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요가를 갑니다

by 소자 마음

나는 퇴근 후, 날마다 요가를 간다. 임상심리사로서 평가나 상담을 하지 않는 대부분의 시간을 평가서와 상담기록을 쓰는 시간이 많으니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대부분이다. 이렇게 내 몸을 혹사한 덕분에 갱년기가 시작되면서 근육과 뼈마디 특히 목, 어깨, 손목이 아프기 시작했다. 그동안 통증 치료를 위한 도수치료· 한의원 체질식· 일대일 개인 PT· 재활운동까지 두루 섭렵하면서 정말 많은 돈과 시간들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나이 탓인지 아니면 열악한 근무 환경 탓이었는지 나아지는 듯하면서도 지속적인 통증이 떨어지지는 않았다.


이 나이에 통증은 당연한 거라고 생각하면서도 정말 평생을 이런 고통의 무게를 달고 살아야 한다는 게 서글프고 뭔가 용납이 되지 않았다. 그래, 뭐라도 해야지. 그런 마음으로 시작한 것이 요가였다.

정말 우연하게 가벼운 마음으로 네이버에서 가장 가까운 요가원에서 1회 체험 쿠폰으로 시작되었다. 청담 핫요가원. 지하라는 것이 마음에 걸렸지만 다행히 연령대가 다양한 분들 수업에 참석하고 있는 것이 안심이 되었다. 그리고, 체험 후 50회 쿠폰을 지르고 말았다. 주 3회만 가자는 다소 가벼운 마음으로 나의 퇴근 후 요가는 시작된 것이다. 생각해 보니, 동료에게 나눔으로 받은 검은색 요가복 세트도 있었다. 그렇지! 모든 게 준비됐다.


뻔뻔함 속의 꾸준함


주 3회 참석만 하자는 목표대로 퇴근 후 헐레벌떡 달려가도 가끔 5-10분씩 늦기도 했다. 조용한 요가수업의 분위기에 늦게 문을 열고 들어가는 것이 쉽지는 않았지만 아줌마 근성을 가지고 뻔뻔하게 빠지지는 않았다. 그렇게 뻔뻔함을 가지고 하다 보니 초반에는 요가 자세를 따라 하기에도 벅찼던 호흡과 자세에서 이제는 내가 어느 지점에서 호흡을 조절하면서 몸의 근육을 조금씩 사용하는 법을 알게 되었다. 덕분에 안 쓰던 근육에 힘이 생기면서 자세가 교정되면서 어깨 통증이 많이 줄었고 좋아졌다.

특히, 빈야사 요가의 흐름 속에서 연속적인 몸의 움직임을 이어가다 보면 춤을 추고 난 후에 개운함과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뻐근하고 뭉친 통을 호소하던 내 몸이 요가를 통해 가벼워지고 개운해진 느낌을 가지고 선물처럼 다가왔다.


몸과 마음을 돌보는 하루의 루틴


나에게 퇴근 후, 날마다 요가를 하러 가는 그 시간은 갱년기의 나의 지친 몸과 마음을 따뜻하게 돌봐주는 시간이다. 다소 격렬하고 힘든 요가를 다 마치고 마지막 송장자세에서 눈을 감을 때면 땀과 더불어 두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날 때가 여러 번 있었다. 그렇다. 뜨거운 눈물. 통증 치료 과정을 거쳐 이제는 내 몸과 마음을 느리지만 돌봐줄 수 있게 된 것에 대한 안도감이었을까. 수고한 내 몸에 대한 연민과 긍휼을 온몸으로 느꼈기 때문이었을까.


여전히 퇴근 후, 헐레벌떡 달려가야 하는 상황은 변함이 없지만 날마다 내 몸과 마음을 돌보는 일상의 루틴으로 나는 요가를 하러 가고 있다. 요가 매트 위에서 보낸 지난 2년은 내 몸과 마음의 통증을 향해 “그동안 애썼구나, 이제는 잠시 쉬자”라고 말하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몸의 변화를 통해 나의 내면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조금 더 깊이 호흡하고, 조금 더 느리게 여유를 가지며, 현재의 몸과 마음을 살피게 되는 큰 효과를 가지게 되었다.


꽉 짜인 하루의 일상 속에서 잠시 숨을 고르며 몸과 마음을 돌보는 1시간의 휴가와 같은 시간이 되었다. 하지만 이런 시간을 얻기 위해서는 날마다 치열하게 일하고, 퇴근 후 두 아이의 엄마로서 가정 일을 미리 챙기는 부지런함이 필요하기도 하다. 사실 진정한 휴가란 돌아와서 치열한 일상에 고마움을 느끼게 하는 것처럼 말이다. 웬만한 보상이 아니면 움직이지 않는 내 몸을 움직여서 요가를 간다는 것은 그만큼 나에게 주어지는 보상이 크다는 것.


날마다 출근하는 것이 정말 쉽지 않지만 출근을 하는 것처럼.


25년의 마지막 날인 오늘도 나는 퇴근 후, 요가를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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