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를 바꾼 7개의 강(17)

1. 몽골제국과 양자강

by van

흰 고양이 검은 고양이


유목민은 실용적이다. 초원에서 예의란 거추장스럽다. 반면 터를 잡고 사는 정주민들에게 예의는 목숨보다 중하다.


시경(詩經)에 “사람이면서 예의가 없는 자는 죽지도 않고 무엇 하는가”라는 구절이 있다. 정주민에겐 유목민들이 그런 존재였다. 여름 내 잠잠하다가도 가을 추수철만 되면 찾아 왔다. 죽지도 않고.


조(趙)나라 역시 늘 유목민들에게 시달렸다. 적을 이기려면 먼저 그들을 알아야 한다. 조나라 현군 무령왕은 그들의 장점을 연구했다. 어째서 싸우기만 하면 유목민들이 이기나.


그들의 장점이 말과 활에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정주민족 끼리의 당시 전쟁은 전차전에서 승패가 갈렸다. 말이 모는 전차였다. 기수와 궁수 둘 등 세 명이 탔다. 혼자 말을 모는 유목민에 비해 기동력이 현저히 떨어졌다. 그들을 이기려면 그들을 닮아야 한다.


무령왕은 헐렁한 조나라 군복을 짧은 소매에 허리를 졸라맨 오랑캐 복장으로 바꾸었다. 간편한 차림을 하자 군사들이 활쏘기에 편해졌다. 이를 호복기사(胡服騎射)라 부른다. 오랑캐 복장을 입고 말을 타며 활을 쏜다는 뜻이다. 언뜻 쉬운 일 같지만 조나라에선 파격적인 조치였다.


역시 문제가 생겼다. 조정 내부에서 반발이 일어났다. 비록 복장일망정 점잖은 선비가 어찌 오랑캐의 것을 따른단 말인가. 오랑캐의 옷(胡服)은 중원의 예법에 어긋났다. 이는 고대 중국에선 심각한 문제였다. 특히 유학자들이 거세게 반대했다. 예에 관한 공자의 가르침은 엄격했다.


공자가 천하를 떠돌 무렵 일이다. 나이 70에 이르러 고향 근처에 도착했다. 저 멀리 샘이 보였다. 모두 목이 말랐지만 공자는 애써 샘을 지나쳤다. 샘의 이름이 하필 ‘도천(盜泉․도둑 샘)’이었기 때문이다. 훔칠 도(盜)자가 턱하니 목에 걸렸다.


밤이 되어 어느 마을에 당도했다. 공자는 그 마을을 비켜갔다. 마을의 이름이 ‘승모(勝母)’여서다. 감히 부모(父母)를 이긴(勝)다니. 그런 곳에선 도저히 잠을 청할 수 없었다. 도천이라 물을 마시지 않고, 승모 마을에선 잠도 자지 않는 게 당연시됐다. 하물며 호복(胡服)이라니.


무령왕은 신하들을 설득했다. 오랑캐 복장이면 어떠냐. 전쟁에서 이기면 그만이지. 흰 고양이, 검은 고양이 그깟 따져 무엇 하나. 쥐만 잘 잡으면 그만이지. 결국 간편한 군복으로 바꾼 조나라는 진(秦)과 맞먹는 강대국으로 성장했다.


처음으로 중원을 통일했던 진시황은 어땠을까. 진시황은 폭군의 이미지가 강하다. 과연 그가 완력만으로 천하를 얻었을까. 실제 진시황은 실용적 인물이었다. 실익 앞에선 완고한 허리를 굽힐 줄도 알았다.


진이 초나라 정벌을 앞두고서 일이다. 진시황은 어느 때보다 진지했다. 그만큼 상대가 강했다. 진시황은 이신과 왕전 두 장군을 불렀다. 이신은 젊고 왕전은 백전노장이었다.


초나라를 치는데 얼마의 병력을 주면 되겠냐고 각각 물었다. 젊은 이신은 20만을 원했다. 노장 왕전은 60만을 달라고 했다. 진시황은 먼저 이신에게 20만 대군을 내주었다.

왕전은 병을 이유로 낙향했다. 자신만만하던 이신은 초나라와의 전쟁에서 패했다. 진시황은 얼른 시골로 내려간 왕전을 찾아갔다.


진시황의 다음 행동은 주위를 깜짝 놀라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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