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를 바꾼 7개의 강(23)

1. 몽골제국과 양자강

by van

자무카의 최후


한 편의 드라마 같은 역전이었다.


몽골 초원의 정국은 요동쳤다. 테무친이 사라지자 왕칸-자무카 동맹은 깨졌다. 원래부터 서로를 불신해온 사이였다. 자무카를 비롯한 몇몇 칸들이 왕칸의 권위에 도전했다.


자무카는 왕칸을 제거하려는 음모를 꾸몄다. 그러나 사전에 들통 나는 바람에 멀리 달아나야 했다. 그해 가을 초원을 흔드는 대형 뉴스가 전해졌다. 팽팽한 세력 균형을 무너뜨릴 소식이었다.


테무친이 움직인다는 뜻밖의 소식이 전해졌다. 칸들은 충격을 받았다. 테무친은 곳곳으로 흩어진 군사들을 불러 모아 남쪽으로 내려왔다. 반대편에 섰던 일부 칸들이 재빨리 테무친에게 투항했다.


신기하게도 테무친의 부대는 남쪽으로 이동할수록 그 수가 점점 불어났다. 700년 후 마오쩌뚱의 홍군(紅軍)은 장정(長征)을 통해 비슷한 일을 겪게 된다. 테무친의 군대는 마치 주변의 습기를 빨아들이는 태풍의 눈처럼 부풀어 올랐다.


겨울이 되자 고비 사막의 세력 균형은 왕칸과 테무친으로 양분되었다. 양 진영을 중심으로 전쟁의 기운이 감돌기 시작했다. ‘투키디데스의 함정’을 떠올리게 하는 상황이었다.


투키디데스는 신흥강국 아테네의 부상에 따른 스파르타의 불안감으로 인해 전쟁을 벌이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는 동물의 세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수컷이 나타나면 기존 챔피언과의 결투가 불가피해진다.


테무친은 왕칸과 싸우고 싶지 않았다. 그에게 편지를 보내 화친을 요청했다. ‘소뿔에 담은 피’를 그에게 보냈다. 유목민들이 행하는 우정의 상징이었다. 유화책이었다. 하지만 테무친은 이미 과거의 테무친이 아니었다.


소뿔 안에는 무서운 계략이 함께 담겨있었다. 왕칸의 방식으로 그를 응대한 것이다. 자식들의 혼인 축하연을 열자고 제안해놓고 테무친을 죽이려했던 왕칸이었다. 복수는 치밀하게 준비되었고 전격적으로 단행됐다.


왕칸은 테무친을 믿지 않았다. 그래도 소뿔에 담긴 피를 본 후 마음의 경계심을 풀어버렸다. 치명적 실수였다. 상대를 안심시킨 테무친은 눈 녹기 전 왕칸을 치려고 나섰다.


기습전의 성패는 속도와 비밀 유지에 달렸다. 테무친은 굳이 험한 고개를 넘는 행군 노선을 선택했다. 험악한 만큼 경계는 허술했다. 말을 바꾸어 타며 전속으로 내달려 왕칸의 진지를 급습했다.


허를 찔린 왕칸은 허둥지둥 달아났다. <몽골비사>는 테무친의 ‘완벽한 승리’라고 기술해 두었다. 왕칸은 서쪽의 나이만으로 도망갔다.


하지만 국경에서 터무니없는 일을 겪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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