아, 그 선배를 만났다. 그 선배 집이 이대 앞이다. 그 형과 이대 뒤편에 위치한 안산에 있는 봉원사까지 걸었다. 걸으며 이런 저런 농담을 나누었다. 우스개소리를 실실 잘 하는 그 선배가 해준 이야기 하나를, 공항에서 미국행 비행기를 기다리며 옮겨 적는다.


그 형이 유학을 간 미국 대학 주위에는 제법 큰 강이 흘렀다. 낚시를 좋아했던 그 형에겐 파라다이스 였다. 연구에 적응이 된 후, 그 형은 밤마다 그 강가에 나가 밤낚시를 즐겼다. 강이 매우 길고, 낚시꾼들은 자신을 빼고는 거의 없어, 물고기들이 다 낚시에 전혀 익숙하지 않은 순둥이들이었다. 낚시에 떡밥을 끼워 강에 던지면, 오래지않아 엄청 큰 물고기들이 걸려드니, 한국에서 온 낚시꾼에겐 별천지였다. 그 재미에, 방학때 한국으로 나오면, 비싼 낚시대를 사가지고 미국으로 돌아가기도 했다고 했다.


그 형으로 말미암아, 그 지역이 낚시의 천국이라는 소문이 곧 유학생사회에 파다하게 퍼졌다. 그 소문은 그 지역에 멈추지않고, 한국에 있는 유학생 부모님 사회까지 퍼졌다. 그런데, 한 유학생의 장인어른이 한국에서 굉장한 낚시꾼이었다. 전국방방곡곡에 있는 낚시터라고는 모두 다 섭렵하고 다니시던 분이었다. 그때는 교통편도 불편했을 때다. 고생고생을 해서 가면, 낚시꾼들은 많고, 물고기는 많지 않아, 몇마리 잡으면, 횡재를 한 날이었다. 그런데, 그 장인어른이 미국에 굉장한 낚시터가 있다는 소문을 들어버렸다. 그래서 마누라를 끌고 낚시 원정을 갔다. 자신의 낚시 장비를 다 싸매고. 한국에서 파는 떢밥까지 싸서 들고.


짐을 풀자 마자, 그 어르신이 맨처음 하신 일은 물론, 그 지역의 낚시의 대가인 내 선배를 만나 그 지역에서 어떻게 낚시를 할 수 있는지를 물어보는 일이었다. 낚시 허가증을 어떻게 어디에서 받는지 등등. 그런데, 이 젊은이가 그곳에서는 낚시 떢밥이 '다꽝'이라는 게다.

"어떻게 물고기가 '다꽝'을 먹습니까."라고 그 어르신은 되물었다. 그러자, 그 젊은이는 다시

"여기서는 '닭간'이 떢밥이예요."라고 말했다.

그러자, 그 어르신은 다시 되물었다.

"어떻게 물고기가 '다꽝'을 먹습니까."


그랬었다는 실없는 이야기였다. 난, 한참을 웃었다.


봉원사에서, 30년만에 만난 선배형과. 지난 세월이 얼굴에 보인다. 덧없다 우리네 인생은..


그 어르신은 그 다음날 부터 매일 일어나자마자 사위의 차를 타고 그 강가로 나갔다. 낚시줄을 강에 던지면 바로 거대한 물고기들이 물었다. 한국에서의 낚시와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 그 재미에 푹 빠져, 해가 져 날이 어둑어둑해져야 사위 집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그 많은 물고기를 다 요리해 먹는 것은 불가능하다. 어떻게 처리를 하셨는지. 그리고, 그 재미를 뒤에 두고, 어찌 한국으로 돌아가실 수가 있었는지...



** 한국에 계신 모든 분들 안녕히 지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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