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연히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추위가 끝나고 남들도 다 느낄 수 있는 적당히 따뜻함이 감싼다.
햇볕이 너무 따뜻하지도 않은, 그렇다고 겨울의 추움이 완전히 느껴지지는 않은 봄이 시작된다.
봄은 참 아름다운 계절이라고 생각한다.
두껍게 감춰있던 것들이 조금씩 산뜻하고 밝은 색으로 물들어간다.
아무것도 없던 것들에서 작은 무언가가 하나씩 생긴다.
하얗던 것들은 푸르게 바뀌어가고, 땅에선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생긴다.
숫자가 하나 올라갔다는 설렘일 수도, 아니면 또 올라갔구나 하는 씁쓸함일 수도 있다.
사람과 사람이 새로운 만남을 이뤄가는 그때는 봄이다.
봄이 지나간다.
기분을 좋게 만들었던 선선한 바람은 조금씩 뜨거워진다.
빛이 길고 어둠이 짧아진다.
여름이다.
계절이 바뀌었다는 이유만으로 사람들이 달라진다.
길었던 것들이 짧아지고, 더위를 피하기 위한 그들의 노력이 눈에 보인다.
더운 와중 하늘은 무심하게도 계속 물을 쏟아낸다.
찝찝한 기분이 계속 든다면, 그때는 여름이다.
점점 더움을 피하는 사람들이 줄어들고, 짧았던 것들이 조금씩 길어지기 시작한다.
더위가 자기는 이만 간다며 두고 간 선물인 듯, 찝찝함을 가져간다.
푸릇푸릇했던 것들이 점점 다채로운 색으로 변해간다.
어떠한 사람들은 열심히 일한다. 그리고 어떤 사람들은 한 곳에 모여 이 계절을 축하한다.
세상이 울긋불긋하게 물들어가는 게 눈에 보인다면, 그때는 가을이다.
다양한 색으로 물들었다는 게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아무것도 없어졌다.
지금까지 쉼 없이 달려왔던 것이 많이 힘들었다는 것처럼, 그냥 그대로 멈춘다.
세상이 하얘진다.
언제 그랬냐는 듯, 사람들은 두꺼워지기 시작한다.
또 다른 시작을 하기 위해 잠시 쉬어가고 준비하는 계절.
점점 추위가 느껴진다면, 그때는 겨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