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를 바꾼 7개의 강(11)

1. 몽골제국과 양자강

by van

어린 탈주자


몽골의 관습상 벡테르는 과부인 후엘룬의 남편이 될 수 있었다. 다른 부인에게서 낳은 아들이기 때문이다. 후엘룬은 아직 젊었으나 딸린 식구가 많아 거두어주는 남자가 없었다.


문제는 타이치우드 족이었다. 그들은 테무친의 보호자였다. 자신들의 영토 안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을 그냥 내버려두지 않았다. 살인사건은 테무친을 제거할 좋은 핑계거리였다.


테무친은 달아나야 했다. 되도록 깊은 산속으로 숨어들었다. 그러나 이내 그들의 손에 붙잡혔다. 나중에 천하를 호령할 영웅이어만 아직은 어린 소년에 불과했다.

테무친을 붙잡은 무리는 돌아가던 중 밤에 술판을 벌였다. 어린 테무친에 경계는 느슨했다. 그 틈을 타 탈출했다. 타이츠우드 족 전사들이 즉시 추격해 왔다. 이번에 잡히면 당장 죽일 지도 몰랐다.


적들이 바짝 접근하자 다급해진 테무친은 강물 속으로 뛰어들었다. 수풀 사이로 머리만 내민 채 적들의 동향을 살폈다. 우연히 그들 중 한 전사와 눈이 마주쳤다. 그가 소리치면 꼼짝없이 붙잡혀 죽게 될 것이다.


무슨 상스러운 징조가 있었을까. 물속의 테무친을 발견한 전사는 못 본 척하고 지나쳤다. 죽을 고비 하나를 넘겼다. 마땅히 달아나야 옳았다. 그런데 이 후 테무친이 보인 반응은 놀라웠다. 달아나기는커녕 도리어 적진으로 숨어들었다. 그런 다음 어두워질 때까지 기다렸다.


모닥불 사이로 낮에 자신을 구해준 전사를 발견했다. 테무친은 그의 텐트를 확인한 후 몰래 숨어 들어갔다. 목숨을 건 도박이었다. 소년의 놀라운 판단력이었다. 어차피 초원에서 말(馬) 없이 혼자서 가족에게 살아 돌아가긴 불가능했다.


‘어쩌면 저 사람은 또 한 번 나를 살려줄지 모른다.’

목숨을 건 10대 초반 소년의 도박이었다. 더 놀란 쪽은 그를 살려준 타이치우드 전사였다.


‘하, 이렇게 배짱 좋은 놈이 다 있구나.’

또 한 번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전사는 테무친에게 말과 음식, 화살을 건네주었다. 몽골 초원에서 살아남기 위한 필수품들이었다.


그는 무슨 이유로 테무친을 살려주었을까. 자신의 행동이 나중에 세계사를 바꾸게 될 줄 상상이나 했을까.

테무친은 말을 타고 가족들을 찾아다녔다. 다행히 그들은 아직 살아있었다. 살아있다고 다 산 목숨은 아니었다. 테무친 가족에게 남아있는 가축은 고작 말 8마리뿐이었다. 무엇보다 여전히 대 부족으로부터 도망을 다녀야하는 신세였다.


그나마 말 8마리가 있어 다행이었다. 초원에서 말이 없는 유목민은 죽을 수밖에 없었다. 사막에 낙타 없이 버려지는 거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미처 숨 돌릴 여유도 없이 또 한 번의 위기가 닥쳤다. 타이치우드 족이 그들의 말을 훔쳐 가버렸다.


가족의 전 재산이자 살아가기 위한 최소한의 수단이었다. 초원에선 말이 없어지면 곧 죽음이었다. 어차피 죽을 바엔 싸우다 죽는 게 낫다.


테무친은 그들을 추격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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