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를 바꾼 7개의 강(15)

1. 몽골제국과 양자강

by van

프레스터 존


12세기 유럽에는 ‘프레스터 존(Prester John)’ 전설이 있었다. 당시 유럽은 100년 가까이 십자군전쟁의 늪에 빠져 있었다. 승자도 패자도 없는 깊은 수렁이었다. 유럽의 기독교인들은 영웅의 출현을 고대하고 있었다.

영화에서처럼 홀연히 나타나 이 잔혹한 전쟁을 끝내줄. 그러던 중 예루살렘의 동편 저 멀리 존(혹은 요한)이라는 이름의 기독교인 왕에 대한 소문이 들려왔다. 존 왕이 언젠가 무슬림으로부터 예루살렘을 구원할 것이라는 믿음은 새벽안개처럼 퍼져나갔다.


그는 자신의 나라에선 왕칸으로 불렸다. 실제로 그는 정교 계통의 네스토리우스 파 기독교인이었다. 테무친에게 왕칸은 아버지의 의형제였다. 초원의 관습에 따르면 테무친은 그의 조카다.


테무친은 케레이트의 왕칸을 찾아갔다. 그에게 힘을 빌리기로 했다. 그동안 어떤 어려움에 처했어도 그를 찾아가지 않았다. 굳이 그에게 도움을 청하고 싶지 않아서다. 그는 왕칸의 ‘전설’ 따윈 믿지 않았다.


테무친의 아버지는 과거 왕칸의 쿠데타를 도왔다. 테무친 집안에 은혜를 입은 셈이다. 둘은 의형제를 맺었다. 하지만 그가 여전히 테무친을 양아들로 인정할지는 알 수 없었다. 그러기엔 테무친의 세력이 너무 보잘 것 없었다. 외교에는 늘 실익이 우선이다.


테무친은 긴장된 마음으로 왕칸에게 담비 가죽을 내밀었다. 이를 받으면 테무친과의 관계를 인정하는 셈이다. 거부하면 공식적으로 두 사람은 남남이다.

강자의 이익은 언제든 보장된다. 약자는 강자의 처분에 따를 뿐이다. 몽골에선 특히 계약 관계를 중시했다. 유목 사회의 특징 가운데 하나다. 선물은 새로운 계약을 의미했다. 새 계약을 맺느냐는 이를 받아드리느냐에 달려있었다.


다행히 왕칸은 선물을 받았다. 담비 가죽이나 새 조카는 필요 없었다. 다만 메르키트는 그에게 신발 안으로 굴러들어온 뾰족한 돌이었다. 꺼내서 던져버려야 하는데 자신의 손을 더럽히고 싶진 않았다. 잘 알지도 못하던 조카의 힘을 빌려 성가신 적을 없앨 수 있는 기회였다. 전쟁에서 패하면 테무친에게 모든 잘못을 뒤집어씌우면 된다.


왕칸은 자무카로 하여금 테무친을 돕게 했다. 테무친은 기뻐했다. 자무카는 그의 안다였다. 서로의 허리띠를 주고받은 사이다. 이는 몽골족에게 생명을 함께 나눈다는 증표였다.


전투는 예상보다 수월했다. 메르키트는 연합군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메르키트 족은 자신의 고향인 시베리아 방면으로 달아났다. 테무친은 게르(천막)를 돌아다니며 아내 부르테의 이름을 소리쳐 불렀다. 부르테는 메르키트 족과 함께 피난길에 있었다. 부르테는 멀리서 자신을 찾는 남편의 애절한 목소리를 들었다. 극적인 부부 재상봉이었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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