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를 바꾼 7개의 강(2)

by van

순서

1. 몽골제국과 양자강

2. 이스라엘과 요단강

3. 박정희와 한강

4. 로마제국과 루비콘강

5. 러시아혁명과 네바강

6. 1차 대전의 뫼즈강

7. 망각의 강 레테


망각의 강


유대인을 뜻하는 ‘히브리인(Hebrew)’은 ‘강을 건너 온 사람들’이라는 의미다. 강은 곧 요단강을 말한다. 유대인 가운데 그 강을 처음 건넌 이는 아브라함이었다. 그는 도시의 화려함을 떠나 약속의 땅 광야로 들어갔다. 요단강은 신국(神國)의 경계였다.

벨기에 남부를 지나는 뫼즈 강은 지극히 한가하다. 그러나 한 때 이곳에는 광기가 흘러넘쳤다. 20세기 초 한꺼번에 6천만 발의 포탄이 이 지역에 쏟아졌다. 인류 역사상 전무후무한 폭격이었다. 그 302일 동안 71만 명의 무고한 서방 젊은이가 죽었다. 1차 대전이 남긴 상흔이었다.

1917년 10월 25일 페트로그라드의 네바 강변에서 한 발의 포성이 울렸다. 순양함 ‘아브로라’ 갑판에서 쏜 공포탄이었다. 러시아 ‘임시정부’는 이 한 방으로 무너졌다. 빈 대포가 불러온 심리적 테러였다. 다음 날 새벽 2시 겨울 궁전이 점령됐다. 방어를 맡은 사관생도와 여군은 별다른 저항을 하지 않았다.

러시아혁명은 20세기를 이념의 세기로 만들었다. 화약에 의존하지 않고도 전쟁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종교로 나누어져 싸워왔던 인류는 이념이라는 또 다른 허구로 인해 대량 혐오를 생산해냈다.

박정희는 1961년 5월 16일 새벽 한강다리 위에 있었다. 강 이편의 그는 전역을 앞둔 노병이었다. 그를 따르던 일단의 군인들은 다리를 지키던 헌병들과 대치하고 있었다. 한국현대사의 전후를 가르는 분수령이었다.

잠시 뒤 5시 라디오에선 “은인자중해오던 군부는 오늘 아침 미명을 기해서 일제히 행동을 개시해…군사혁명위원회를 조직했습니다”는 성명이 발표되었다. 그로부터 18년 동안 대한민국은 격변했다.

레테는 허구의 강이다. 인간의 상상력이 만든 개념 속에만 존재한다. 그런 일이 가능한 종(種)은 오직 인간뿐이다. 레테는 삶과 죽음의 경계를 흐른다. 인간은 죽을 수밖에 없는 존재다.

그 불확실성은 종교를 만들었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이 강만큼 지난 수천 년 동안 인류에게 큰 영향을 준 강은 없다.

앞으로 쓸 내용은 강 이야기가 아니다. 세계사의 흐름을 바꾼 역사 이야기다. 그 현장에 공교롭게 강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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