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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an Apr 08. 2022

세계사를 바꾼 7개의 강 55

2. 이스라엘과 요단강 

십계명 


1977년 11월 18일 안와르 엘 사다트 이집트 대통령이 이스라엘을 방문했다.      


다음 날 그는 ‘크네세트(이스라엘 의회)’에서 연설을 했다. 모세의 동상이 세워져 있는 건물이다. 유대인들이 3,000여 년 전 이집트를 떠나 나라를 세운 이후 이집트 파라오가 그들의 의회를 찾은 것은 처음이었다. 


사다트 대통령과 메나헴 이스라엘 수상은 이듬해 미국 캠프 데이비드에서 중동 평화협정을 맺었다. 두 사람은 노벨 평화상을 함께 수상했다. 하지만 악마는 쉽게 평화를 허락하지 않았다. 


사다트는 1981년 극단주의자들에 의해 암살당했다. 그 뒤를 이은 사람이 무바라크다. 이집트와 이스라엘의 관계는 다시 악화됐다. 무바라크는 30년 동안 권좌에 있었으나 2011년 ‘아랍의 봄’ 민중 봉기로 물러났다.       

할리우드 영화에 나오는 람세스 2세는 늘 찌푸린 표정이다. 눈은 분노로 붉게 충혈 되어 있고, 이유 없이 신하들에게 짜증을 낸다. 신하들은 절대자의 눈치 보기 바쁘다. 반대로 모세는 백인 미남 배우의 몫이다. 적당히 근육질인데다 두 눈은 지적매력으로 반짝거린다. 이집트 영화는 그 반대이지 않을까. 


람세스 2세는 66년 동안 재위에 있었다. 그는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자산인 유대인 노예들을 혹독하게 다루었다. 그러나 이는 실제와 다르다는 설도 있다. 그의 아버지는 대규모 토목공사를 벌여 유대인들을 괴롭혔다. 람세스 2세 역시 새로운 수도 건설 현장에 많은 유대인 노예를 동원했다.  


유대 민족은 힉소스 파라오 시절 안락한 삶을 누렸다. 하지만 본토인 파라오 정권이 들어서면서 한 순간 노예로 전락했다. 주인 아닌 자의 신세는 늘 바람 앞의 풀 신세다. 바람이 불면 풀은 누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바람이 지나가면 풀은 기적처럼 다시 일어난다. 

자유란 공기처럼 호흡할 땐 그 소중함을 모른다. 없어지면 비로소 갑갑해진다. 자유를 잃은 유대인들은 신에게 호소했다. 그들의 신음소리를 들은 신은 광야로 피신해 있던 모세를 불렀다. 유대 민족을 파라오의 손에서 건져 내어 애초 약속한 땅으로 데려가라고 명했다. 


모세는 동의할 수 없었다. 그는 말을 더듬었다. 화려한 언변과는 거리가 멀었다. 대중 선동에 미숙했다. 이런 조건은 정치인에겐 상당한 결격 사유다. 그런데 2백만이나 되는 유대인 무리를 무슨 수로 이끈단 말인가. 그는 신에게 되물었다. 


왜 하필 나입니까. 


말솜씨는 표면적 이유였다. 그의 속내는 따로 있었다. 대규모 민족 집단을 거느리고 사막을 건너는 일은 불가능했다. 그들이 마실 물과 먹을 양식을 어떻게 조달하나. 무엇보다 공짜 노동력이 필요한 파라오가 허락할 리 없었다.  


이집트와 가나안 사이에는 홍해라는 자연의 장벽이 있다. 그 바다를 무슨 수로 건넌단 말인가. 인간의 머리에선 답이 나오지 않았다. 아마도 ‘신의 뜻’이라며 상자를 감싼 리본은 모세의 그럴듯한 포장술이었을 것이다. 그래야 2백만의 마음을 얻어 그들을 움직일 수 있었다.  


신은 모세의 둔한 입술을 대신해 그의 형 아론을 대변인으로 지목했다. 동생과 달리 아론은 달변가였다. 정치적인 조치였다. 하지만 그가 언변만으로 파라오를 설득해낼 수 있을지. 여전한 의문이었다.      


이스라엘의 신은 자신만의 방식을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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