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미국 동부에서 한국에 왔다 갔다 하는 것은 그리 쉽지 않다. 비행시간도 직항인 경우에는 14시간 가량이지만, 내가 이용하는 유나이티드 항공은 샌프란시스코를 경유하여, 시간이 훨씬 더 소요가 되고 매우 피곤해질 수가 있다. 비행기가 지연이라도 되는 경우엔... 어제가 그런 경우였다.
어제 한국에서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오전 11:30경에 도착했다. 원래대로라면, 샌프란시스코에서 워싱턴 댈러스공항까지 직행으로 가는 비행기로 갈아타는 것이었다. 그런데, 한국에 있는 동안 항공사가 나의 여행경로를 샌프란시스코에서 덴버로, 덴버에서 워싱턴 댈러스로 가도록 바꾸었다. 자정이 되어서야 워싱턴에 도착하게 되었다. 난감했다. 워싱턴에서 샬롯스빌까지 가려면, 차를 워싱턴공항에서 빌려서 샬롯스빌 공항에서 반납을 해야하는데, 워싱턴 댈러스공항에서는 차를 편도로 빌릴 수가 없었다. 그날은. 다른 날은 모르겠지만. 어찌할까하다가, 공항에 도착하면 택시를 타고 샬롯스빌까지 가자하고 마음을 먹었다.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도착한 후에, 항공사라운지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덴버로 가는 비행기를 타기위해 게이트에 갔다. 그런데 그 비행기가 지연되었다. 당연히 덴버에서 워싱턴에 가는 비행기를 탈 수가 없게 되었다. 그래서, 즉시 다시 라운지에 가서, 카운터에 있는 직원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다음날 (그러니까 오늘) 워싱턴 직행 비행기로 바꿔달라고 부탁을 했다. 그 직원은 친절했다. 워싱턴 댈러스 공항행 비행기는 만원이어서, 워싱턴 시내에 더 가까운 워싱턴 내셔널 공항으로 가는 직행 비행기로 바꾸어주었다. 어제 밤에 묵을 호텔도 항공사 지불로 예약을 해주었다. 호텔에 도착하니 오후 2시경. 인천에서 샌프란시스코까지의 긴 비행에 피곤했던 몸이 필요로한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샬롯스빌에 일찍 갈 이유가 없다. 가족은 끼프러스에 있으니까. 그리고, 워싱턴 내셔널공항에서는 차를 편도로 빌릴 수가 있었다. 일석이조다.
그 다음날인 지금, 다시 공항라운지에서 비행기 탑승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이번 한국방문에서 어머니와 친지를 만난 것 이외에 즐거웠던 일 중 하나는, 새로운 친구 하나를 얻은 것이다. 그의 이름은 세르게이. 동독출신 물리학자다. 내가 방문했던 연구소에서 이론물리그룹의 리더인 그는 나와 나이가 같다. 한국에서 산지가 5-6년이 되었다고 했다. 나이가 같아서인지, 아니면 코로나때문에 외국에서의 방문자가 지난 1년반 동안 없었다가 내가 첫 방문자여서인지, 매일 점심을 같이 먹자고 내 연구실에 찾아왔다. 대화를 나눌 상대에 목말라해왔던 듯이..
세르게이는 물리뿐아니라, 한반도를 비롯한 전세계 역사에 대한 지식이 매우 풍부한 사람이었다. 동독에서 통일전에 박사학위를 받은 후, 서독에서의 박사후 과정을 시작으로 영국, 미국, 그리고 뉴질랜드에서 살다가 한국에 오게 되었다고 했다. 모국을 떠나, 다른 나라에서 이방인으로 사는 삶에 대한 이야기부터, 한국사회에 대한 단상, 그리고 한반도 통일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며, 가까워졌다. 동독출신이라 독일 통일과정에서 동독인들이 느꼈던 상대적 박탈감과 치욕감등도 이야기를 해주었다. 난, 그 경험을 반면교사로 삼아, 한반도에서는 매우 점진적인 통일과정이 필요하다고 이야기를 해 주었다. 김대중대통령과 김정일국방위원장이 오래전에 합의를 한 방안 말이다.
마지막 일요일에 세르게이는 나를 자신의 집에 저녁식사 초대를 하였다. 어느날 점심을 먹으며, 내가 칵테일에 대해 이야기를 하였는데, 칵테일을 주제로 한 저녁식사를 하자며 초대를 하였다. ㅋㅋ
그의 아내는 러시아출신이었다. 그녀가 차린 성대한 저녁을 맛있게 먹으며 시간가는 줄 몰랐다.
비행기 탑승시간이다. 지금은 여기까지. 나중에 조금더 첨부할 수도.
아뭏든, 이번 방문때는 마음이 통하는 친구하나를 더 사귀게 되었다. 예기치 않은 일이었다. 이번 한국방문은 보람이 있었다.
이제, 다시 샬롯스빌에 간다. 오늘 늦어도 저녁 8시에는 집에 도착할 것이다. 그곳에는 익숙한 일상이 기다리고 있다. 적막하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