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를 바꾼 7개의 강(10)

1. 몽골제국과 양자강

by van

살인 사건


자신이 입던 저고리였다.


이는 전통적 이별 방식이었다. 워낙 부녀자의 약탈이 성행하던 시기였다. 이런 일을 당한 여인들은 저마다 입던 옷을 벗어 던져주었다. 자신들의 향기라도 간직하라는 의미가 담겨 있었다. 그들 대개는 영영 생이별을 했다. 이 두 젊은 부부 역시 마찬가지였다.


예수게이에게는 이미 아내와 아들이 있었다. 예수게이와 두 번째 부인 사이에 태어난 테무친은 손에 핏 덩어리를 쥔 채 태어났다. 왜 하필 피였을까. 그의 손에 의해 흘려야할 피의 양을 미리 예고한 것일지도 모른다.

테무친은 여덟 살 때 아버지와 함께 여행을 떠났다. 신부 감을 찾기 위한 설레는 여행이었다. 원래 목적지는 어머니의 친정 메르키트 족 주거지였다. 테무친은 중간에 들른 어느 부족의 집에서 한 소녀에게 마음을 빼앗겼다. 소년의 첫 사랑이었다. 테무친은 아버지에게 그 소녀와 결혼하고 싶다고 졸랐다.


처가에 줄 선물을 준비하지 못한 테무친은 노역으로 대신했다. 아버지는 아들을 혼자 두고 되돌아갔다. 이후 테무친은 다시 아버지를 보지 못했다. 예수게이는 귀가 길에 타타르 부족들에 의해 독살 당했다. 그는 두 명의 부인과 일곱 명의 어린 자식을 남겼다.


족장의 갑작스런 죽음은 재난의 예고편이었다. 테무친은 족장을 상징하는 흰 말위에 올랐다. 하지만 부족민들이 어린 그를 믿고 따르기엔 초원의 삶이 너무 거칠었다. 부족민의 3분의 2가 금세 그의 곁을 떠나갔다.

그들을 돌보던 타이치우드 족은 테무친 일족을 버려둔 채 여름 야영지로 가버렸다. 대부족의 보살핌을 받지 못하는 소 부족은 약탈의 대상 일뿐이다. 부족민들이 자고 나면 하나, 둘 사라졌다. 그들은 밤을 틈타 가축까지 데려 갔다.


아름다울 미(美)는 양(羊)과 큰 대(大)자의 합성이다. 양이 커가는 것을 지켜보는 유목민의 심정을 말한다. 양의 성장이 얼마나 기뻤으면 아름답다는 말의 원형이 되었을까. 무엇보다 양이 없으면 그들은 꼼짝없이 굶어야 했다.


테무친의 가족은 살기 위해 무슨 짓이든 했다. 쥐를 잡기 위해 온종일 들판을 헤매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 놓인 가족은 대개 살아남지 못한다. 그들은 죽지 않았다. 끈질긴 생명력이었다. 강 근처에 터를 잡았다. 강은 버려진 생명에게 기댈 언덕을 주었다.


그런 와중에 이복형제간 뜻하지 않은 사건이 벌어졌다. 평소에도 그들은 자주 싸웠다. 10대 초반의 형제들은 주로 먹을 것을 놓고 다퉜다. 형인 벡테르가 테무친이 잡은 고기를 빼앗았다.

테무친은 발끈해서 대형 사고를 치고 말았다. 동생과 힘을 합쳐 이복형을 활로 쏘아 죽였다. 아직 다른 부족의 보호를 받던 테무친으로선 감당하지 못할 일이었다. 그러지 않아도 평소 눈에 가시처럼 여기던 테무친이었다.

그들이 어떤 해코지를 할지 알 수 없었다. 이런 일이 벌어지기 전 테무친의 어머니는 늘 형의 편을 들었다.

거기에는 슬픈 이유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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