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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십세기 소년 Jan 30. 2021

#모두의 4차 산업혁명 : 12교시

거대사를 통괄하는 산업혁명 클래스

오늘도 재미있는 역사속에서 미래에 대한 인사이트를 한번 찾아보죠.

자, 그럼 시작합니다!


#19. 있던 것과 없던 것               

                         

 인간의 본능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인간은 통상 변화를 두려워하고 익숙한 안정을 택하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 실험 정신 또한 만만치 않아 늘 안정과 변화는 상충되어 왔습니다. 인류 역사를 살펴보면 곳곳에서 비슷한 사례가 많이 나타나지요.


 고대 이집트에서도 재미있는 사례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밑의 그림은 제가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서 직접 찍어 온 ‘사자의 서(Book of the Dead)’로 고대 이집트 시대 관 속의 미라와 함께 매장한 사후세계에 관한 일종의 매뉴얼 혹은 안내서입니다. 파피루스나 피혁에 교훈이나 주문 등을 상형문자로 기록한 것이지요.


 맨 왼쪽에 죽은 자가 죽음의 신 ‘아누비스(Anubis)’에 이끌려 생전의 죄의 무게를 재게 됩니다. 이때 정의와 지혜의 여신 ‘마트(Ma'at)’의 깃털과 죽은 자의 심장을 저울에 올려 그 무게를 보는데 심장이 마트의 깃털보다 무거울 경우 이승에서 많은 죄를 지었다 하여 개와 악어의 모습을 한 괴물 ‘암무트(Ammut)’가 심장을 먹어버렸다고 하죠. 심장을 잃으면 죽은 자의 영혼은 영원히 사후세계로 가지 못하고 이승을 떠돈다고 하였고 반면에 심장과 이 깃털의 무게가 일치하면 죽은자의 영혼(카)는 다시 육체에 남아있는 ‘바(Ba)’와 만나 부활한다고 믿었다고 합니다. 이 재판은 죽음과 부활의 신 ‘오시리스(Asar)’가 판결을 내리며, 지식과 달의 신인 ‘토트(Thoth)’가 서기를 보고 있는 모습이 그려져 있죠. 저는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서 첫 번째 코스인 이집트 관에서만 총 관람 시간의 80%를 보냈을 만큼 어른이 되어서도 이집트 문명은 여전히 경외스럽기만 합니다.  

[사자의 서,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서]

 그림 속에 암무트 오른쪽 따오기 같은 머리를 하고 있는 신이 ‘토트(Thoth)’입니다. 고대 이집트 신화에 등장하는 중요한 신으로서, 지식과 과학, 언어, 서기, 시간, 달의 신이지요. 플라톤은 ‘파이드로스(Phaedrus)’에서 토트 신과 당시 파라오였던 타무스(Thamus)의 대화를 다음과 같이 전합니다.     


 토트가 말하기를,      


"문자는 사람의 기억을 향상 시켜줄 배움의 한 종류로 내 발명은 기억과 지혜 모두에게 유익한 비결이다.”

  

 이에 타무스가 대답하기를,      


"사람들이 그걸 배운다면 그들의 영혼에 망각할 수 없는 무언가를 심는 결과가 되어 사람들이 앞으로는 쓰인 것에만 의존하려 들것이기 때문에 더 이상의 기억 속에 무언가를 담아 찾아내려하지 않고 눈에 드러난 기호에만 의존할 것입니다. 그것은 진정한 의미의 지혜가 아니라 지혜의 유사품에 지나지 않습니다. 실제로 아는 것도 아니면서 말만으로 많은 것을 아는 것처럼 느끼게 만들 것이기 때문에 결국엔 짐만 될 것입니다.”     


 문자를 발명해 이롭게 해주겠다는 신에게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차라리 현재 체제가 더 나으므로 필요치 않다는 내용입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딜레마에 대입해보면 변화해서 발전할 것인가, 안정적인 현재, 기득권을 누릴 것인가 하는 서로 다른 견해 차이를 이 시대에서도 똑같이 발견해 낼 수 있는 재미있는 일화입니다.  


 비슷한 일은 시대를 거쳐 반복해 나타나기도 합니다. 구텐베르크의 인쇄술로 수많은 사람들이 성서를 손쉽게 구해 읽게 되고 또 계몽되면서 토트와 타무스의 대화 같은 반대 논리가 여기서도 등장하게 됩니다. 당시 대 수도원장이었던 Johannese Trithemius는 인쇄술의 붐을 이렇게 평가합니다.    


[Johannese Trithemius / ⓒ wikimedia commons]


 “손으로 하는 모든 일 중에 손으로 성서를 베끼는 것만큼 수도승에게 어울리는 일은 없다. 만약에 인쇄가 존재한다는 이유로 글자를 쓰는 것을 소홀히 한다면 그는 진짜 성서를 사랑하는 자라 할 수 없을 것이다.”     


 지금 보면 인쇄술의 효율을 무시한 매우 비효율적인 복제 방법인 것을 당시에는 또 그럴만한 시대 분위기와 철학이 있었던 것이죠. 종교적인 면은 차치하고라도 실제로 이로 인해 필사하는 사람들의 일자리가 인쇄술로 인해 사라졌을 수도 있는 일입니다. 오스만트루크 제국은 15세기에 발명된 금속활자 인쇄기술을 금지하다 18세기에 이르러서야 받아들이게 됩니다. 인쇄술로 인해 기득권층 이익에 반하는 사상이 퍼질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죠. 같은 이유로 러시아와 합스부르크 제국은 철도의 보급을 막기도 했습니다.


 관련한 역사적 사례는 이 외에도 많습니다. 산업혁명 당시 증기선이 발명돼 출항했을 때 해당 구간을 운영하며 돈을 벌고 있던 뱃사공 길드가 배에 올라타 난동을 부린 일도 있었다고 하지요. 증기선은 더 빠르게 멀리 갈 수 있기 때문에 그들의 노동력이 굳이 필요하지 않았기 때문이죠. 앞서 설명했던 바와 같이 19세기 초 영국 방직공들과 직물 관련 노동자들 중 일부는 자동화된 직물 기기 사용을 반대하며 공장에 침입해 직물 기계를 부수기 시작했던 러다이트 운동(Luddite Movement)이 있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에 자동차가 처음 등장했을 때 인력거꾼들은 역시 일자리를 잃게 될까 두려워 '종로경찰서 관내 인력거군 오륙백 명이 모여 임금인상과 시내에 새로 등장하는 '탁시'에 대한 대책을 토의하기 위한 인력거군 대회를 개최하기로 했다는 보도도 있었습니다.     


[ⓒ 조선일보]


 1928년 3월 4일자에서 조선일보는 '탁시-에 타격밧는 수천 차부 비경(數千車夫悲境·수천 인력거꾼의 슬픈 처지)'란 제목으로 '최근의 경성시내에는 각 처에 갑싸고 신속한 '탁시'회사가 생기어, 시내에는 어데를 가던지 '일원균일(一圓均一)'이라는 표어 아래, 날로 그 세력이 번창하여….'라는 기사를 싣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시대의 흐름을 막을 수는 없었는지 1950년대 접어들며 ‘인력거는 시대의 역행’이라는 한 신문사 만평의 비아냥과 함께 역사 속으로 사라져 가게 됩니다.     


[경향신문 만평 –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이 같은 저항은 21세기에도 여전히 발생하고 있습니다. 2014년 6월 유럽의 여러 도시에서 발생한 택시 기사들의 동맹파업과 폭력시위가 대표적인데요. 당시 유럽에서는 ‘우버’로 대변되는 신기술 플랫폼 등장으로 기존 택시 기사들이 일자리와 수입 감소를 우려하고 있던 상황이었습니다. 사람들은 이 파업을 ‘새로운 러다이트 운동(Neo Luddite Movement)’이라고 불렀습니다.


 역사적으로 시대의 기득권은 혁신기술과의 경쟁에서 패배해왔습니다. 기술이 갖고 있는 효율성과 새로운 것에 대한 폭발적인 수요 증대는 바뀌지 않으려는 기득권층이 막을 수 없었지요. ‘사피엔스’의 저자인 유발 하라리는 학술지 ‘네이처’에 "자동화 혁명은 컴퓨터과학자들의 빅데이터 분석과 생물학자들의 바이오테크가 결합해 인간과 의사소통하는 알고리즘이 탄생할 것"이라며 "의사, 운전기사, 은행가들의 능력을 능가하게 되고 궁극적으로 수억 명의 사람들을 노동시장에 쫓아낼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이 같은 일이 빠르게 일어날 경우 각국 정부는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자동화 속도를 의도적으로 늦추는 정책을 펼 수밖에 없는데요. 그러나 자동화로 인한 실업을 완전히 예방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입니다. 만약 택시와 트럭 운전사들의 일자리를 보호하기 위해 자율주행 자동차의 보급을 미룬다면 이는 생산성 저하라는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 있을 텐데요. 하라리는 "이는 인공지능과 로보틱스의 긍정적인 잠재력을 포기하는 일인 만큼 바람직한 일도 아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처럼 우리는 기존의 것과 새로운 것의 적절한 대체시기를 합리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긴 관점으로 보고 너무 빠르지도, 너무 느리지도 않게 변화의 유연한 전환을 꾀하는 것. 그것이 현재 가장 중요한 이슈이자 이 글을 쓰고 있는 비전이자 목적이 될 것입니다.


너무 거창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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