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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an Apr 10. 2022

세계사를 바꾼 7개의 강 57

2. 이스라엘과 요단강

강하고 담대하라 

  

모세는 어떤 인물이었을까.    

  

유대인 작가 엘리 위젤은 “모세는 역사를 바꾸어 놓았다. 그의 등장은 이스라엘 역사에 결정적 전환점이 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신과 직접 대면한 인물이다. 그 이전 신을 본 사람은 모두 죽어야 했다. 심지어 신전의 지성소에 들어간 사람도 마찬가지였다. 그곳은 신이 거주하는 장소였다. 그러나 모세는 ‘스스로 있는 자-출애굽 3:14’를 보고도 죽지 않았다. ‘스스로 있는 자’는 신이 자신을 표현한 말이다. 


모세는 홍해를 가르는 이적을 보여주었다. 그는 신을 직접 만난 사람이니까 이적이 가능했다. 그의 후계자 여호수아는 여러모로 모세와 달랐다. 당장 요단강을 건너야 하는데 그에겐 뾰족한 방법이 없었다. 현재의 요단강 수량 정도면 문제없다. 이스라엘의 관계 사업으로 요단강 물길은 빈약해져 있다. 


당시엔 꽤 수량이 풍부했다. 200만 명의 대규모 집단이 그 강을 건너려면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상당한 인명과 재산의 손실이 불가피했다. 백성들이 순순히 따라줄까. 그들이 터트릴 불만의 크기는 강물의 수압보다 더 거셀 게 뻔했다.  


주변에선 여호수아를 염려했다. 너도 나도 “좀 더 강해져라”고 입버릇처럼 요구했다. 지도자가 흔들리면 전체가 무너진다. 여호수아에 대한 신뢰는 뿌리째 흔들리고 있었다. 그는 원래 군인이었다. 그러나 무기보다 믿음에 더 의존한 군인이었다. 


여호수아를 연구한 트렌트 버틀러는 “모세가 그를 택한 이유는 특이했다. 가나안 정복전쟁을 앞두고 있는 엄중한 시점임에도 불구하고 군사적인 관점이 아니라 종교적 관점에서 후계자를 지명했다”고 주장했다. 


여호수아는 전투보다 제의에 더 익숙했다. 전쟁을 앞둔 이스라엘 백성들에겐 오히려 불안요소였다. 모세는 신의 도움으로 번번이 전투에서 이겼다. 여호수아는 무엇으로 자신들을 적에게서 보호해낼까. 그는 신을 만난 적도 없는데.


백성들의 불안감은 모세처럼 뛰어난 리더의 후임자가 겪어야할 숙명이었다. 무얼 해도 그는 전임자보다 부족해 보였다.     


그들의 앞에는 요단강이 가로막고 있었다. 유대인들에겐 특별한 의미를 지닌 강이었다. 강 이편은 차안(此岸)이고, 저편은 피안(彼岸)이다. 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신국(神國)은 저만치 국경선을 드러내고 있었다. 


신국의 국경을 넘어서려면 그만한 정성이나 희생을 각오해야한다. 무엇을 받쳐 신성한 땅에 발을 들여놓아야 하나. 강을 건너자마자 유대인들은 믿기지 않는 집단행동을 벌였다. 이는 잠시 뒤로 미루고.


당장은 강을 건너는 일이 급했다. 그 다음 일은 그들을 기다리고 있던 가나안의 적들과 벌일 전쟁이었다. 적군의 수는 많았다. 적들은 강했다. 200만 유대집단에겐 변변한 무기조차 없었다. 


전쟁의 승패는 무기나 군대의 강함에 달려 있지 않다. 신의 뜻에 달려 있다. 이기고 지는 것은 오로지 그 분의 뜻이다.      


굳게 믿고 있었지만 불안감은 쉽게 떨쳐지지 않았다. 불안감이 엄습할 때마다 그들은 신참 사령관을 닦달했다. 


“강하고 담대하라. -여호수아 1:6”


그들 스스로에게 하는 주문이었다. 이 말은 구약성경 여호수아서 1장에만 네 차례 반복됐다. 많이 나온 다는 것은 그만큼 중요하다는 의미다. 요단강을 눈앞에 둔 유대민중의 불안감은 구르는 눈덩이처럼 커져있었다.  


정찰병의 보고는 그들을 더욱 위축시켰다. 적진을 살피고 돌아 온 12명 가운데 10명이 “적들의 체격이 장대하여 우리를 메뚜기처럼 본다”고 실토했다. 몸과 몸이 부딪히는 고대 전투에서 신장과 체격의 현격한 우열은 병사들의 사기에 큰 영향을 주었다. 


유대 백성들 사이에 이집트로 돌아가자는 주장까지 나왔다. 지금까지 허비한 시간과 지나온 거리가 얼만데. 진영 내 분위기는 침울했다. 이런 상황에선 목소리 큰 사람들이 우세하다. 심지어 그들은 여호수아를 돌로 치려했다. 새 지도자는 충분한 권위를 갖지 못한 상태였다. 


그들이 떠나온 이집트는 나일 강의 규칙적인 범람으로 농사짓기에 좋았다. 노예일망정 목숨과 연명할 최소한 양식은 보장받았다. 가나안엔 무엇이 있나. 이곳에 도착해서 들은 정보에 들리는 따르면 가나안에서의 농사는 오직 하늘에서 내리는 비에만 의존해야 한다. 큰 강을 곁에 둔 이집트의 사정과 정반대다. 그곳에선 강물이 지천이었다. 


그들에겐 요단강을 건너 가나안으로 들어가야 할 절박한 이유가 없었다. 그들의 지도자 몇몇만 그 이유를 주장할 뿐이다. 또 있었다. 눈앞의 저 강을 무사히 건넌다 하자. 강 저 편 여리고 성은 일대에서 가장 견고한 요새다. 그 성을 무너뜨려야 전진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스라엘 백성들의 손에는 무기가 없었다. 어쩌자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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