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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an Mar 24. 2022

세계사를 바꾼 7개의 강(40)

1. 몽골제국과 양자강 

아, 양자강 Ⅲ 

     

지금의 우한(武漢) 지역이었다. 양자강의 중류에 해당한다. 그곳에서 본 양자강은 듣던 대로 양양했다. 흐름은 느렸지만 거대했다. 쿠빌라이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인간의 힘으로 저 도도함에 맞설 수 있을까.      

여름 장마와 폭풍우로 물은 잔뜩 성난 상태였다. 양자강 이남은 예로부터 중원으로 간주되지 않았다. 그 땅의 풍요는 인정받았으나 그 땅의 혈통은 중원으로부터 배제됐다. 북은 늘 남을 수탈했다. 그러고도 인정에는 인색했다. 

현재도 양자강 하구의 삼각주는 중국에서 가장 부유한 지역이다. 하지만 그들의 부와 상관없이 중원의 남쪽은 오랑캐의 땅이었다. 남만(南蠻)으로 불린 지역이다. 

쿠빌라이는 늘 꿈꿔왔다. 저곳의 부를 차지해야 한다. 조부 칭기즈칸의 유지이기도 했다. 그러나 권력이 먼저였다. 참모들의 생각이 옳을 지도 모른다. 권력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 

강의 위용을 목도한 몽골 장군들이 거듭 도강을 만류했다. 더구나 당시는 우기였다. 불어난 물은 그들 눈앞에서 금세라도 범람할 듯 넘실거렸다. 강을 건너기에는 적기가 아니었다. 몽골군은 물에 익숙하지 않았다.

그래도 쿠빌라이는 강을 건너기로 작정했다. 한번 결심하면 물러서지 않는다. 적당한 때를 가려내는 일은 사람의 인생이나, 군사작전, 권력 다툼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다. 때를 놓치면 다 놓친다. 지금은 한시가 아쉬운 상황이다. 여기서 우물쭈물할 바엔 차라리 북쪽으로 올라가는 편이 낫다. 큰일에는 희생이 따르기 마련이다. 

마침내 쿠빌라이의 명령이 떨어졌다. 몽골군은 9월 29일 양자강을 건넜다. 군사들은 저마다 몸에 부적을 붙였다. 두려움은 접착제 같다. 뇌 세표에 달라붙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말 위에선 바람처럼 용맹한 그들이지만 물에선 어린아이에 불과했다. 

결심에는 꽤 시간이 걸렸지만 시행은 전격적으로 단행됐다. 몽골군이 도강은 여러모로 충격을 안겨 주었다. 우선 허를 찔린 남송군은 예상보다 훨씬 허둥댔다. 그럴 만 했다. 

그들의 수군은 당대 세계 최강이었다. 함선이나 수군의 수에서 13세기 어느 나라도 남송에 견줄 수 없었다. 남송의 해군력은 압도적이었다. 양자강 이남에 세운 나라들은 예부터 수군이 발달했다. 오나라 수군의 위력은 조조마저 벌벌 떨게 만들었다. 

그들은 쿠빌라이의 도강을 전혀 예상 못하고 있었다. 몽골군이 어떻게 양자강을 건넌단 말인가. 더구나 그들의 함선이 강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상류 쪽으로 돌아서 오겠지. 한 반 년 걸리려나. 상식적 판단이 애써 그들을 안심시켰다. 쿠빌라이는 상식을 깨트렸다. 

몽골군은 강의 남쪽 연안에 진지를 구축했다. 남송군은 동요했다. 놀란 쪽은 남송 정부뿐 아니었다. 북쪽에서 쿠릴타이를 준비하던 경쟁자 아릭 부케도 마찬가지였다. 미치지 않고서야 쿠빌라이가 그런 일을 벌일 리 없었다.      

‘형은 칸의 자리를 포기하는군.’     

아릭 부케는 형의 의도를 짐작할 수 없었다. 하지만 결코 자신에게 불리한 일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소식을 접한 순간 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로써 칸을 위한 싸움은 내가 유리해졌다. 

쿠빌라이군은 몽골과 한족(漢族) 연합부대였다. 몽골 참모들과 달리 한족 참모 중 일부는 쿠빌라이의 의중을 이해하고 있었다. 그가 왜 양자강을 건너야만 했는지. 

저 사람은 몽골족이지만 머릿속은 한족이나 다름없다. 유목민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눈앞의 실익을 쫓는다. 저기 보이는 사슴을 쫓지 않으면 저녁을 굶어야 한다. 그런데 저 사람은 사슴이 있는 반대편으로 가려한다.  

카이사르의 루비콘 도강은 순전히 실익 때문이었다. 강을 건너지 않으면 그 자신이 불행해졌다. 쿠빌라이의 양자강 도강은 반대였다. 그는 명분을 얻기 위해 강을 건넜다. 명분, 좋다. 하지만 왕좌의 게임에서 밀려나면 무슨 소용 있나. 그렇게 생각하는 참모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도강이후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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